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1. 나의 이야기
체육시간이 든 날이다. 오늘 주번인 아이를 찾아가 미리 사정을 해야겠다. 나랑 바꿔달라고...
그 아이가 원하는 다른 걸 들어 주기로 약속하고 바꾸었다. 다행이다. 이번엔 운동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중학교때 체육선생님은 나에게 별명을 하나 붙여 주었다. '뒤로 뛰는 아이'라고... 어떻게 뛰면 그렇게 못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시더니, 그런 별명을 달아 주셨다. 그 날 이후 나는 '뒤로 뛰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고 그저 재미난 별명쯤으로 생각하고 불러댔지만, 내겐 큰 상처로 남았다. 그리고 더 더욱 체육시간이 싫어 졌다. 아마도, 그때 만큼이나 운동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지 않았나 싶다.
#2. 내 아이 이야기
피아노가 배우고 싶다고 사정을 한다. 그렇지만 난 망설여진다.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리단 생각에...
4살 아이가 피아노를 치기에는 아직 이르단 생각에 아이를 달래 본다. 배우다가 중도에 그만 두기도 한다는데,
괜히 배우고 싶어한다고 덜컥 가르쳤다가, 아이가 제대로 배워야 할 시기에 싫증나 할까봐 걱정이 된다.
그래도 고집 부리는 아이에게 왜그렇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지 물었다.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피아노 배워서 음악가가 될거라구요"
5살 무렵,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나이도 이르단 생각을 가졌지만 1년 가까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이의 목소리에 내가 흔들렸다. 피아노학원을 방문해서 선생님께 일단 여쭤 보자고 해서 아이를 데려 갔다. 테스트결과, 내 아이 정도면 아주 충분히 배울 수 있단다~^^. 아이 칭찬에, 약한 부모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나...하하. 그날 바로 학원 등록을 했다.
지금, 6살... 조금 있으면 7살이 되는 아이는 지금도 피아노를 향한 열정이 크다. 이젠 지휘자가 되고 싶단다.
#3. 치킨 마스크 이야기
난 공부를 못한다. 만들기도 엉망이다. 체육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딱 질색이다....
나는 뒤처진 아이다. 교실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다. 늘 방해만 되는 나 같은 애는 없는 게 낫다.
치킨마스크는 계산이 빠르지 않아서, 글씨체가 이쁘지 않아서, 만들때 손이 서툴러서... 공부도, 글씨 쓰기도 만들기도 자신이 없다. 달리기도 가장 느리고, 힘도 없어서 씨름도 못한다. 음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기에 음악시간에 노래 부르기도 싫다는 치킨 마스크... 그런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 모두가 좋아할리 없다고 생각한다.
슬플 때마다 찾는 비밀 장소... 운동장 구석에 있는 나무 동산으로 간 치킨 마스크는 그 곳에서 자기가 항상 부러워 했던 온갖 마스크를 발견하고는 하나씩 써본다. 올빼미 마스크를 쓰니 계산이 척척, 햄스터 마스크를 쓰니 만들기가 척척, 장수풍뎅이 마스크를 쓰니 힘이 불끈, 개구리 마스크를 쓰니 노래가 랄랄~ 이런 저런 마스크를 쓰면서, 안다는 것, 노래한다는 것, 멋쟁이가 된다는 것, 칭찬받는 다는 것들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되는데... 그러다 문득, 치킨마스크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머리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치킨마스크야, 다른 마스크가 되지 마."
"치킨 마스크, 넌 마음이 참 예뻐. 이렇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우리한테 늘 물을 챙겨 주잖아."
자신이 정말로 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싶어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었을때, 동산 식구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 치킨 마스크... 마음이 참 이쁘단 칭찬에, 또 지금의 치킨 마스크 모습 그대로가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나였다."라며 자신의 그릇에도 무언가 들어 찬 기분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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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내 진짜 얼굴을 가리우고 마스크를 쓰면 처음에는 왠지 그 마스크처럼 행동하게 된다. 우리아이에게 하회탈을 씌워 주면 절로 탈춤을 추고, 사자 가면을 씌워 주면 사나운 사자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긴 시간이 아닌 잠시 잠깐만이 가능하다. 내 본 모습이 싫다고 남의 모습을 덧쓴다하여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는 없다. 본연의 나와 다르다면 그 행동에 괴리가 클테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되기 싶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들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 아직 활짝 핀 꽃이 아니라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은 꽃들의 칭찬 한마디에 자신감 제로였던 치킨 마스크가 자기 그릇에 무언가 가득 찬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아무리 작은 칭찬이라 하더라도 그 칭찬이 주는 변화는 크다. 아이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이끌어 주기도 해야겠지만 적절한 칭찬 또한 아끼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우리아이도 그랬으니까...^^) '나는 노래는 잘 하는데.... 나는 공부는 못해도 달리기는 엄청 빠른데... 나는 노래는 못해도 힘이 센데...' 라고.
그리고, 혹 너무도 자신 없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치킨 마스크가 또다른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꽃들에게까지도 물을 주는, 그 꽃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는 그 반에서 치킨 마스크 뿐이였잖은가~. 그런 상냥하고 고운 마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을 안겨주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아직 드러난 재주는 별로 없지만 마음 속 고운 심성을 가지고 있던 치킨 마스크처럼...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들어있는 이쁜 모습을 찾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우리 아이들에게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을 안겨줄 듯 하다.
#4. 책과 놀기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아이들 모습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랑 함께 자신이라면 어떤 마스크가 어울릴 것 같냐고 물었더니 자신감 충만(?)한 우리 아들래미... 올빼미, 햄스터, 장수풍뎅이, 개구리처럼 자기는 공부도 잘하고 만들기도 잘하고 힘도 세고 노래도 잘하니 다 어울린다 한다~하하. 그 중에서 한가지를 골라서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이가 고른 마스크는 개구리 마스크...
색도화지를 이용해서 머리를 집어 넣을 수 있도록 만들고 개구리 눈과 입을 그려서 붙였다.
개구리 마스크를 쓰고선, 연신 폴짝 거리며 방을 돌아 다녔는데... 사진을 찍자며 포즈를 취하란 말에 저렇게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서 하는 말, "엄마, 저는 생각하는 개구리예요."란다~^^. 아니, 노래하는 개구리가 아니고 생각하는 개구리란 말씀???....ㅋ
어찌 되었든 오늘 하루 우리아이는 생각하는 개구리가 되어서 이방, 저방 다니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연신 노래는 불러댄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 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쑤욱 앞다리가 쑤욱~ 팔짝 팔짝 개구리됐네"
(** 어찌 만들다보니 솜씨가 없어 입모양 아래에 아이 눈이 위치한다.. 그 쪽에 구멍을 두 개 내주었다. 쓰고 다니기 쉽게~~^^)
#5. 치킨 마스크가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 주는 말
나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싫었어.
하지만 나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걸 알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
너도 너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테니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찾아봐
- 치킨 마스크
posted by lipp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