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지구별 어른
안명진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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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난 지금껏 항상 『어린 왕자』라고 대답을 했다. 어렸을 때 읽었는데 그림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에 남으며 어린 왕자와 장미, 여우와의 대화들이 기억이 많이 남아서인 것 같다. 보아뱀과 모자,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사상에 대해 처음으로 접하게 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어린 왕자는 마냥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10대 때 읽었을 때와 20대 때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던 것도 기억났다.

『어린 왕자와 지구별 어른』을 읽던 중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내가 어린 왕자란 책을 제대로 읽기나 했는가? 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을 어린 왕자라고 하곤 했는데 순간 너무 창피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중도에 멈추고 다시 프랑스 소설가이며 비평가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었다. 역시 30대에 다시 읽어보니 예전과 드는 생각과 느낌이 매우 다르다. 이 책은 더이상 나에게 동화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안명진 작가가 집필한 『어린 왕자와 지구별 어른』을 읽는데 그의 철학적 견해에 감탄했고, 그리고 저자의 말들이 다 주옥같다.

이 책은 어린 왕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사색을 하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통 책을 좀 후딱 보는 편인데 이 책은 저자의 글 마디마디를 꾹꾹 누르고 음미하며 읽은 것 같다. 오랜만에 느릿느릿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인간의 삶의 과정에 대해, 관계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바로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존재라는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은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해 논하곤 하지만 사실 나 스스로와 어떤 관계를 가지냐에 따라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베짱이의 삶은 재미와 즐거움을 쫓는 삶의 표본이다. 베짱이는 개미와는 달리 오직 현재를 위해 살고, 미래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현재의 즐거움은 미래의 불안을 담보로 한다. 베짱이의 삶은 많은 이들의 모험이며 기회이다. 모험의 결과는 알 수 없다. 인생을 일로 채워야 할까 아니면 놀며 즐겨야 할까? p.141

어렸을 때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왕, 술꾼, 허영이 등 어른들이 살고 있는 별을 여행하는 부분을 지금 다시 읽으니 그들이 바로 내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기분이 묘했다. 예전에 바라봤던 어른별 사람들이, 결국 내가 그 어른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른은 삶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태도에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어린 왕자. 어린 왕자가 지구별 어른들에게 하는 말을 저자 안명진씨를 통해 더 깊이 있는 질문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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