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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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페라에 사랑 한 방울🌌💞


11년 만에 독자들의 요청으로 재출간 된 바로 그 도서!


<청혼>은 우주 저편에서 전쟁통에 연인에게 날리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설정만으로도 아련한 감성을 자극한다🌠📩


하지만 잊지 말자

제목은 청혼이지만 이건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것을!🚀🌌💥


언제나 비상일 것 같은 전시 상황도

우주에 나가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는지

싸움보다는 싸움 준비 기간이 더 길어서

그 과정을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날들이 많고


그 모든 과정이 사랑이었긴 하지만 애정어린 표현보다는

광활한 우주에서 전함을 가득 띄우고 미래의 신기술을 쓰며

정체불명의 적들과 싸우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후반부에 상상도 못했던 적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참으로 씁쓸해지기도 한다🛸


우주로 진출한 지는 이미 한오백년이고 수틀리면 말 그대로 상대를 순삭시키는

초고도 문명 수준의 무기가 개발된 먼 미래에서도 여전히 세 명 이상 모이면 정치가 시작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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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외계인이라 그런지 지구인의 입장에선 그의 감정선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이 짜식 회피형 외계인인가? 👽 💨


도무지 지구인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속내지만

어쨌든 별이 되며 청혼을 할 정도로 사랑한 것만은 확실하니까...!🌟💘


길이가 짧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로맨스 1% 전투 99%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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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 이벤트에 선정되어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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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휴가는 저승에서 보내주겠다. 지구를 점령하고 돌아오도록."

"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나도" 하고 네가 나에게 대답해주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우주에는 대기가 없어서 밖에서 아무리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도 이 안은 그저 고요하기만 해. 아무 예고도 없이, 별 긴장감도 느끼지 못한 채, 나도 모르게 삶과 죽음이 갈리는 거야.

선택의 순간이라는 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는 법이니까.

지상에 매여 있지 않은 천상의 피조물은 그렇게 둥근 궤적을 그리고 있어야 하거든. 행성이든 별이든 혹은 신이든. 그 생각을 하니까 어딘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거 있지. 신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는 일이라니.

여기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별이 되어 있으니까.

가시광선 영역만 놓고 보면 우주는 늘 암흑으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다른 영역에서는 늘 떠들썩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우리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봐 기다릴게. 때가 되면 찾아와.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원래 남의 예술은 다 이상한 법이고, 다만 내 예술도 다른 사람에게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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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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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는 또다시 날아보기로 했다.

(결말까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을 가제본으로 먼저 받아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율'의 시선을 따라가는 청소년 문학인데
이 친구... 마음이 참 많이 힘들어서 읽는 사람도 같이 힘들어진다🥲

멀쩡한 사람을 봐도 저 사람도 속은 더럽겠지 하고 어림짐작은 기본,
무심한 사람들을 보면 역시! 세상은 썩었고 사람들은 남 일에 관심이 없어😔
하고 점점 더 확증편향에 절여지는 모습을 아주 여실히 볼 수 있다

이런 주인공의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제도권 밖의 존재가 나타난다✨

자긴 지구 출신이 아니라 저 먼 별에서 왔다면서
허구한 날 옥상에서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애🌠

첫 만남에 속내를 감춘 주인공의 거짓말을 간파하고
너 참 특이하다며 해사하게 웃어주는 애

늘상 타인을 본인 기준으로 재고 따지며
거짓으로 비위를 맞추고 지내던 주인공에게
너무나 어렵고 독특하고 끌리는 친구 이도해가 나타난 것!

