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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덕혜옹주 (개정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7월
평점 :
영화로 제작된 덕혜옹주를 보기 전에 책으로 먼저 읽고 싶었다.
책 겉표지는 매혹적인 여자의 모습이라 눈길을 더 갔다.
한국사 중 슬픈 우리의 역사 이야기이니 만큼 처음부터 슬프고 애석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기 초반부터 마음을 울리는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윤봉길, 고종, 명성황후, 그리고 독립운동가들...
그 시대엔 정말 그랬을 것 같다. 나라가 망했으니 앞으로
어찌 살아갈꼬..란 생각을 매일 하면서 살았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고 책을 다 읽은 순간까지 그 시대에 살아간 옹주의 삶, 그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의 원통함에 가슴이 먹먹했다.
옹주는 이름이 없어 아기로 불리며 자랐다. 고종과 양귀인의 늦둥이 딸. 고종이
옹주를 매우 어여삐 여겨 유치원까지 세웠을 정도라고. 하지만 고종의 보살핌은 어린 시절 잠시뿐, 정확한 물증은 없지만 심증으로 고종이
독살되었다. 감주를 먹을 것이 탈이 났는데 고종께서 승하하시기 전날에도 옹주와 함께 있었으니, 옹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독살을 생각할
수밖에.
옹주가 이름을 '덕혜'로 얻으며 황적에 오른 1921년 5월, 그 후 이름을 얻은 대가로 일본에 가야 했다.
이름을
얻으면서 정식으로 황족이 됐는데 이름이 없던 때가 더 나았던 모양이다. 이름을 얻은 것이 오히려 화가 되었구나... (중략) 어찌하여 나까지
일본에 가야 하는 것이냐? 그것이 이름을 얻은 대가란
말이냐?
한창수라는 자가 덕혜옹주가 일본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소설에 나온다. 실존 인물인지 확인을 해보고 싶어 보니 실.존.인.물. 뜨악.
한창수는 외교 관계 쪽 관직을 맡으며 일본에
드나들면서 친일 세력과 가까워진 뒤, 1910년 한일 병합 조약 체결 후 일본 정부로부터 남작 직위를 받고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고문에
임명되었다. 일제의 신임을 받아 고종과 순종 등 왕실을 전담하는 이왕직 장관(권력의 중추)도 역임했다고 한다.
사실 덕혜옹주는
유학생이 아니라 볼모였다. 조선 황실을 일본화시켜 독립에 대한 염언을 뿌리째 뽑아버리겠다는 속셈이다. 더 슬픈 건 정말로 뿌리째 뽑혀진 것만
같다. 이 대목을 읽으며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14살 밖에 안된 어린 덕혜옹주가 그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겠는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마지막 황녀로서 마땅한지에 대해선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복순이라는 아이와 함께 진행이 된다. 덕혜옹주가 길거리에서 일본
순경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도중 옹주가 복순이를 궁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덕혜가 일본으로 갈 때 데리고 간다.
덕혜옹주의 오빠인
영친왕, 그의 와이프 마사코, 의친왕 이강, 구국청년단 멤버이자 덕혜옹주의 남편이 되기로 약속되었던 그림자 사나이 박무영(개명 전 이름은
김장한), 갑수와 기수, 그리고 덕혜옹주의 시중드는 나인 복순이, 덕혜옹주의 남편 소 다케유키, 그리고 딸 정혜(마사에)의 이야기, 그리고
덕혜옹주...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장이 되어가며 읽는데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웠다.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이 말을 잊지 마라. 마음속에
품은 이가 진정 네 벗이니라. 함께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호랑이 굴 속에 있다 하여도 결코 네 중심을 일어서는 안 된다.
pg149
그들은 모르는 사람처럼 각자의 슬픔에 빠져 지냈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그 슬픔은 치유할 수
없었다. 제 상처는 자신이 핥아야 했다. 덕혜는 그것을 스스로 체득해가고 있었다.
pg161
양친을 잃은 대마도 번주의 양자 소 다케유키와 결혼을 성사시키려는
한창수의 대목을 읽을 땐 너무 불끈하였다. 하지만 다케유키가 밑바닥부터 나쁜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았기에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어쨌든 그는
옹주를 최대한 배려하고 존중하려 노력한 것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딸 정혜를 낳았을 때에도 말이다.
조국의 외면, 일본의 어수선한
시기, 위안부, 이혼, 15년간 정신 병동 감금, 정혜의 자살... 나라가 망하면서 처하게 된 옹주의 인생에 안타까움만 남는다.
"... 깊은 곳에 갇힌 몸이 되어 말할 자유가 없이 금일에까지 이르렀으니 지금 한 병이 위중하니 한마디
말을 하지 않고 짐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 지금 나, 경에게 위탁하노니 경은 이 조칙을 중외에 선포하여 병합이 내가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게 하면 이전의 소위 병합 인준과 양국의 조칙은 스스로 파기에 돌아가고 말 것이라. 여러분들이여, 노력하여 광복하라. 짐의 혼백이
명명한 가운데 여러분을 도우리라."
1926년 7월28일자 신한민보에 실린 순종황제의 말 pg189
책을 읽고 난 후 덕혜옹주 영화를 보려 했는데, 영화를 보면 엄청 울 것
같는 예감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도 가슴이 이렇게 허전하고 아프니 말이다. 나라가 망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란 생각과 함께 애국심이 급
부상하게 만든 책이었다.
아무리 사실을 바탕으로 썼더라도 소설은 소설이니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 사실이네 허구가 너무 많네 미화가 되었네 아니네 등등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기보단, 그저 온실 안의 화초로 컸을 옹주가 나라가
망하면서 일본에 가서 살아간 삶에 대해 생각해보련다. 옹주가 진취적이고 결단력 있고 나라를 위해 뭔가를 해냈으면 참 좋았을뻔하기는 했지만 그
시대를 살아본 당사자가 아니니 뭐라 왈가왈부하는 건 모하고, 그녀의 행동, 그 시대의 상황이 좀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저 안타깝고 원통한
우리의 슬픈 역사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암흑시대를 다시 한번 기억하며 우리나라를 잘 지키내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인들에게 괜히 '독도는 우리땅'이라 외치고
싶다.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 이윤용, 민병석, 이재극, 민병기,
한창수
그냥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었다. 나쁜 사람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