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도벽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순진한 데다가 시골에 살다 보니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빨간매미>(책읽는곰)의 주인공 이치는 저에 비하면 정말 신사였습니다.
저도 문구점에서 지우개를 훔치거나, 오락실 가기 위해 동전까지 훔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된통 걸렸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동심이 좀 다치지 않았나 합니다.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분명히 범죄이지만, 문구점 아줌마나 마을 어른들이 저희(패거리)를 한곳에 세워놓고 '욕쟁이 할머니'에게 데려가야 한다느니 하면서 엄청 겁을 줬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성격좋은 어른들의 '선처'요청으로 인해 용서를 받았지만, 이 사실이 엄마에게 알려질까봐 며칠 내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얘기만 할 수는 없죠. <빨간매미>에서 관전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문구점에서 저도 모르게 지우개를 훔친 아이가 겪는 심경의 변화와 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그것입니다. 작가 후쿠다 이와오는 아이의 마음과 엉뚱한 행동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문구점에서 지우개를 훔쳤는데 조급한 마음 때문에 정작 사려던 국어 공책을 사지 못한 사건에 대한 묘사는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칠 당시의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섬뜩함마저 느낍니다. 이 나이에 아이들의 감정, 특히 욕망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강렬한데, 저는 이 나이 때 도벽 욕망, 절도욕망과 함께 성욕마저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큰 베개를 몹시도 괴롭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나 마음을 스스로 죄악시하게 되는 게 2차 충격입니다. 1차 충격(욕망)과 2차 충격(죄의식)에 대해서 엉뚱한 반응을 접하면 아이의 마음은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겠지만, 어떻게 행동하는 게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는 길인지 한번만 더 사려를 하면 좋겠습니다.

 

▲ 빨간 매미,  후쿠다 이와오,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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