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제대로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교과서에 수록된 「허생전」이나 「통곡할 만한 자리」가 바로 열하일기에 수록된 글이다.
최근 읽었던 권비영의 『덕혜옹주』에서도 고종께서 즐겨보셨다던 책, 열하일기가 언급이 되었고, 덕혜옹주가 일본으로 가게 될 때 그 책을 가지고 갔다는 대목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덕혜옹주가 자신의 딸에게 열하일기를 소개하며 나중에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했었던 대목이 소록소록 기억이 났다.
아직 고전인문학인 열하일기를 안 읽어본 것에 쑥스럽지만, 연암이 갔던 곳을 이 책을 통해 답사를 하니 연암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방문했던 지역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연암과는 달리 저자 김태민 선생님은 한겨울에 답사를 했지만 연암의 발자취를 밟으면서 여행을 할 때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하일기의 제목 자체에 "열하"가 들어있어 왠지 열하를 강조하고 오래 머물렀을 것 같지만 사실 연암은 열하에는 엿새밖에 머무르지 않았고 오히려 북경에 그 다섯 배 이상 체류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역시 북경을 더 오래 살펴보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연암이 쓴 열하일기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질 하는 것이다. 흉을 보는 건 절대 아니지만 연암이 쓴 열하일기는 200년도 더 되었으니 그가 작성한 것이 백 퍼센트 맞지 않다는 것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 시절의 여락한 환경에도 이렇게 정교하게 기록을 했다는 것 자체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저자는 왜 연암이 그 시대에 이렇게 잘못 인지를 했을지에 대해서도 추리를 한다. 연암이 잘못 알았던 것을 정정하는 것도, 추리해 보는 것도, 그리고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것 모두 함께 재미있다.
저자는 청소년 고전 읽기의 일환으로 만든 책이라 글의 문체를 청소년들에게 말하듯 꾸몄는데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마치 김태민 선생님이 함께 여행을 하며 가이드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보게 된다.
이 책은 연암의 연행, 북경, 열하로 총 3부로 이루어졌다.
지형과 관련된 역사, 그 시대의 상황, 그리고 야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최근 한국사 관련 서적을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한다. 조선 사람들은 가고 싶지 않은 심양에 조선시대 사행단은 연행 중 역참에서 하루만 묵는 게 관례인데 심양에선 이틀을 묵어야 하는 관례가 있었던 얘기나, 청태종이 황제로 등극할 때 조선 사신이 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단 구타를 당했던 심양 고궁의 정전인 숭정전도 볼 수 있었고, 원숭환의 '천도만화' 극형 이야기 등등이다.
각 여정의 마지막을 "답사를 위한 마침표"라고 정리하며 열하일기에서 찾기, 답사지 찾기, 답사 포인트로 정리하는 것도 기억에 남기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