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그날의 내가 있어서 - 스물아홉과 서른 사이, 환절기 같은 그 시간들
오승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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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야, 그날의 내가 있어서>를 읽는 내내 향기에 매료되며 오승희 작가의 생각의 숲에 빠져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내면을 훔쳐보듯 읽었고, 나의 내면도 함께 보게 되었다. 그 시절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나도 그런 마음이 드는데... 나도 그 책 읽었는데... 등 나는 어느덧 오승희 작가와 그리고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괜히 유명 드라마 OST를 듣거나, 이하이의 한숨, 아이유의 밤 편지 등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읽었다. 센치해지기도 하고 위로받는 기분에 힘도 얻었다. 잔잔한 음악과 섬세한 그녀의 글과 빈티지스러운 사진,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리고 꽃향기에 어우러져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러면서 그녀를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유서 써보기라 하던가 그녀가 읽었던 책들을 읽고 싶고 봤던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그녀처럼 나 역시 너무 좋아하는 만년필 펜촉을 씻어보기도 하고 다른 색 잉크를 채워 넣기도 해본다. 그녀가 봤던 영화 <어린 왕자>를 보며 나 역시 비슷하게 생각해왔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녀가 읽었던 <편의점 인간>을 읽고 느꼈던 바를 얘기하고 싶어졌다. 그녀가 언급한 천재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이 왜 비로소 자유로워진거라 생각하는지, 그녀의 생각이 더 듣고 싶어졌다.

이기주 작가의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란 책과 병행하며 읽게되서 그런지, 본의 아니게 자꾸 오승희 작가의 소제목, 글쓰기 방식 등을 눈여겨보게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행이야, 그날의 내가 있어서> 에세이를 읽으며 처음으로 오승희 작가의 필력이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따지면 부러워야 할 작가들이 세상에 널렸지만, 그냥 그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승희 작가는 이십 대 초반부터 작가 활동을 하였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보조작가였고, 시즌 2 <로맨스가 필요해>와 <연애의 발견>, 그리고 <응답하라 1994>를 썼다. 아직 오승희 작가의 작품이나 드라마는 본 적이 없다. 그녀의 에세이를 읽고 난 후, 그녀의 다른 작품을 만나면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다.

언젠가 자신의 드라마를 쓰고 싶은 바람이 있다는 오승희 작가를 응원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인생에서 매일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사소한 행복과 큰 슬픔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때로는 털털한 그녀의 이야기를 이번 봄에 만나보는 건 어떨까? 그날의 나를 소환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 책 속에서-

미안해.
이 말이 뒤늦게 진심이라 서러웠다. 미안하다는 감정도 사랑의 일부가 될 수 있다니. 헤어지기 직전까지 반복했던 많고 많은 '미안해'가 가짜였다는 게 미안했다. pg38

그날, 퇴근을 하자마자 상담을 받으러 갔다. 남자친구를 향한, 스스로도 설명이 안 되는 상태가 우선이라고 여겼지만 선생님은 가정의 불화와 부모님과의 단절을 먼저 꼽았다.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회복 없이는 누구를 만나든 앞으로도 무의식적인 불신이 계속될 거라는 거였다. 나도 아는데, 돌이켜 봐도 부모님과의 사이가 제일 안 좋은 시기였던지라 머리와 달리 마음에서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화였다. pg37

사람들은 자기가 무조건 100세까지 사는 줄 알지. 당장 코앞에 숨이 끊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야. 왜 영혼이 구천을 떠돈다고 하겠어?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없기 때문이야. pg138

나는 나 자신과 얼마나 친할까?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내가 맺기 시작한 물리적인 관계들만 필요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여겼던 건 아닐까. 자기 자신과 우선적으로 친한 사람이야말로 친구를 사귀든 연애를 하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거겠지.
pg117

- 읽고 싶은 책, 영화, 드라마-

류대영 <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읽다>
천진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행복 이야기>
김상근 <두더지의 고민>
줌파 라히리 <그저 좋은 사람>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요시모토 바나나 <불륜과 남미>, <매일이, 여행>
영화 <중경삼림>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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