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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강신홍 옮김 / 아토북 / 2016년 6월
평점 :

<정글북>은 어린이 그림책으로만 봤을 뿐 실제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정글북을 읽는 내내 "타잔"과 "모글리"를 계속 혼동했다는.. 디즈니만화에서 묘사된 타잔은 고릴라가 키웠다면, 정글북은 늑대가 버려진 인간의 새끼인 모글리를 키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아는 모글리의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동화책 역시 너무 오래전에 봐서 그런지 또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고 나서 생각이 많아진 후 읽는 소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느낌이 사뭇 달랐다.
우선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은 인도 사람이며 영국의 사회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이 되어있다. 그는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인도로 돌아와 유명한 <정글북>을 출간하며 최고의 작가, 최연소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묻혀 있다고 한다. 고국인 인도가 아니어서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정글북>을 읽은 후 책 제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책 제목은 <모글리>가 아닌 <정글북>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것 같은 모글리가 사실은 주인공이라기보단 정글에서 펼쳐지는 인간 소년 '모글리'와 여러 동물들이 펼치는 다이나믹한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정글에서의 규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엄격한 양육자이자 친구인 동물들과의 관계, 즉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글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의리를 지키는 동물들의 세계, 힘쎈 자가 리더가 되고, 배가 부르면 자기 멋대로 굴다가 배가 고프면 고개를 숙이는 행동도 우리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마치 갑과 을의 관계를 묘사하는 것 같았다. 모글리가 늑대 무리로부터도 인간들에게서도 버림을 받을 때,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 역시 우리 현시대를 그리는 듯했다.
정글북은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보다 훨씬 더 다양한 동물들의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 외에 새로운 스토리를 접하는 이 책을 읽는 재미라고 볼 수 있겠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 그런 건지,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쓰여진 책을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저자의 어법, 예를 들어 "이제 다시 첫 번째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자." 같은 부분은 좀 어색했다.
책 내용 중간중간에 120년 전에 쓰여진 책이란 걸 느낄 수 있는 것이, 인종의 차이에 대해 엿볼 수도 있었다. 저자는 총을 든 백인과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은 몸으로 싸우는 것을 묘사하거나, 모국인 인도의 풍경을 많이 그려 넣는다.
모글리가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각 동물들의 언어를 배우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공손한 태도를 배운다. 그리고 동물들은 인간들이 똑똑하고 이용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동물들이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을 모글리의 도움으로 해결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소의 "이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원숭이들이 모글리는 발판으로 삼아 정글에서의 입지를 다르게 가지고 가려고 하는 내용도 그렇고, 호랑이와 아기 때부터 천적이었는데 친구들의 도움으로, 또는 모글리의 현명함으로 결국 모글리의 승리로 끝나는 대목도 정글북이 그림책으로만 읽었을 때와 실제 소설로 읽었을 때의 내용이 매우 다르다고 생각했다.
동물이나 인간이나 자신의 자식들에 대해 끔찍이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 또한 굉장히 많다. 모글리가 정글에 있을 때는 먹이가 있고 굶주리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인간 세상으로 잠시 내려왔을 때 어른들이 '돈'에 대한 교육부터 시키는 것이 좀 씁쓸하기도 했다.
정글북이 영화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먼저 읽기를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만 읽기로 끝나지 않고 소설로도 <정글북>을 만난다면, 정글에서 모글리의 삶 이야기 그 이상의 이야기들을 통해 함께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노벨상을 받았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