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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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감정여행』을 통해 알게 된 윤정 작가이다. 그의 수식어는 왠지 모르게 다른 이들과 좀 다르다. 결코 평범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은 포스가 느껴진달까. 『4박 5일 감정여행』에서의 윤정 작가의 소개는 자기 소통 상담가였다. 큰 기대 없이 봤던 책인데 여운이 많이 남던 책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그의 작품은 『몸 놀이』라는 시집이었다. 사실 시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시구절 몇 개를 마음에 담기는 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윤정 작가의 팬이 된 것 같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매우 의외의 책이었다. 호모사피엔스? 작년에 워낙 유발 하라리 작가의 『사피엔스』가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이 읽어서 나 역시 덩달아 구매를 하여, 아직까지 서재 책꽂이에 진열만 해 놓은 상태이다.

윤정 작가는 호모사피엔스에 대해, 그리고 욕망의 바이러스는 무슨 의미를 부여했는지 궁금하여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 구성은 패턴이 있어 처음보다는 중간부터는 읽기가 오히려 편해졌다. 목차를 숙주로 표현해서 장을 나눈 것도 인상적이었다.
각 장에는 윤정 작가의 에세이가 초반에 나오고 이를 우연 / 선택 / 질서 / 답장 없는 편지로 마무리를 한다.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후반부로 가는 "답장 없는 편지" 중 와 닿는 문구가 많았고 뭔가 그 장의 내용을 한편의 시로 표현한 것 같다.

우연 / 선택 / 질서 부분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 담겨있긴 했지만, 큰 맥락은 읽기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실 속 삶이 바쁘고 지친다는 핑계로 저자가 언급하는 우리의 모습에 깊이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다.


      
 

에세이를 통해 윤정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간 것 같다. (만약 이것이 소설이 아닌 실제 자신의 이야기라면) 윤정 작가의 솔직한 자신의 유년 생활, 그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해왔고, 그가 바라보던 가족, 어머니...에 대해 그리고 자녀와 와이프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기도 했다.

유전자 프로그램이 세균의 영역(고세균, 시아노박테리아) ->원생생물(아메바, 섬모충, 점균류, 편모충)->곰팡이(사상균, 버섯, 효모, 균근류) ->동물 (해면동물, 해파리, 게, 조개, 거유, 조류, 포유류) ->식물 (이끼, 고사리, 침엽수, 종자식물)들로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공생이라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공생으로 거대한 생명 사슬의 삶을 엮어가는 과정에 다양한 유전자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pg76

호모사피엔스는 우주의 나이로 볼 때 최근에 등장한 가장 어린 영장류다. 질서를 가진 설계자에게 특별한 은혜를 받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고등한 생명체라기보다는 공생으로 협력한 생명체들 때문에 있어진 것이다. pg76

호모사피엔스는 수많은 우연과 선택 속에서 질서를 지닌 수많은 생명들의 숙주를 갈아타면서 고등한 지능을 획득해왔다. 공생의 삶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사건이었다. 그러다가 그들의 집인 지구를 훼손하고, 마침내 기계적 로봇까지 만들면서 자신을 흉내 내는 모습에 만족하고 있다. 공생의 삶을 잃어가는 지금의 호모사피엔스가 진정한 호모사피엔스일까? 혹시 이기적인 바이러스는 아닐까? pg222

지금의 대량 멸종 사태가 과거와 다른 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가 가해자로서 가속화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이런 현상은 자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생명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강을 오염시키고, 산과 숲을 파헤치고, 계곡을 수몰시키고, 수렵과 사냥을 하면서 생명의 종들을 죽이는 호모사피엔스에 대해 지구가 보복을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 두렵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념과 소유의 종이 아니라 자연과 공생하는 종으로 거듭나야 함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pg 240

우리의 현시점에 대해 다시금 경각심을 세워야지 않을까 싶다. 더 이상 이기적으로만 행동하지 말고 호모사피엔스의 의미처럼 지혜롭게 공생하고 지구를 그만 아프게 해야 하는데 쉬우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호모사피엔스, 욕망의 바이러스인가?』은 자기소통상담가 윤정의 이미지보단 철학가 윤정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한 번쯤 꼭 생각해보아야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 같아 의미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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