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무심하고 까칠한 프랑스 사람들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20180825_142458.jpg

 

@시크:하다/조승연/와이즈베리

 

 

프랑스 하면 고작해야 에펠탑이나 몽마르트 정도 떠올리는 게 나의 한계일 터인데 이 책은 조승연 작가가 프랑스 이주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를 통해 프랑스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어느 방송사의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 중 프랑스편을 집중적으로 본 느낌이랄까! 나와 다른 문화를 알아가다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프랑스는 세대를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이 겪었고 그 과정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얻은 결론은 '인생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없다'이다 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성공한 인생이 되려고 발버둥 치지 않고 '소확행'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이기주의자'로 살아간다. 예의와 인정을 중요시 하는 우리 문화에서 볼 때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겠지만 그 뿌리를 파헤쳐보면 '이기주의적 주관'과 '쌀쌀한 행복'이 그 핵심에 있다는 것이다. 주관있게! 행복을 위해서!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서문)

 

이런 시크함은 요즘 나의 아이들에게서도 많이 느껴진다. 규율에 순응하고, 자신의 감정을 감추며 사는 것에 더 익숙했던 엄마세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훨씬 더 솔직하게 '나는 나'답게 커가는 것 같다. 성공에 대한 생각도 오히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두지 않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시크함'이 한국에도 조금씩 보여지는 건 아닌지. 물론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아직 거리감이 먼 이야기들이 많긴 하다.

"파리에 살면 살수록 나는 무언가 할아버지 시대의 자명시계처럼 구닥다리 톱니바퀴가 고장이 날 듯하면서도 용케도 잘 돌아가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그에 동화되었다. 그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 p.25

 

 

여러 인문학 강연과 책으로 잘 알려진 저자에 대해 각인된 이미지라면 '언어', '영어 유창성' 같은 키워드가 먼저 떠오른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은 표지에 소개된 대로 딱 프랑스 사람들의 삶을 잘 관찰해서 써내려간 인문학 에세이였다. 10살 때 어머니와 함께,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 때, 대학을 마치고 이주해간 후에도 여전히 파리의 어느 음식점에서 매번 같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곳. 작가 개인이 젊은 나이에 느낀 파리는 분명 빠르고, 편하고, 최신식의 어떤 것을 금방 쫓아가는 한국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던 것 같다. 특별히 미국과 프랑스 모두에서 유학 시절을 보낸 저자는 두 나라를 비교선상에 계속 두기도 한다. 총 8가지 챕터를 통해 소개한 프랑스인들의 편안함에 관한 관점, 메멘토 모리, 음식에 대한 철학, 우정을 나누는 방식, 가족과 육아와 성공 그리고 연애에 대한 그들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분명한 건 저자 스스로도 프랑스인, 특히 파리지앵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이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한국인의 삶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찾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바가 그랬다. 한국이라는 문화권에 깊이 몸담고 있으면서 '참 낯설다', '헉, 이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점들이 있었지만 분명 도전되고 신선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 요리에 대한 태도와 국토를 사랑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함으로 농어민의 삶이 풍요롭게 보장받는 모습은 참 본받을만하다 싶었다. 신토불이가 사라져가고 인스턴트 음식에 점점 더 의존하는 지금의 우리집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이다 보니 더욱 그랬나보다. 역시나 교육과 성공에 관한 이야기도 피부에 많이 와 닿았다. 프랑스가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용인이 안되지만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알수 있는 대목도 있었다. 타문화를 배워본다는 것은 새친구를 사귀게 된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이다. 언젠가 파리에 가게 되면 '시크해서 행복한 사람들', '파리지앵'들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친구가 될수 있도록 도와줄 그런 책이다.

