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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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기대수명을

150살까지 내다보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평균 수명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

자본의 힘으로도 어느정도 수명을 늘릴 수야 있겠지만


명이 길든 짧든 돈이 많든 적든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국 때가 되면

사람은 다 떠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돈으로 수명을 살 수 있다면?

지금처럼 연명치료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쌩쌩하게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면?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 멀고도 가까운 미래 이야기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을 완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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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다루는 핵심 기술로 버디와 장기 임플란트 두 가지가 있다


버디는 고기능 ai와 비슷한데 두피에 새겨서 외부 업무처리는 물론 생체리듬 조절까지 가능하고

장기 임플란트는 말 그대로 장기를 새로 교체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거라 생명에 직결되며 유지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주인공은 이 장기 임플란트 유지 비용을 벌기 위해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을 유혹해 유산을 상속 받는

뭐...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재산을 불려 살아남는

생존 로맨스 스릴러만 나올 줄 알았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직간접적으로 겪거나 듣는

여러 스토리들이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흥미로워서

이 세계관 속 블랙코미디 썰들만 한 보따리 더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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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포함해 이런 기술의 발전을 보며 과도기를 보낸 인물들이

얼추 100살 좀 넘게 살고 있는 시점인 걸 보면

책의 배경이 그렇게까지 먼 미래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이 정도의 미래가 도래했을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뤄

더 와닿는 게 많았다


- 살아있는 조각상

- 문학상에 도전하는 노부부

- 기억을 매입하는 건물


위의 세 가지 에피는 각자 단편소설로 따로 나와도 될 정도로

가장 흥미롭고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이 씁쓸하지만

사과 로고를 가진 브랜드에서 만든 자동차가

영하의 온도에서 시동이 꺼져버리는 이슈가 있었다든가 하는

웃픈 면면들도 있어서🤣

너무 무겁지 않게 책장을 빨리 넘길 수 있었다


.


망각이 사라지고 모든 기억이 영원히 유지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정말 문자 그대로 영생을 누릴 수 있다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게 될까?


책을 덮은 뒤로 이 두 가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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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벤트에 선정되어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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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였으면 100년 넘게 살았으면 삶에 별 미련이 없지 않겠냐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은 살아도 살아도 아쉬움 뿐이다. 구체적으로 뭐가 아쉬운지도 모르는 채 그저 아쉬웠고, 억울하기도 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소망이 얼마나 선명하게 빛나는지, 고 작 그 정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녀는 내 품에서 조용히 죽었다. 사인은 임플란트 구독 기간 만료로 인한 심정지였다. 이 시대에도 영생은 이론에 불과하다.

과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는 데는 반세기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특유의 성과주의와 능력주의에 물든 국민 정서를 바꾸는 데 는 그 두 배의 기간을 들이고도 실패한 나라다웠다.

모든 걸 고려하면 욕망이 들어설 자리는 극히 좁다.

성향은 타협하거나 설득할 수 없다.

비밀은 책임을 만들어낸다.

고수명 시대의 인간은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유치했다. (···) 과거 나잇값이라고 말해지던 태도가 단지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것일 뿐이었음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머리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도 뚜벅 뚜벅 힘든 길로 가버려요.

믿음이란 철저한 의심 끝에 간신히 거슬러 받는 잔돈 같은 것에 불과 하다.

녹아버린 걸 원래대로 얼리는 방법은 없나요.

가족이라는 톱니바퀴는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그 사이에 틈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었다.

어떻게 의심 없이 사랑할 것인 가? 어쩌면 의심 없이 사랑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지도 모른다. 혹은 사랑과 의심은 한 몸이고, 그 불확실함을 껴안을 때 희미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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