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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평점 :
언뜻보면 무책임해보이기도 하고 '딱 6시까지만!' 이라는 전제가 차갑게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 내 밥벌이가(?) 되어주는 일인데 6시 넘어서라도 좀 해주면 어디 덧나랴? 그러나 책은 좀더 발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6시까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일을 해내는 참 멋스러워 보이는 삶의 이야기다. 지금 세대는 일과 회사에 대한 인식의 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그 현주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회사는 '충성'해야할 곳이 아닌 '나의 발전과 성장'에 회사가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물어보는 세대가 된 것이다.
"영원히 좋은 회사는 없다. 회사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곳에 영원히 머물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회사의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이 심해지면 가장 먼저 자리를 비워야 할지 모른다. 한번 소속되면 영원히 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성장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관계를 업데이트해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61쪽)
"과거에는 인재들조차 회사를 옮기거나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요즘은 인재가 아닌 평범한 사원들도 더 나은 선택지는 무엇일지에 훨씬 더 과감하게, 수시로 생각한다." (65쪽)
이런 고민에 대해 저자는 좀더 과감하게 접근한다. 회사가 중심이 아닌 '나' 자신을 중심에 두라고. '어디에 들어갈 것인가' 대신 '무엇을 할 것인가' 를 고민하는 사고의 전환을 이끈다. 이런 흐름과 함께 소위 '딴짓' 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6시 전에는 외국계 기업 근무, 6시 후에는 직장인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 운영.
6시 전에는 교육콘텐츠 기업 근무, 6시 후에는 펍 '취향로3가' 운영.
6시 전에는 국내기업 시스템개발팀 근무, 6시 후에는 소설가.
6시 전에는 금융회신 마케팅팀 근무, 6시 후에는 커뮤니티 '해라! 클래스' 운영.
6시 전에는 대학 겸임교수, 6시 후에는 커뮤니티 '낯선대학' 운영.
6시 전에는 IT회사 마케팅팀 근무, 6시 후에는 독립출판 커뮤니티 활동.
6시 전에는 협동조합 근무, 퇴근 후에는 화가, 캘리그라피... 등등.
책에 소개된 이들의 다양한 이력이다. 공통점은 6시 퇴근 후에 '딴짓'을 하고 있다는 점. 나는 전업주부이니 본업은 가사일이지만 '책읽고 서평쓰기'라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나름의 딴짓을 하고 있다. 주부라는 게 6시 칼퇴근이라는 게 없으니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짬짬히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이들의 인터뷰 내용 중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한결같이 활력 넘쳐보인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어떤 이에겐 유튜브 활동이 또 어떤 이에겐 독서모임, 글쓰기, 커뮤니티 운영, SNS 등이 도피처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기회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회사가 나를 책임져 주지 않지만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 그 덕분에 개개인에게 오히려 더 즐겁고 풍요로운 '일'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준다.
일에 대한 고민, 회사의 대한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생계와 연관되어 있고 개개인에게 얽혀있는 여러 환경이 다 다름을 안다. 그럼에도 적당한 거리에서 회사를 '좋아하는' 방법과 아까운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회사 밖 '새로움'에 도전하도록 용기를 주는 책이다.
고민만 하다가 10년이 흘렀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주어진 몫만큼 잘 해내되, 나에게 있는 또 다른 에너지, 바람, 기대, 가능성을 무엇에 투자할지 결정해 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