이렇게 가면을 벗기고 솔직해지게 만드는
희한한 애한테 빠지면 답이 없는데!
꼭 빠지게 된다🤭

짚신도 짝이 있듯 어딘가 붕 떠서 남들과 어울리지 못 하던 둘이
옥상에서 자주 만나 둘도 없이 친해지고 힐링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연 중후반부터 이도해가 실종되면서 대혼란이 온다😱
충격! 이도해 진짜 사라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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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래도 둘이 다시 만나죠?
A. 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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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말은 열려있다🍀

율은 자신의 내면세계로만 향하던 어두운 시선을 털어내고
타인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변화의 씨앗을 던져준 도해와 언젠간 재회할 수도 있다는 힌트를 던져주긴 했는데

평생 못 만나고 그리워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아가씨의 명대사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도 생각나고,
잠깐 만났던 빛으로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엔딩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련한 것처럼🥹
해피 좋아하면서 새드에 별점 더 주는 모순적인 자의 바람🤭

마음을 열고 읽으면 누구나 과몰입 할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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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는 거짓 없이 만나자."

✔ 정상이 되기 위해선 정상이 아닌 걸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너 진짜 특이하다." "특이하고 이상해."

✔ 이렇게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애는 처음이었다.

✔ "원래 현실은 다 시시한 거야."

✔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 볼 수 있는 사람은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 "나 같은 게 주인공이면 재미없을걸." "나는 좋을 것 같은데."

✔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외계인이라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하고, 불안해하고 헐뜯고, 그리고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것이다.

✔ "네 상처에도 장례를 치러 줘."

✔ "자식에게 부모는 세계야. 싫어도 애정을 갈구하게 되는 세계."

✔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그렇기에 진실은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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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가제본 서평단 이벤트에 선정되어 창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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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유전공학의 발전과 논쟁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예병일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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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유전공학의 발전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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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전공학의 정의 자체를 관념적으로만 얼추 알고 있었는데
첫장에서 가볍게 비슷비슷한 용어들의 정의를 제대로 알고보니
내가 기존에 유전공학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건 사실
유전학에 더 가까웠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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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과학서 또는 교수님이 집필한 책이라고 하면
펼쳐보기 전부터 부담감을 갖기 쉽지만
이 책은 의외로 아주 쉽게 쓰여 있어서
과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 안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이렇게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게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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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유전공학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 2장 지금 주목해야 할 유전공학 기술은 무엇일까?
✒️ 3장 유전공학, 어떤 논쟁이 있을까?

특히 3장에서는 최애 영화 중 하나인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복제인간 소재를 다룬 영화나 소설 이야기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명작🥹
유전공학에 대한 책이니만큼 당연 가타카도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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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좀 잠잠해졌지만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를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인류는 기존의 질병에 더해 또 어떤 새로운 위협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그럴 때 꼭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유전공학이 아닐까 싶다

물론 스파이더맨의 유명한 명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유전자를 건드리고 대량으로 뭔가를 생산한다는 것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분야에 대해 짧은 시간동안 아주 액기스로 체득할 수 있었던 뜻깊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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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변화가 없다고 해서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 유전공학 기술은 생명을 다루는 과학 기술이므로 철학적 논의를 수반한다. 타고난 유전체를 교정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 그러나 사람이 지닌 유전체는 원래부터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기에 생물의 진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지금도 유전체의 끊임없는 변화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

✔ 많은 이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복제 연구를 하는 이유는 복제 기술이 의약품 개발, 장기이식, 질병 치료, 식량난 해결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논쟁거리가 생기는 경우 그 발단이 된 일을 조금씩 시도해보다가 별문제 없으면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곤 한다.

✔ 복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학자들의 호기심을 막을 방법도 없고, 막는다면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이상한 연구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 차라리 가이드라인을 정해 학자들이 그것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지식과 정보를 얻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물론 '우성'이나 '열성' 같은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형질을 타고나더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우성과 열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논쟁의 결과는 확실한 이론적 근거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어떤 방법이 더 편리한가에 따라 판가름 나는 경우가 많다.

✔ 유전공학의 세계에서는 생명과 관련된 어떤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 GMO를 피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하는 종자 자체가 변형된 유전자가 들어간 채 유통되기 때문이다.

