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스캔들 - 조선을 뒤흔든 왕실의 23가지 비극
신명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조선시대의 왕실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궐 안의 얘기가 쉬쉬 되어 와서 그런 것인지, 그래서 더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록으로 전해오는 역사의 큰 틀 외의 이야기는 이상하리만큼 끌린다.

저자 신명호 작가는 조선시대 왕실의 23가지의 비극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토리를 크게 5장으로 나누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한 군주들, 부자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비극, 권력으로 인해 초래된 비극, 궁중 여인들의 어처구니없는 일생, 그리고 외세 앞에 무기력한 지도자들로 묶어서 비슷하면서도 다소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에 뒷얘기를 더 듣는 기분이 드는 사건들도 있고, 아예 저자가 새로운 관점에서 어떤 사건을 바라보고 서술한 것도 있다. 이 점이 난 참 재미있었다. 관점의 차이라고 했던가, 저자와 나의 의견이 합이 될 때도 있고 반대 의견을 생각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내가 알고 있던 사건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어 한층 재미가 더했다.

이를테면 태조 이성계가 사리 수집을 엄청 했다는 것은 들은 바가 있다. 그런데 그의 아들과 손자가 허무하게 다 날려버린 얘기는 몰랐던 점이다. 세종이 아들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중 막내아들인 영응대군을 이토록 편애했다는 것, 그로 인해 치러진 영응대군의 혼사 이야기 등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내막을 좀 더 알게 되니 다른 시점으로 사건이 보이는 것이 이 책의 주는 즐거움이랄까.

 

앞서 언급했듯 듯, 간혹 저자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세종이 막내아들 영응대군을 너무 예뻐 했기 때문에 영응대군과 관련된 모든 이들(춘성부부인 정씨, 신빈 김씨, 경혜공주, 영양위 정종 그리고 대방부부인 송씨, 정순왕후 송씨)가 다 불행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세조가 권력 욕심이 있어서 딴마음을 품고 어린 조카를 죽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종의 아들 며느리 딸이 불행해진 것이다. 만약 세종대왕이 승하하시기 전에 문종이나 단종을 위해 세조를 미리 제거했더라면 (물론 형제지간에 그러면 안 되는 것이지만) 세종의 자녀들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며 불행이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세종이 편애하는 영응대군에게 혼인과 이혼, 그리고 재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건 좀 비상식적이긴 하다는 것에는 저자와 동의하지만, 편애 때문에 단종이, 혹은 막내아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불행해진 것 같지는 않다.

23가지 비극적인 스토리 중 역시 광해군은 빠지지 않는다. 광해군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너무 안타깝다. 그의 삶이 너무 원통하고 비참했을 것 같다. 특히 그의 아들과 며느리의 죽음을 접했을 땐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저자는 모든 사건을 "대학연의" 가르침과 연결해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인간의 삶 또는 생명에 관련된 "대학연의"의 가르침은 "숭경외"에 함축되어 있다. 하늘을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숭경외"이다. 나의 목숨을 비롯하여 사람의 생명 나아가 우주 만물의 생명은 궁극적으로 하늘의 명을 받았다. 그런 생명이기에 자기의 것이나 남의 것이나 공경과 두려움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남의 생명을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되지만 자기의 생명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진정 하늘을 공경하고 두려워한다면 자기의 생명과 남의 생명을 다 공경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금에 걸쳐 자기 생명은 물론 남의 생명까지도 함부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크게 슬퍼할 일이다. pg300

『조선왕조 스캔들』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배우며 특이하거나 비극적인 사건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더 좋은 것은 『대학』의 해설서 『대학연의』에서 뽑아낸 교훈들을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어 우리의 역사를 하나의 사건으로만 기억하기보단 역사를 알아가고 깨달음 얻을 수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대학연의의 가르침을 접목시켜 독자로 하여금 배울 수 있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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