 

 


 

2018-08-27-19-47-41.jpg

 

@시크:하다/조승연/와이즈베리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부리며 추악해지기 전에 '적당한' 때에 미련 없이 물러나 경치 좋은 곳을 두루 다니며 그림을 그린다거나 낚시를 한다거나 하면서 여유롭게 살았다면, 그래서 더 젊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과 사뭇 다른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돈을 벌어도 쓰지 못하고 권력을 잡은 뒤 놓지 못하는, 돈과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사회는 이미 돈도 큰 의미가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p.1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핑크] 성서원 어린이 컬러 성경 개역개정 - 소(小) 단본 색인 - 무지퍼.인조가죽
성서원 편집부 엮음 / 성서원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성서원 어린이 컬러 성경(小)
개역개정/주일학교 예배용 성경



1.jpg

 


아이들 통독용 성경은 주로
일러스트 쉬운말 성경으로 읽혔는데
교회에서 주일학교 예배 드릴 때는
개역개정판 성경을 사용하고 있어요.




2.jpg


그래서 새친구, 진급자 선물용 성경으로
어린이 단행본 성경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성서원 어린이 컬러 성경을
핑크색으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넘 좋아하는 파스텔 톤 핑크!!




3.jpg

 


주기도문과 사도신경도
예쁜글씨체로 만날 수 있구요~




4.jpg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면서
성경을 읽는다면 훨씬 도움이 된답니다.




5.jpg


궁금증 많은 우리 아이들이
성경을 읽다가 어려운 부분을 만나게 되면
혼자서도 도움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참 많아요.

성경 일러스트, 그림 해설, QA,
말씀과 삶, 성경 탐구, 성경 풍습, 성경 상식,
성경 퀴즈, 성경 인물, 성경 무대,
성경 지도, 성경 사진, 성경 도표, 명언



6.jpg


7.jpg


8.jpg


9.jpg


10.jpg


11.jpg

 



성서원 어린이 컬러 성경(소)은
본문 글씨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예배용 성경으로
아이들이 휴대하기에 가볍고
표지 촉감도 부드럽다는 게 참 좋아요.




12.jpg


무엇보다 성경 스토리에 맞춰진
김천정 화백의 600여개의 일러스트가
가독성과 흥미를 한껏 더해주는 성경이랍니다.
흑백 성경만 읽던 저도 컬러 그림으로 보니
성경이 확실히 눈에 더 띄네요.


스티커 이미지 
    


13.jpg

 

성서원 어린이 컬러 성경은
핑크 외에도 민트 색상도 있으니 참고하시고,
주일학교 예배용 성경으로 추천해봅니다^^



14.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 오트버그의 관계 훈련 - 조금 다른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기
존 오트버그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다른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기"

 


 

IMG_20180810_122920_059.jpg


 

 

존 오트버그의 책은 처음 읽어보았다. 심리학과 성경을 토대로 쉽고 명료하게, 때론 유쾌하게 써내려간 문체가 예순의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특별히 지극히 내향적인 자신과 반대로 외향적인 아내와의 관계에서 쌓아 온 훈련, 자녀를 양육하면서, 또 하나님과의 오랜 관계훈련에서 얻은 지혜가 도전이 많이 된 책이다.

신혼여행 가는 첫날부터 관계의 어려움을 겪은 건 비단 저자의 일화 만이 아닐 듯하다. 돌이겨보면 신혼시절 남편과 나도 그랬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그래왔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다고 우리는 친밀함을 나눌 수 없다. 저자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든 친밀함의 기본 구성 요소들은, 의미있게 공유한 여러 경험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집중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그 친밀함의 대가(大家)로 예수님을 꼽고 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예수님 그리고 다른 사람과 서로 친밀한 관계를 이루며 사는 기술을 터득하기 위한 열쇠이며, 사랑이 바로 그 기술을 터득했다는 증거다." p.40

 

 

친밀함의 유지는 쉽지 않다. 특히 친밀함은 사랑과 구별 된다. 하나님의 사랑 '아가페'가 조건없는 일방적인 사랑이듯 사랑은 일방적일 수 있지만 친밀함은 상호적, 양방향이라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처럼 하나님과의 친밀도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 요즘 하나님의 임재를 얼마나 경험하는가?
- 성경 읽기에 관한 나의 열정은 어떤 상태인가?
- 감사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끼고 얼마나 자주 하나님께 표현하는가?
- 기도가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가,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가?
- 개인적인 양심과 사회적인 양심이 더 깨끗해지고 있는가?
-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보다 더 관심을 쏟는가?
- 나는 전보다 더 많이 나누며 사는가? 전보다 더 나누기를 원하는가?
- 전보다 더 오래, 많이 참는가?


