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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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책 때문이라 핑계를 대본다. 한자에 약한 나에게 엄청난 한자와 단어가 쏟아내려 마치 외국어를 읽는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기도 전에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아 매우 매우 거슬리기 시작하다가 한자가 미워지기까지 했달까. 외국어를 배우는,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영어책을 볼 때 이런 마음이 들겠다, 싶은 공감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국어와 한자가 함께 표기가 되지만 한자를 통해 뜻을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내게는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살짝 머리가 아픈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 찾아온 책 슬럼프의 원인을 제왕업에 뒤집어 씌우고자 한다. 


하. 지. 만. 책 슬럼프를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 책도 놀랍게도 제왕업이다. 띠용~


초반 (사실 거의 반 정도)만 잘 버티면 한자는 사르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는 뜻)


자식과 부모 간에 친인척들 간에 권력 다툼이 생길 수 있고 언제나 궁중 암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을 수 있는 남녀의 사랑은 재미있다. 특히 그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꿀잼이다.


초반 아무란 아명을 가진 왕현이 권력의 피해자처럼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을 하자마자 낭군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전장으로 떠나가 혼자 3년간 지내는 이야기까지만 해도 크게 재미를 못 느꼈다. 배고픈 무수리 생활을 하며 지내는 것도 아니고 맛난 술이나 마지며 호의호식하며 지내는 거 아냐? 라면 살짝 반감도 일어났지만, 아무가 납치가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매력을 발산한다. 아무의 현명하고 영민한 모습을 볼 때마다 희열을 느끼고, 드디어 남편을 만나게 되었는데 느끼는 어색함과 설렘, 혼란스러움의 묘사가 정교해서 그 장면 역시 기억이 많이 남는다.


다만 호탕한 여인으로 묘사가 되다가도 꼭 남편 하란잠 앞에서만 맨날 눈물을 보이고 우는 장면이 과하게 나와서 살짝 거슬리기는 해도, 왕현이란 인물 역시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더불어 남편인 하란잠은 권력 다툼을 위해 왕현과 결혼을 한 줄 알았는데 깊이 연모를 하고 있다는 모습에 흐뭇했지만, 남편과 아버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만 하는 왕현의 상황이 소설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 해진다.



제왕업을 읽으면서 왜 자꾸 드라마 기황후를 연상하게 했는지... 제왕업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배우 하지원을 왕현으로 지목하리라. 그러면 남편 하란잠은... 남자배우는.... 용맹하고 부드럽고 날렵한 배우가 누가 있더라....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난 여배우를 더 눈여겨보는 독자였다.



권력 다툼, 지략에 관한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 추천한다. 초반엔 진도 빼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후반부에 가면 시간 가는지 모르고 슝슝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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