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스티븐 L. 펙 지음, 김항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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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에서 고통받는 곳, 악마에게 끊임없이 고문당하는 모습이 떠오르는 지옥.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지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곳에는 거대한 도서관이 있고, 사람들은 먹고 자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심지어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왜 지옥이라고 할까?

45세에 죽은 소런 조핸슨은 자신이 믿었던 종교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옥에 도착한다.

그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 중 자신의 지상에서의 삶을 정확하게 기록한 책을 찾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도서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고, 책을 찾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조차 알 수 없다.

소런은 그곳에서 레이첼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지옥에서도 행복을 경험한다. 그러나 결국 레이첼을 잃게 되고, 소런은 다시 홀로 책을 찾아 헤맨다.

수천 년이 흘러도 책은 발견되지 않고, 이제 고통보다 무한한 시간이 지옥을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삶이 언젠가 끝나기에 사랑과 우정 등 삶의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지금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은 의미를 잃을 수 있지않을까?

이 책은 비록 분량은 짧지만,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종교와 믿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끝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에게 지옥은 죽음 뒤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은 채 끝없이 반복되는 시간을 말하는 듯하다.

어제와 똑같은 삶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게 지옥일수도..ㅠ

이 책은 책읽는 쥬리님을 통해 자음과모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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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코딱지 ㅣ 밝은미래 그림책 66
다나카 나오토 지음, 호리카와 리마코 그림, 김보나 옮김 / 밝은미래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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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물음에도 '고릴라 코딱지!' 라고 말하는 거야."

그리고 고릴라는 질문을 쏟아낸다.

"아침에 뭐 먹었어?"
"오늘은 어떤 꿈꿨어?"
"주머니 속에 감춘 거 뭐야?"
"힘을 주면 나오는 건?"
"똥을 누면 무엇으로 닦아?"
"어른이 되면 무엇이 되고 싶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책은 '무엇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기보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책'이다. 실제로 이 책은 '코딱지'라는 유치하고 우스운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게 만든다.

또한 일반적인 동화처럼 사건이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놀이형 그림책'을 추구한다.

처음에는 평범한 질문이지만 점점 엉뚱하고 난처한 질문으로 발전하지만 처음에 한 약속 때문에 어떤 질문에도 '고릴라 코딱지!' 라고 대답해야 한다.

그래서 혼자 읽는 것보다 부모와 아이, 친구들이 함께 소리 내어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듯하다.

어린이에게는 신나는 놀이가 되고, 어른에게는 잠시 체면과 진지함을 내려놓는 시간이 되는 책!

결국 이 책은 코딱지라는 유치한 소재를 이용해 '웃음과 소통'이라는 꽤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림책이다.

그림 동화책이 반드시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밝은미래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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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
도야마 가오루 지음, 윤은혜 옮김 / 허밍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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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사이드호텔은 오랫동안 원인 불명의 이유로 투숙객을 받지 않고 창고로 쓰던 '705호'를 투숙객을 받으려고 리모델링을 시작하지만 그 직후부터 불길한 징조가 잇따른다.

📍꿈이었을까? 아니면 유령이었을까?

​706호에 투숙한 남성은 벽을 격렬하게 두드리는 소리와 이상한 꿈에 시달리지만, 호텔 측은 당시 705호에 투숙객이 없었다고 답한다.

이어 출장 유흥업소 여성이 실종되고, 이를 쫓는 업소 운전기사, 호텔의 이상 현상을 조사하는 지배인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705호의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단순한 호텔 괴담처럼 시작한 이야기는, 과거 어느 가문에서 내려오던 신비하고도 불길한 '오쿠다리사마'가 인간의 잔혹한 욕망과 가문의 비극이 얽혀 있음이 밝혀지며 추리•호러 서스펜스로 확장된다.

✔️"이 대나무통은 평범한 통이 아니야. 이 대나무통 안에 있으면 오쿠다리사마는 영원히 살수 있어."