애착과 분리에 대한 설명은 흥미로웠다. "샬롬이 하나님과 인류, 모든 피조물이 정의와 만족, 기쁨 안에서 하나로 묶인 상태라면, 친밀함은 하나님이 분리하신 자아들이 '우리'(부부, 가족, 친구, 팀)로 묶이는 것이다."  어린시절의 애착 경험은 어른이 되어 분리라는 경험을 통해 건강한 독립을 이룰 수 있게 한다. 그렇게 건강한 인격을 지닐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밀함은 상대의 초대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계속 높아지거나 낮아진다. 사람들은 친밀함으로의 초대에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반응을 보이는데 이건 사실 매일 매일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찾아와서 "커피 한 잔 할래?"라고 말할 때 처럼.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우리를 초대하신다. 더는 어둠 속에 혼자 걷지 않고 예수님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오늘을 살아야겠다.

 

 


 

2018-08-18-16-40-31.jpg


 

 

'저, 사람 참 어렵다'라고 생각하기 전에 저자는 5가지 훈련을 하라고 한다. '나'에 관한 진실을 마주할 줄 아는 자기 인식,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우는 관계의 황금률, '약속'을 하고, 믿고, 지키는 연습, '마음의 담' 허물기(제일 허물기 힘든 것), '약함'과 '권위'가 건강하게 어울어지도록 하는 훈련이다.

"우리의 자기기만은 끝을 모르며, 이는 친밀함에 치명적이다. '경험을 나누는 것'이 친밀함의 열쇠인데, 자신의 마음과 영혼이 무엇을 경험하는지 인식하지 못하면 그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도 없다. 자기 인식이 부족하면 하나님을 만날 수도 없다... 자기 인식이 부족하면 자기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곪아 가는 두려움과 분노, 탐욕, 불평을 하나님이나 남들에게 투사하기 쉽다." p.113

책을 읽으며 나와 관련된 여러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가장 친밀하다고 생각되었던 남편과 자녀와의 관계도 내가 계속 훈련하지 않으면 때론 심리학자 아론 벡이 말한 것처럼 '작은 출구'의 범주 안에서 무너지는 약속들이 있음을 발견했다. 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빅미(Big Me)'의 시대의 한 사람답게(?) '나' 자신의 실수와 부끄러움은 마주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잘못 만 탓하다가 친밀함을 점점 잃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과의 관계는 그 친밀함을 더하려고 애씀이 늘 부족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매일 매일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처하는 나의 반응이 참 실망스러울 때가 많지만 관계의 '샬롬'을 위해, 그 샬롬이 내 삶의 울타리 밖으로까지 흘러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실천해보고 싶다. 부부, 부모와 자식,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터 최종적으로 하나님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인의 삶에 요구되는 성경적 친밀함에 대해 자세히 배워볼 수 있는 책이다.

"진정한 친밀함에서 우러나온 사랑은 우리를 진짜로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인, 피, 원한... 이런 소재들이 싫다. 무섭고 끔찍하다. 그래서 책으로도 영화로도 굳이 만나지 않는 성향인데 이번에 《초크맨》을 읽고 서평을 쓰려니 지금도 혈압치수가 높아지는 듯 하다.

참 잘 쓴 소설이다. 이야기의 구성과 문장의 표현이 매력이 넘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총 39개국에 계약될 만 하다. 한국어판 표지도 소설 《초크맨》을 너무 잘 표현해주었다. 아이들이 그린 귀여운 그림 같은 이 분필 그림 위로 피 튀기는 끔찍한 살인사건을 연상해야한다니... 