✔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혹은 꾸준한 노력으로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그 한계를 예측조차 하기 힘든 상태에서 후천적으로 변화 가능한 인간의 능력을 유전자에 따라 한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 생명현상은 여러 기능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 나타나는 것이므로 유전정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깊이 있는 학문의 세계는 새로 알게 되는 것만큼 의문도 생겨나는 일이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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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 이벤트에 선정되어 김영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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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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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임플란트 구독 기간 종료까지 1개월. 연장하시겠습니까?


나는 '예'를 눌렀다. 화면이 전환되면서 이번에는 다음 문구 가 표시되었다.


심장 임플란트 1년 플랜(최고 인기): 105억 원(17% 할인)

심장 임플란트 1개월 플랜: 10억 5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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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기대수명을

150살까지 내다보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평균 수명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자본의 힘으로도 어느정도 수명을 늘릴 수야 있겠지만


명이 길든 짧든 돈이 많든 적든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국 때가 되면

사람은 다 떠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돈으로 수명을 살 수 있다면?

지금처럼 연명치료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쌩쌩하게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면?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 멀고도 가까운 미래 이야기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완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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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다루는 핵심 기술로 버디와 장기 임플란트 두 가지가 있다


버디는 고기능 ai와 비슷한데 두피에 새겨서 외부 업무처리는 물론 생체리듬 조절까지 가능하고

장기 임플란트는 말 그대로 장기를 새로 교체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거라 생명에 직결되며 유지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주인공은 이 장기 임플란트 유지 비용을 벌기 위해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을 유혹해 유산을 상속 받는

뭐...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재산을 불려 살아남는

생존 로맨스 스릴러만 나올 줄 알았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직간접적으로 겪거나 듣는

여러 스토리들이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흥미로워서

이 세계관 속 블랙코미디 썰들만 한 보따리 더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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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포함해 이런 기술의 발전을 보며 과도기를 보낸 인물들이

얼추 100살 좀 넘게 살고 있는 시점인 걸 보면

책의 배경이 그렇게까지 먼 미래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이 정도의 미래가 도래했을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뤄

더 와닿는 게 많았다


- 살아있는 조각상

- 문학상에 도전하는 노부부

- 기억을 매입하는 건물


위의 세 가지 에피는 각자 단편소설로 따로 나와도 될 정도로

가장 흥미롭고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씁쓸하지만

사과 로고를 가진 브랜드에서 만든 자동차가

영하의 온도에서 시동이 꺼져버리는 이슈가 있었다든가 하는

웃픈 면면들도 있어서🤣

너무 무겁지 않게 책장을 빨리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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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이 사라지고 모든 기억이 영원히 유지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정말 문자 그대로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게 될까?


책을 덮은 뒤로 이 두 가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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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벤트에 선정되어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심장 임플란트 구독 기간 종료까지 1개월. 연장하시겠습니까?

어릴 때였으면 100년 넘게 살았으면 삶에 별 미련이 없지 않겠냐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은 살아도 살아도 아쉬움 뿐이다. 구체적으로 뭐가 아쉬운지도 모르는 채 그저 아쉬웠고, 억울하기도 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소망이 얼마나 선명하게 빛나는지, 고 작 그 정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 품에서 조용히 죽었다. 사인은 임플란트 구독 기간 만료로 인한 심정지였다. 이 시대에도 영생은 이론에 불과하다.

과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는 데는 반세기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특유의 성과주의와 능력주의에 물든 국민 정서를 바꾸는 데 는 그 두 배의 기간을 들이고도 실패한 나라다웠다.

모든 걸 고려하면 욕망이 들어설 자리는 극히 좁다.

성향은 타협하거나 설득할 수 없다.

비밀은 책임을 만들어낸다.

고수명 시대의 인간은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유치했다. (···) 과거 나잇값이라고 말해지던 태도가 단지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것일 뿐이었음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머리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도 뚜벅 뚜벅 힘든 길로 가버려요.

믿음이란 철저한 의심 끝에 간신히 거슬러 받는 잔돈 같은 것에 불과 하다.

녹아버린 걸 원래대로 얼리는 방법은 없나요.

