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저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젊은 시절부터 니체가 탐탁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점에서는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나의 탐탁찮음은 40년 이상 니체를 읽고 연구한 저자와 빗대어 말할 수는 없다. 그 이름이 너무나 유명한 철학자이지만 정작 나는 아는 것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철학은 다소 어렵기도 했고, '신은 죽었다' 라는 차라투스트라의 말을 빌린 기독교에 반하는 그의 사상을 일단 부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자의 글에 따르면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일본에서도 '싸우는 철학자'로 통한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와닿게 된다. 그렇게 니체도 이 책의 저자도 왠지 닮은꼴이다.
니체의 생각에도, 저자의 생각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또 어떤 면에서는 불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착함, 연약함, 선량함 등에 대한 비판이 왜 나왔을까 생각해보면서 일단 접근해보았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기독교에 반하는 사상을 내놓고, 말년엔 정신병으로 생을 마감한 니체. 니체는 왜 그토록 '약자=착한 사람'을 싫어했을까? 니체가 말하는 약자의 정의를 풀어쓴 대목이다.
"약자란 '나는 약하니까'라는 이유를 뻔뻔스럽게 내세우면서 그것이 상대를 설득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믿는 사람, 자신이 사회적으로 약한 입장이라는 점에 대해 전혀 부채감을 느끼지 않고,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약함을 당연하다는 듯 내보이며 약자의 특권을 요구하는 사람이다." (p.33)
저자는 현대 일본에서 나타나는 신형 약자들을 니체의 약자 비판과 연결해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비판한다.
"그리하여 현대 일본에서는 기괴하고 흉포한 응석을 부리는 약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모두 그들의 약함을 무기로 삼은 강함에 벌벌 떨고 있다." (p.64)
책을 읽는 동안 <착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까지 거세게(?)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착함과는 다른 착함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되면서 좀더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말하는 착함, 약함은 어떤 것일까?
사도 바울이 자신의 약함을 자랑하였던 그 약함,
예수님이 가르쳤던 사랑의 계명은 현대 일본 사회와 19세기 독일 사회에서 나타난 '약함', 착함'과는 다른 자기부정, 자기희생이다.
니체가 혐오했던 <약함>은 나약함이라고 하면 더 맞지 않을까? 그 약함을 기독교 전체로 규정짓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저자가 니체의 책을 평생 독파하면서 내린 결론을 보자.
"나는 니체의 착한 사람 공격이나 동정심 비난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약함, 비열함, 선량함을 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히틀러의 유대인 혐오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유대인스러운 요소에 대해 증오했던 것처럼." (p.21)
어쨌든 니체가 말하는 우리 안에 있는 그 <착함>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 <착함>으로 포장되었던 실제하는 약함, 비열함, 선량함을 벗겨보게 하는 책. 스스로 약함을 자랑 삼고, 집안으로 숨어들어가는 이들, 자살을 선택하는 일본 사회가 좀더 강해지길 바라는 저자의 외침이 묻어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