이야기는 1986년의 사건과 30년이 지난 2016년을 오가며 교차적으로 펼쳐진다. 모두 소설의 화자인 에디의 기억을 더듬는 형식이다.  엔더베리라는 장소적 배경 안에 참 많은 사건들이 말그대로 스릴 넘치게 일어났다. 1986년 지역 축제가 열리던 날 일어난 댄싱 걸(일라이저)의 사고, 그 현장에 있었던 에드와 교사 핼로런, 그리고 다섯 명의  패거리(엄마인 내눈에 맘에 들지 않는 녀석들) -메탈 미키(미키 쿠퍼), 호포 (데이비드 홉킨스), 뚱뚱이 개브, 에디 먼스터(에디 애덤스), 니키(니콜라 마틴)- 와 그 가족들의 사건, 특히 미키 형 션 쿠퍼의 죽음, 호포의 개 머피의 죽음, 해나의 임신, 마틴 목사 사건... 그리고 2016년의 에디와 하숙인 클로이, 미키의 죽음, 그리고 패거리 친구들에게 전해진 분필과 초크맨 그림...그중 단연 가장 큰 축이 된 숲속에서 발견된 소녀의 잘려진 시신, 그리고 사라진 머리...바로 댄싱 걸의 살인사건이다. 말그대로 엔더베리에 간헐적으로 일어나던 일이 마침내 '최악의 사태'로 벌어진 것이다.


"한 소녀의 머리가 황갈색 낙엽 더미 위에 놓여 있었다. 아몬드 모양의 눈은 차양처럼 우거진 단풍나무와 너도밤나무와 떡갈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나뭇가지 사이를 머뭇머뭇 뚫고 숲속 땅바닥 위로 금가루를 뿌리는 햇살을 쳐다보는 건 아니었다. 검은색으로 반짝이는 딱정벌레들이 동공 위에서 종종걸음 쳐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어둠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소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기대감에 손가락을 떨며 그녀의 머리칼을 가만히 어루만지고 차가운 뺨을 쓰다듬었다. 그런 다음 그녀의 머리를 들어서 너덜너덜하게 찢긴 목에 들러붙은 몇 장의 낙엽을 털고, 분필 조각이 몇 개 들어 있는 배낭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마흔이 넘은 에디의 눈으로 읽혀지는 현재 시점과 지극히 '어린아이'스러운 열두 살 에디의 눈으로 기억하는 과거 시점을 너무 잘 섞어 놓았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 메시지는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예단하지 않고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며 읽으면 더더욱 재미있는 소설이다. 미키가 남긴 단서 '머리카락'이란 메모를 보니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 더 생생해진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소설은 스릴러이기도 하면서 등장인물들이 30년이란 세월동안 성장해 온 모습을 그려내주는 부분에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부모형제와 얽힌 각기 다른 사연들 속에서 그들은 그럼에도 성장했다. 친한 친구들이지만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참 많다. 몰랐던 것도 많다. 에디가 사실대로 모든 것을 말했다면(그가 말했어야할 건 한 두개가 아니다) 사건은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소설 속 에드는 보통내기는 아닌 게 분명하다. 많은 사건들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잔잔한 어조와 태도를 보이는 점, 특히 죽은 댄싱 걸을 대했던 태도를 볼 때 그랬다. 아무튼 '에드'와 '초크맨'을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딸이 생일 선물로 받은 분필로 집앞에 함께 그려놓은 그림 덕분에 탄생한 소설이라니 더 놀랍다. 에디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짓말과 비밀'이 한데 뒤엉킨 소설이었다.


"이제 그리운 추억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햇빛이 아른거리는 오솔길을 걸으며 애틋한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이 길은 웃자란 거짓말과 비밀이 한데 뒤엉켜서 어두컴컴하고, 움푹 파인 구멍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그리고 그 길에 초크맨이 있다." p.247

"개브도 션의 자전거를 훔쳤을 때 그렇게 될 줄 몰랐다. 나도 핼로런 씨의 집에 반지를 두고 나왔을 때 그렇게 될 줄 몰랐다." p.326


결말을 이제 다 알게 된 이상 《초크맨》을 처음 부터 다시 읽어내려 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럼에도 왠지 충분히 스릴넘칠께 분명하다.

