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왜 고민하는 게 더 편할까 - 고민될 때,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이현안 옮김, 이정환 그림 / 나무생각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겉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사람의 눈도 서글퍼 보이거니와 입이 없다. 말 못 할 사연이 많아 입은 있으나 없으나라는 걸 표현한
것일까?
성장의 고통보다 안전한 불행을 선택하는 고민에 대해 논하는 책인데 나의 깊숙한 내면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의
실존주의 심리 상담사 롤로 메이 Rollo May에 따르면 "의지는 자기 파괴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 역시 최선을 다해 엘리트가 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 우울증 환자가 된 경우가 있다. 의지가 항상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만 작용한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pg12
'고민 의존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하여 무의식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사람은 술을 마시는 행위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여전히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그 사실을 알더라도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깊은 내면을
볼 수 있다.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식'이라는
관점으로만 자신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관점으로 자신을 생각한다면 무의식에 존재하는 자신은 다른 것을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g15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하게는 우리의 생활 패턴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수가 있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음으로 인해 비롯되는 행동들이라던가,
착한 아이가 되라는 강요를 받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들이라던가 하는 내용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저자와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보통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를 받으며 성장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많은 유아 서적에서 무조건 착하기만을 강요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저자 가토
다이조는 우울증 환자는 그때그때의 심리적 과제를 바람직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착한 아이'가 되라는 강요를 받으며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 수동형으로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즉, 남들이 도와주겠지, 생각해주겠지, 해주겠지,... 하며 스스로 '배우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주위로부터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주위가 원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요를 받으며 자랐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꼭 모두 수동적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동적인 사람은 무기력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책을 하는데, 의욕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책망한다고 한다.
자신을 책망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멋진 사람이 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저자의 말이 맞을까? 라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난 솔직히 동의하고 싶지
않다.
상속
문제로 관계자들끼리 다툼이 발생했다. 상담을 하러 왔는데, 말을 들어보니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입을 모아 "어머니를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라고 말하고,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저는 바람직하게 해결하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표면에 드러난 말의 배후에 존재하는 욕망'은 그야말로 더럽고 추악하다. pg124
정말 상속 문제가 발생할 때 더럽고
추악하기만 한 존재하는 욕망이 드러나게 될까? 순수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조언하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진심으로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란 질문이 쏟아진다.
일본 서적이라 그런지 아니면 저자의 깔끔하다
못해 다소 차가운 문장이라고 느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이 책을 접하면서 다소 반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나의 내면에
무의식에 잠재되고 있는 모습이 들켜서일까? 아니면 여전히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지 못해서일까? 이 책에는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많이
인용되고 등장한다. 두 달전에 그의 책인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을 읽은 적이 있다. 서평에도 남겼지만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혀
이해를 못하고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은데 행복해지지 못하는
사람, 비관적인 사고방식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바꾸지 못하는 사람,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은
꼭 이 책을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다른 심리학 관련 서적보다 좀 더 어렵게 읽은 것 같다. 그의 저서 중 『착한 아이로 키우지 마라』라는 책
제목이 눈에 띈다. 나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행복하고 긍정적이며 고민은 덜 하면서 스스로에게 흡족해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후회하고 고민하는 동안에 인생이 끝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불평을 늘어놓기 전에 생각을 조금만 전화시키면 삶은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이것도
노력이 필요한 삶의 과제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