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의 신루 1 - 북극성을 찾아서
윤이수 지음 / 해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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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알게 된 윤이수 작가가 <해시의 신루> 그리고 '조선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지필 중이라고 한다. 역사적 사실을 뼈대로 운율감 넘치는 문체와 감수성을 건드리는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밤새 보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해시의 신루>의 배경은 조선시대이다. 저자는 밤의 신기루처럼 보이지 않는 실체를 좇는 조선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의 주인공 해루는 18살이며, 정운랑 판수가 해루를 살려주고 난 후 정판수를 따르며 순탄치 않은 삶을 산다. 너무 귀엽고 통통 튀며 아무거나 잘 먹고 먹는 것에 목숨 거는 활발하고 순진한 캐릭터다. 가장 중요한 설정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의도하지 않지만 미래를 자꾸 보며 미래를 바꿀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해루를 자꾸 등 처먹는 정판수는 점술과 부적을 만들어 파는 사람인데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해루와 함께 주인공인 이향, 세종대왕의 아들 문종이다. 저자는 이향을 길눈이 어두운 사내, 언제나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고, 언제나 현실이 아닌 그 너머의 먼 곳을 보는 사내, 사람이 아닌 별에 더 관심이 많은 사내로 그린다. 그리고 그의 호위무사, 종삼품의 대호군인 무혁이 있다. 그리고 위창이라는 사람인데 사람들은 태군이라 부른다. 해루와의 첫 대면은 음선생이 아닌데 음선생인척 하며 해루를 골탕 먹이며 인연을 맺는다. 자신을 유혹하라고 만약 성공하면 온전한 여인이 되는 방도를 알려준다(세자빈 간택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고 하는데, 해루의 행동이 너무 웃기다. 버선발을 보이며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 서책을 열심히 찾아보는 모습 등이 상상이 간다. 신루의 학자들(조선 과학자들)과 좌우충돌하는 모습도 너무 재미있다.

해루에게 세자빈 간택에 참여하여 정체 모를 세작을 찾아내기 위해 거짓으로 간택에 참여하는 임무를 맡긴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으로 1권이 시작된다.

내가 이렇게 로맨틱 판타지 소설에 빠져들게 될 줄이야. 구르미 그린 달빛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지만 이야기가 아름답게 묘사되고 배우들도 훌륭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던 적이 있다. 이 책은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몇 천배 더 재미있다. 자꾸 이향이 묘사될 때 대세남 배우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해루 역시 마찬가지이다. 1권을 하루 만에 다 읽고 2권을 읽기 시작하며 스스로 자제를 하고 있다. 책을 읽으라,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등장인물들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 날을 세게 된다.

구르미 그린 달빛 드라마를 재밌게 본 시청자들이라면 이 소설에 또한 푹 빠지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오랜만에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만난 것 같아 즐겁다. 책을 읽는 내내 이렇게 미소를 띨 줄이야. 이번 시리즈 (총 5권)을 다 읽고 윤이수 작가의 다른 책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 펼쳐진 가파른 절벽. 성난 밤바람이 불어오는 절벽에는 드문드문 여린 봄의 생명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절벽의 끝자락엔 검은 비단길처럼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하얀 별꽃이 가득 피어있는 밤하늘. 밤이 그려낸 신기루이려나? 천상의 세상에 발을 디딘 듯 아련한 아름다움에 해루는 멍해졌다. 이리 아름다운 밤하늘이라니. Pg55
"헤매는 것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어쩌면 그 끝에 가시덤불이 있을 수도 있고, 깎아지른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어찌 무턱대고 갈 수 있단 말입니까?"
"가시덤불은 치우면 그만이고, 낭떠러지는 내려갈 방도를 생각하면 될 일이다. 여정이 제아무리 험해도 그 끝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가야겠지." pg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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