#초크맨 #다산책방 #공포소설 #스릴러 #성장소설
#C.J튜더 #장편소설 #아마존올해의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
이승희 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 프로페셔널,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2018-07-31-20-20-01.jpg


 

 

그 누구보다 바쁘게 현장을 뛰고 있는 마케터들의 이야기. 젊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보통은 스타트업계의 성공신화를 이룬 CEO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의 편집 의도는 그 방향부터가 좀 달랐다. "현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 경험, 통찰"에 시선을 맞춘 책이라고 보면 된다. 바로 영 프로페셔널의 이야기를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풀어내주고 있다.

배달의 민족, 스페이스오디티, 에어비앤비, 트레바리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브랜딩', '마케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네 명의 마케터가 모였다. 마케팅과는 아무 관련없는 나도 이 책을 관심있게 읽은 이유가 있다면 '음식, 음악, 여행, 독서'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용해 본 브랜드도 있고 생소한 브랜드도 있었지만 책을 읽어보니 꼭 직업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마케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사이트가 많았다.

 


 

2018-08-03-12-17-39.jpg


 

 

마케팅이 소통이라면 브랜딩은 관계입니다. 좋은 브랜드는 저절로 생기지 않아요. 브랜드의 존재 의미에 집중하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를 일관성 있게 전달할 때 좋은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과대 포장하거나 억지스러우면 잠깐은 통할지 몰라도 길게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p.79, 정혜윤)

 

 

지금은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로 실무자로 바쁘게 뛰고 있는 저자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실수투성이 시절, 센스 없던 시절, '난 왜 이렇게 일을 못할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성장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각기 풀어내주는데,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 중심엔 음식과 사람, 음악과 사람, 여행과 사람, 독서와 사람, 그렇게 사람이 있었다. 사람과의 소통과 교감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2018-08-03-13-29-24.jpg


 

 

다른 어떤 분야보다 브랜딩, 마케팅이라는 시장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장과 의식에 더욱 민감한 영역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젊은 네 명의 작가가 보여준 열정, 도전이 더 잘 어울려 보인다. SNS을 통해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일에도 열심을 보인 모습에서는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 지 3년 정도된 나에게도 생각하는 바가 많았다. 이왕에 하는 거 좀더 마케팅 관점을 보완해서 해볼까?^^ 그리고 이들의 매력은 딴짓(?)을 하는데도 있었다. 거기에서 얻는 영감이 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 될것 같다 . 또 각기 다른 자신만의 취향(헌책방, 벼룩시장, 음악, 소소한 여행, 독서 등)에 따른 평범한 경험을 통해 스토리에 집중하는 자세도 지니게 된다고 한다.

 

 

영감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노을 지는 하늘에, 퇴근길에 듣는 음악에, 늦은 밤 친구와 나누는 대화 속에도 영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에서 영감을 더 잘 느끼려면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P.328, 이승희)

 

자신이 가는 공간과 사는 물건에 어떤 스토리가 숨어 있는지 궁금증을 가져보세요. 이야기를 찾는 과정은 마케터의 일에도 도움이 됩니다. 스토리는 진정성이 있을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줍니다.(p.413, 손하빈)

 

스타트업의 매력을 느끼는 이들, 마케터라는 직업에 관심있는 취준생들에게 더욱 유익한 내용이 되어줄 책이다.  경제분야 전문서적이면서도 에세이처럼 읽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각 브랜드별 인상깊었던 카피 문구를 남겨보며 마케터의 매력을 느껴본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배달의 민족)

 

"언제나 내겐 마음을 읽는 친구가 있었다
사랑은 떠나도 음악은 남아 있다"
(스페이스오디티)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에어비앤비)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트레바리)

 

IMG_20180801_182811_497.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