📍인간의 어두운 틈을 파고드는 서늘한 공포!

작가는 단순히 귀신이나 초자연적 현상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705호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매개로, 인물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던 외로움, 결핍, 탐욕, 죄책감을 조명한다.

705호의 기괴한 끌림은 결국 스스로 삶의 한계를 느끼거나 욕망에 굴복한 이들이 빠져드는 함정처럼 작동한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다!

사건이 끝나고 독자들은 "그래서 대나무통이 어디로 갔는지?"를 묻는다. 대나무통이 다시 누구(?)의 손에 들어가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인간의 약함과 집착이 어떻게 공포로 바뀌는지 보여주는 이 책을 호러 애독자에게 추천드린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나무통이 있다면!
📍여러분은 가지겠습니까?

이 책은 허밍북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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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극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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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도코로다 료스케가 건설중인 주택에서 살해된다. 그런데 사흘 전에 도코로다 애인의 피살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건의 연관성이 의심되고, 도코로다에게 가족들조차 몰랐던 비밀이 드러난다.

그는 인터넷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실제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과 '어머니•아버지•아들•딸'이라는 가상의 가족을 만들어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경찰은 도코로다의 딸 가즈미를 불러 인터넷상의 '가족'들을 확인하게 하는데..

가족극. 원제는 R.P.G.(Role Playing Game)였다. 이 소설의 반전은 R.P.G가 이중으로 작용된다는데 있다. (스포주의)

먼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는 것 한번, 그럼 또 한번은?
이게 하이라이트다.직접 확인하시길..

'가족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역할을 부여하고 가족처럼 행동하는 반면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인 도코로다의 딸 가즈미는 아버지에게서 정작 가족으로서의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

저자는 복잡한 트릭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살인이라는 사건 뒤에 숨어 있는 외로움, 질투, 애정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

또한 '연기하는 사람'과 '진짜 사람'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가족'과 현실의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인 이 책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보다 한 가족 안에서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비극을 이야기한다.

ps. 미야베는 봉준호감독의 열렬한 팬이다.
수차례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후일 봉감독은 '모방범'의 재영화화를 제안받고 오래 고민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번 해 주시지 ㅠ

이 책은 책읽는 쥬리님을 통해 북로드에서 협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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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 기업가, 예언자, 감독 그리고 왕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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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사퇴 소식을 접하면서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 감독이 떠올랐다. 우리는 히딩크를 한국 축구를 바꾼 위대한 감독으로 기억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부터 바꾸는데 과연 감독 한 사람의 교체가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스테디셀러 '총, 균, 쇠'로 유명한 저자가 이번에는 역사의 중심에 선 '개인'에게 시선을 돌린다.

역사•비즈니스•스포츠•종교의 사례를 통해 "그 사람이 없었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를 묻는다.

저자는 이를 '햄릿 테스트'라고 부른다. 잡스 이전에도 스마트폰을 가능하게 한 기술은 존재했고 베이조스•게이츠•머스크 역시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기술과 자본, 시장과 인재라는 시대적 조건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그것을 성과로 바꾼 것이다.

히딩크로 다시 돌아가보자.

2002년의 성공은 히딩크의 역량뿐 아니라 선수들의 잠재력, 체계적인 준비, 조직의 지원, 홈그라운드라는 환경과 시대적 분위기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을까?

히딩크는 주어진 기회를 알아보고 자신의 재량권을 활용해 잠재력을 현실의 성과로 바꾼 리더였던 셈이다.

이 책은 위대한 리더가 역사를 만드는 동시에, 역사적 조건이 위대한 리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말한다.

능력만으로도, 환경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리더의 진짜 힘은 능력과 기회, 재량권과 조직, 그리고 타이밍이 만나는 순간 발휘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때도 '누가 했는가'만큼이나 '언제, 어떤 조건에서 했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돌고돌아 '운칠기삼'이다..

이 책은 김영사에서 협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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