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사회 - 인간 사회보다 합리적인 유전자들의 세상
이타이 야나이 & 마틴 럴처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이스라엘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인 이타이 야나이 Itai Yanai 와 독일 하인리히하이네 대학원 생물정보학 교수로 있는 마틴 럴처 Martin Lercher는 20여 년 전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감명받아 전공을 바꾸고 유전자 연구를 하였다고 한다. 최근 『리저드 도킨스 자서전』이 출간되어 다시 그의 과학서인  『이기적 유전자』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유전자 사회』를 만났고 굉장히 위트 있는 제목들과 설명들에 기본적인 생물학 지식이 풍부하지 않음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설명을 하라고 하면 다소 어려운 것을 보니 충분히 이해를 했다고 하기엔 어려운 것 같다. 즉, 그냥 한 번만 읽고 넘기기엔 내용의 깊이가 있어 어려번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함께 든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진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처음 알려준 책이라면, 『유전자 사회』는 유전자를 한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 비유가 되어, 긴 시대에 걸쳐 살아남기 위해 생존 기계를 만들고, 작동시키기 위해 협동을 하며, 개개의 유전자는 돌연변이로 인해 달라질 수 있고, 미래 세대의 유전체를 지배하기 위해 경쟁 중인 유전자들 간에 싸움도 하는 등 생명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다소 무겁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해준 '암'에 대한 이야기는 참신했다. 암은 우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은 60억 개의 문자(염기)로 이루어진 '백과사전'과도 같은 유전체에 생긴 병이라고 소개된다. 협동의 파멸적인 실패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몸을 만들기 위해 분열하는 세포들이 세기를 거듭하면서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바꾸어 진화의 기초를 제공한다. 발암 세포가 생명을 위협하고, 신체의 방어 작용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돌연변이, 유전체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 걸쳐 변한다는 것을 암을 통해 일깨워준다.

태어난 아기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인 모유.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어머니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대한 면역 방어를 전달한다는 저자의 말에 현재 모유 수유로 분쟁 중인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래서 모유를 먹고 큰 아이가 어렸을 때엔 각종 병에 쉽게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나보다.

이 지구 상의 어떤 두 사람이든 유전체상으로는 99,9퍼센트 동일하다고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에릭 랜더가 주장하였다. 즉 나와 너를 가르는 0.1퍼센트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0.1%는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600만 개의 염기가 다르다는 뜻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사본 개수의 변이는 두 사람 간의 차이를 극적으로 0.5퍼센트까지 증가시키는데, 이는 사람 사이에 3천만 염기만큼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클린턴은 사람들 간 염기 3천만개의 차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우리들끼리 싸우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계속 주장할 것인가? 우리는 이를 클린턴의 역설이라 부른다. 즉 우리 유전자는 서로 99.5퍼센트 동일한 반면 3천만 개의 염기 차이는 무시할 수 없으며 더 자세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pg129

유전체를 양쪽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에게 물려받는다는 것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였다. 세대를 거쳐가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유사 정도는 계속 감소되고, 결국 인간 전체를 놓고 볼 때 우리는 항상 99.5퍼센트가 같다는 논리도 흥미로웠다.

이 밖에도 우유의 진화라던가, 정보 도둑 박테리아, 기생 유전자, 색깔을 얻고 냄새를 놓친 이야기 등도 재미있게 읽었다. 생물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유전자와 유전체의 진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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