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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천로역정 - 이동원 목사와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16년 8월
평점 :
"참된 순례자는 자기가 가야할 궁극적인 본향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경은 그 본향이 하늘에 있다고 가르칩니다. 만일 우리가 그런 궁극적인 본향을 알지 못하고 인생 길을 가고 있다면 우리는 순례자가 아니라, 방황하는 나그네에 불과할 것입니다. 나는 순례자인가 나그네인가를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p.13)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학력은 일정 기간의 수업을 마치면 학위가 수여되고 인정된다. 또 오랜 현장 경력은 스펙이 되고, 자랑이 된다.
그러나 신앙의 여정은 시간이 오래 지난다고 인정되는 것도, 자랑거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신앙의 길을 출발한지 언 20년이 지났다. 어떤 이에 비해서는 짧은 시간이겠고,어떤 이에 비해서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그 어떤 자랑도 경력도 되지 못한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주님 앞에 나 자신을 점검하고 단련해야할 본향을 향해 나아가는 한 <순례자>일 뿐이다.
성경 다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기독교고전 <천로역정>은 바로 한 순례자의 이야기이다.
오래전 청년 때 읽고는 그 깊이와 은혜를 한동안 잊고 있었던 작품인데, 이번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읽고싶어지는 책이 되었다. 이동원 목사님은 <천로역정>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경기도 가평에 천로역정 순례길를 조성하면서 1년에 걸쳐 천로역정으로 강해설교를 하였다. 천로역정을 좀더 쉽게 천천히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신앙의 길을 잠잠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고난보다는 축복을, 가난보다는 부함을, 약함보다는 강함을 좋아하는 본성이 언제부턴가 흐물흐물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두렵고 부끄러웠다. 마치 본향이 없는 사람처럼, 이 땅에만 만족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순간들. 나는 천성을 향해 믿음으로 나아가는 순례자인지, 방황하는 나그네에 불과한 자는 아닌지 물어본다.
<천로역정>을 통해 기독교의 본질적 영성을 '구원의 영성', '성화의 영성', '완주의 영성' 세가지로 요약해주면서 주인공 크리스천의 순례길 여정을 통해 고난, 전도, 좁은 문, 십자가, 믿음, 겸손, 절망, 천국 등의 이해를 돕고 있는 책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순례길에서 깨닫게 되는 <구원>의 은혜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십가가를 지는 것은 철저한 자신에 대한 죽음을 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죽기를 각오하면 그것이 바로 다시 사는 삶, 부활의 길이 됩니다. 순례자 크리스천은 결국 혼자 순례의 길, 구도의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자신과 가족을 살리는 길이었습니다. 내 남편이, 내 아버지가 천성에 도달한 소식을 접한 가족들도 <천로역정> 2부에서 순례의 길을 따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가 지불을 피하는 사람들, 십자가를 피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선물은 보장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먼저 십자가를 지고 그 길을 가야합니다." (p.50)
지금의 교회는 넓은 길을 걸어가길 원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의 설교는 넓은 길을 가도록 응원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나는 넓은 신앙의 길을 가기를 원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예수님이 가신 길과 천로역정의 주인공이 걸어간 순례의 길은 넓은 길이 아니었다.
참된 순례길을 걸어가기를 도전하는 책,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다시금 읽고 신앙의 기본을 점검하도록 독려해주는 책이 되었다.
더불어 나의 믿음이 어떤 고난에도 변치 않기를,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을 배반하는 자 되지 않기를, 사랑하는 교우들이 일평생 믿음 잃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