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에 대한 답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고 실제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재치 있고 담백한 글 솜씨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강석기 작가는 나름 과학에세이 저자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벌써 이번이 4번째 과학에세이라고 한다.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이 이 한 권에 다 써진 것이 아니라 이 질문은 책 안에 질문 중 하나일 뿐이다.
과학에세이를 묶어 만든 책은 크게 9가지 이야기로 나누었다.
심리, 진화, 감각, 신경과학, 건강/의학, 과학사, 생물학, 물리학/화학, 인류학 이야기이다.
각각의 카테고리에 과학적 질문들이 있고 이에 저자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데, 저자가 일러스트까지 넣었는데 실력 역시 상당하다.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으로 나의 상식이 풍부해지는 것 같아 재미도 있거니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어려운 내용을 다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 과학에 대해 친근감까지 더해준다.

 

많은 내용들이 흥미로웠지만 그중 몇 개를 꼽자면, 꿀벌도 카페인을 본의 아니게 섭취한다는 것이다.
"카페인은 꿀벌의 '정신'도 맑게 한다고 한다"란 에세이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필자가 읽은 책 중 『 The World of Caffeine』 에서 거미가 카페인의 노출되었을 때 지은 집과 정상적으로 지은 거미집 사진 있는데 과히 놀랍다. 굴대통과 바퀴살이라는 거미집의 기본 구조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독한 약물을 사람들은 커피나 차를 마시지만 섭취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내가 놀란 점은 화밀에 커피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카페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섭취하는 꿀벌도 카페인 덕분에 꽃향기를 더 잘 기억해낸다고 한다. 카페인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이 아데닌과 구조가 비슷해 뉴런의 아데노신 수용체에 달라붙어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한다. 그 결과 낮은 농도에서는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커피가 사람에게 좋네 아니네 하며 여러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나는 아침에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몸에 좋네 아니네 말이 많아 좀 찜찜해하던 찰나에 과다 섭취만 안 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생각하며 나쁘지 않은 습관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벌도 마시는 카페인이니 말이다.

늑대는 개와는 다른 방식으로 놀이를 한다. 늑대와 개의 관계는 개와 강아지의 관계와 같다. 개들의 놀이는 15,000년간 이어진 유아증의 결과이다.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젊은 철학자 마크 롤랜즈 (Mark Rowlands)는 늑대를 애완동물처럼 키우면서 개의 조상인 늑대가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개와 얼마나 다른 동물인가를 느끼며 이 경험을 『철학자와 늑대』로 출판했다.

유아증은 어른이 된 뒤에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유아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뜻하는데 개는 예를 들러 막대기를 던지고 물어오는 게임을 반복해도 싫증을 내지 않지만, 늑대와 게임을 하고자 하면 늑대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물어 오라고요? 왜요? 다시 가져오게 할 거면 애당초 던지기는 왜 던져요?' 하는 반응을 보인다는데 이 대목이 마냥 웃겼다.

늑대와 중국 토종견의 게놈을 비교 분석하자 32,000여 년 전 남중국에서 늑대가 길들여져 개가 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pg 58 늑대와 개 사이의 유전적 차이를 분석하자 개는 사람과 비슷한 방향으로 진화를 했다. 예를 들어 신경계의 경우 늑대에서 개가 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시스템이 바뀌어 공격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결국 사람들과 동거하면서 환경을 공유하며 진화도 같은 방향으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밖에도 책 내용은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이 많다.
제리가 톰을 겁내지 않는 이유는 두려움을 느끼는 후각 시스템이 망가지면 공포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 안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새 친구를 사귀면 옛 친구와 멀어지는 이유는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밀도가 높은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선호하는 네트워크에 올리려면 다른 누군가는 내려야 한다고 한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늘었다고 해서 이에 비례하게 무작정 통화량이 늘어날 수는 없다. 즉, 기존 사람 가운데 누군가와는 통화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이 진리인 셈이다. pg38

잠이 부족하면 탄수화물이 당긴다! 잠이 부족하면 하루 종일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잠이 부족하다고 이것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좀 의아했다. 최근 연구들은 수면부족인 사람들이 깨어 있을 때 더 많이 먹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에너지 과잉이 돼 비만이 된다고 한다. 즉, 다이어트를 생각한다면 일찍 자는 것이 운동을 늦게까지 하겠다는 것보다 나을 수 있겠다.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한 것 같다.
저자가 설명해주는 과학적 전문지식도 훌륭하지만 일러스트를 통해 예술 감각이 뛰어난 인간 강석기를 만나는 듯 인간미가 넘치는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