가족이라는 톱니바퀴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그 사이에 틈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었다.

어떻게 의심 없이 사랑할 것인 가? 어쩌면 의심 없이 사랑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지도 모른다. 혹은 사랑과 의심은 한 몸이고, 그 불확실함을 껴안을 때 희미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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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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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또 가져야만 하는 현대의 이슈들을 종합해서 담아둔 것 같은 단편선 <떠나가는 관들에게>를 완독했다


혹자는 SF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허무맹랑 판타지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요즘의 한국 SF 소설들은 이렇게 우리가 발붙여 지내고 있는 현실에서 멀지 않은 주제에 충분히 공감 가능한 배경과 캐릭터들이 등장해 진입장벽이랄 게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던 일들이나 그간 영화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 자주 접해 익숙한 소재

그리고 생각도 못 했던 지점에서 머리를 띵하게 만들기까지


8편의 이야기 모두 우리 외면과 내면에 대해서 곱씹어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데 한없이 무겁지도 그렇다고 붕붕 뜨게 가볍지도 않아 그 적당한 무게감이 참 좋았다


이 정도 무게감이면 읽는 사람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느끼는 바는 명확하다는 점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주제를 다루는 무게감에 이어 던지는 메세지의 톤과 등징인물들 또한 좋았던 게 지금보다 더 생태계가 파괴된 시점의 미래, 이별, 불치병, 멸종, 반복되고 정해진 실패 등등...

좋게 보려고 애를 써도 도저히 좋게 볼 수 없는 키워드들이 즐비해 있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마냥 비현실적으로 무한긍정을 발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염없이 가라앉아 처지를 비관하고만 있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그렇게 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실낱같은 희망 한 줄기였다는 점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그 희망의 메세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마지막에 열린 결말로 마무리가 되는데 열린 방향이 충분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이라 되짚어 보면서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스러운 희망의 메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반대로 열린 결말인 만큼 새드 엔딩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수록 더더욱 환경보호에 힘을 쏟으면 돼...🥹

뒷부분에 실린 브릿지 서평 두 편도 참 좋았는데 나도 저렇게 말끔하고 멋진 서평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찬찬히 읽으면서 고무되는 시간이었다


완급조절에 박수를 주고 싶은 이번 소설도 언제나 그랬듯 발췌로 감상평을 마무리해본다 길이상 더 담지 못해 아쉬울 정도로 현시점에 가슴 깊게 와닿는 구절들이 많았다


나도 멀리까지 나가보고 싶었어. 아주 멀리까지. 닿지 않을 곳까지.

어리니까 더더욱 해야지 하는 말들과 불과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너는 그런 걸 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던 말들.

생각해 왔고 해볼까 했던 것들은 다시 만져보면 질감도 색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덩어리가 되었다.

수천수만 갈래의 가능성과 분기점 중 우리가 들어서 버린 길은 여기였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죽을 수도 없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추측하기란 너무나 쉽고, 우리가 선택해서 도착한 길보다 가보지 못한 길이 더 빛나 보이 기 때문에.

도도새, 회색 늑대, 큰바다쇠오리, 보석달팽이, 검은코뿔소, 양쯔강 돌고래, 핀타섬땅거북, 그레이트 리프의 대산호들...... 그들의 대부분이 우리 덕에 살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우리라고 그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을까?

우리에게 우리를 보존하고 우리의 존재를 사라지지 않게 할 권리가 있을까?

원래 누구나 멍청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멍청한 선택을 하는 법이다. 그럼으로써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더더욱.

왜 모두의 업보인데 터전을 버려야 하는 것은 어떤 누군가에게만 생기는 일인 걸까? 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을까? 왜 이산화탄소 기준치를 어겼다던 공장들이 잠기는 게 아니고, 누군가가 살던 마을이 잠기는 걸까?

찰나를 연이어 순간으로 만들고 순간을 연이어 삶으로 만들 면서 있는 힘껏 존재하는 것.

안녕. 곧 다시 만납시다. 언젠가 어느 찰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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