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디즈니 만화 "미녀와 야수"를 보며 야수의 서재를 보며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어서 개인 서재실을 저렇게 꾸미고 싶다는 로망을 갖게 된 게 말이다. 어느 정도 성공을 한 것일까? 지금 우리 집엔 서재실로 쓰이는 방 하나가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살짝 창고 분위기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면서 더 큰 꿈이 생겼다. 꿈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나중에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만의 놀이터를 갖는 것이다. 커피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니 북 카페 같은 곳을 갖는 것이 로망이 되었다. 물론 경제적 개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꿈이다. 상업적인 마인드를 다 뺀 나만의 wish list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을 만나며 많은 서점 사장님들이 내가 생각만 어설프게 한 것을 실천에 옮기고 운영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멋지다. 자신이 설계하고 하고픈 일을 찾아 실행에 옮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말이다.
작가 윤정인은 10년 동안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던 집 앞의 헌책방이 사라지고 유명 화장품 브랜드숍이 생기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점점 사라지는 서점들, 힘들어간다는 출판사들, 그리고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매를 하는 사람들, 그나마도 책 구매 및 독서에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 나 역시 좀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학교 앞 그 흔한 서점이나 문방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이젠 존재하지 않는다. 문방구를 가려면 대형서점이나 마트를 가야 하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함께 서점 여행도 떠나며 서점 사장님들과의 소소한 대화, 사장님들의 인생철학 및 운영 마인드, 자신만의 차별화된 책 사랑 이야기가 재미있다. 애서가들이고 워낙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이라 그런지 대화 내용이 깊이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추천하는 책들의 이유를 보니 나도 너무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은 우선 헌책방 및 동네 서점을 들렸다가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 서점 및 도서관, 그리고 진화하는 도서관과 우리나라의 책마을 순서로 탐방을 한다. 처음에는 순서대로 읽다가 한두 개 읽다 보니 끌리는 서점 이름순으로 읽어도 재미있었다. 각 서점마다 그리고 사장님들마다의 개성이 묻어 나오고 빨리 직접 방문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우선 우리 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방문을 기획해야겠다.
다양하고 많은 책방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일산에 위치한 미스터 버티고의 신현훈 사장님이다. 이 서점 이름은 폴 오스터의 <미스터 버티고>라는 소설 제목인데 이 서점에서는 문학만 다룬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아마 서점들이 "버티기"힘든 탓에 이름이 더 기억에 나는 것 같다. 인터넷서점에서 일했던 신현훈 사장님은 노후에 하고 싶었던 일을 늦추지 않고 과감하게 한 살 이라도 젊을 때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서점을 차렸다고 한다. 책 진열부터 독특하다. 문학책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에세이나 베스트셀러는 배제할 수 없어 일부 있다고 한다. 사장님이 추천해주는 책들도 읽어보고 싶고 당연히 주말 나들이로 가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 고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지 말고 서점에 직접 가서 책 구매도 하고 동네 서점 활성화를 위해 사장님 매출도 올려주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