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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평점 :

매일 큐티를 하다보면 성경속 인물들이 죽고 죽고 죽는 역사를 자주 대하게 된다. 어느날 아이가 "엄마, 다윗도 죽었어요? 솔로몬도 죽었어요?" 묻는다. "그래 사람은 누구나 다 죽게되지."했더니 슬퍼하며 우는 아이. 그리고 외할머니와 안부 전화를 하며 할머니가 보고싶다는 말을 전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일이 문득 생각나는 그런 소설이었다.
다산책방 덕분에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소설을 모두 읽은 터이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있다" 세 권 모두 독특한 캐릭터의 주인공들을 통해 엮어내 주던 잔잔한 감동이 각기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서술되었던 소설들이다.
이번에 네 번째 만난 책,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구성면에서 완전히 새롭다.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주인공 할아버지. 그의 기억 속에 자리한 사랑하는 손자 노아와 먼저 이별했던 아내, 그러니까 노아의 할머니, 또 아들 테드(노아의 아빠)와의 추억들을 수필처럼 엮어내준다.
짧은 글귀들 하나 하나에서 가족, 사랑, 인생, 관계와 같이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남자 작가가 쓴 문체인가 싶을만큼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곳을 할아버지의 머릿속이라고 해야할까? 그래 기억하는 그곳, 그 순간들, 추억의 장소가 다 맞다.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미안하다, 노아노아, 미안하다."
"우리 작별하는 법을 배우러
여기 온 거예요, 할아버지?"
"노아는 물고기를 낚는 법과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준 노인의 손을 잡는다. 거의 모두가 두려워하는 영원이라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니 그런 점에서 수학이 노아에게는 축복이었다. 노아가 우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죽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을 떠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p.79)
모든 게 사라지는 순간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싶은 손자의 손.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의 지난 추억.

점점 잃어가는 기억들.

슬픈 상황이지만 슬퍼하지 않는다.
생각이 참 예쁜 노아.
"그리고 저를 잊을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네.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p.134)
소설을 읽으며 이별을 준비하는 하루하루가 불행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와 노아가 생각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기억을 추억하며 하루하루 이별을 준비하려면 지금 살아가는 순간이 그런 추억이 되도록 살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