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 - 대통령들의 경제교사, 최용식 소장의 경제학 혁명
최용식 지음 / 알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필자는 이 책을 두 달 만에 다 읽었다. 이 책은 640여 페이지나 되는 책이지만 필자는 작년 800페이지가 넘는 책들을 한달 안에 읽은 적이 있을 정도로 속독을 하는 편이라서 책 분량은 큰 장애물은 아니다.

문제는 이 책의 수준이었다. 필자는 그 동안 경제학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었는데 그 책들이 쉬운 책들이었나 보다. 이 책의 첫 장을 읽기 시작하자 바로 벽에 막힌 느낌이 들었다. 첫 장에는 필자가 정립한 미래경제학에 대한 이론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1/3이 넘는 분량이 이 이론과 적용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은 대학교재로 사용할 정도의 본격적인 이론서이구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밝혀둔다.
이 책을 잡기 전에 이 책의 전반부는 본격적이 이론 설명이니 경제이론에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분들이 아니라면 과감히 통과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21세기를 바라보는 19세기 시선

필자는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들었다. 나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필자와 비슷한 연배나 그 이전의 선배들이 배운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 함이다. 필자는 필자보다 5년 이상 후배들이 어떤 경제공부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저 우리와 다른 것을 배웠기를 바랄 따름이다.
필자가 배운 경제학은 지금 이 지면에서 설명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다. 필자가 지금까지 알기 지낸 경제학이론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경제체계, 즉 고전학파의 경제이론이다. 그 세세한 명제들을 나열하자면. 가격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결정된다.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장은 늘 균형을 잡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경제의 주체는.... 이다.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균형을 이론 경제체계에서는 잉여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등등.

그 동안 별생각 없이 살다가 마침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지적한 현 경제이론의 단점들을 필자가 알고 있는 명제들과 비교해 보았다. 그러자 바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되었다. 가장 공감한 부분은 바로 균형 잡힌 경제계에서는 잉여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과 배치되는 기업의 생존이유가 이윤 창출이라는 점입니다. 경제는 균형을 향해서 이동하여 수요과 공급이 일치되면 가격이 형성되어 안전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잉여가치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바라보고 유지를 해야 할까?

이 문제는 현 경제학의 기초가 된 고전학파에서 계산상의 이유로 경제체계를 일정한 틀 안에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만일 각 요소들이 고정적이지 않고 변동을 한다면 계산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론들은 그 이후 여러 가지 주변 이론과 보정 값들을 붙이며 보완해 나갔는데 애초에 현실과 맞지 않는 설정에 부과된 보정 값들이나 이론들이 과학적일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 경제학 이론을 기반으로 진행된 여러 정책과 전망이 어떤 비극을 초래했는지 설명하면서 새로운 경제이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미래경제학’이라는 것이다.


미래경제학의 특징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미래의 경제학이 갖추어야 하는 조건에 대헤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현 경제학의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해서 한참 득세한 케인즈 학파 계열의 경제관료들의 작품(부동산 위기. IMF사태, 금융위기,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는 일종의 해우소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 동태적 균형론 : 경제계를 유기체와 같이 동적인 체계로 인지한다. 예를 들자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면 끝이 나는 고전학파의 설정과 달리 미래 경제학에서는 이 두 요소는 균형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고만 전제한다. 그 이유는 수요와 공급은 서로 보완하여 균형을 이루는 요소들이지만 가격변동이나 시장의 상황에 따라 그 반응속도와 민감도가 달라서 완벽한 균형 상태에 이르더라도 쉽게 균형이 깨지면 다시 균형을 잡지 위해 움직이는 경험 때문이다.

나. 동적 에너지 : 시장에 공급되는 재화들 특히 통화는 그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른 위치 에너지를 가지고 그 위치에너지가 특정 위치에서 정지할 때까지는 운동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운동에너지는 크게는 경기의 흐름에 작게는 제품 가격 등에까지 영향을 준다.
통화가 시장에 증가하면 그 에너지로 인해 경기가 활성화되기도 하고 너무 지나치면 과열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 카오스 이론 : 미래 경제학은 현 경제학이 수용할 수 없었던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에 규칙성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실물 경제의 규모나 다양한 요인들은 현재의 수준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을 여전히 가지게 되고 이 것은 카오스로 남겨두어 계속해서 그 규칙성을 찾으려 한다.

라. 경제병리학 : 경제를 동태적 에너지를 가진 유기체로 인지한다면 당연히 경제공항 등의 경제파탄도 경제의 한 요소로써 인지와 분석이 가능해야 한다. 미래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들을 병리학으로 정의하고 예방과 치료 방법도 제시한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고자 한다면

이 책을 보다 흥미롭게 읽고자 한다면 제3장 ‘경제병리학, 정확한 경제 예측의 기반’ 부터 읽기를 권한다. 중세말기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흥망성쇠. 중국과 인도의 몰락부터 현재 미국과 일본 등의 경제 문제들을 분석하고 이들 경제의 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 부분은 역사서를 읽은 듯하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읽어내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이들 국가들이 어찌하여 발전하고 어찌하여 망하는 가를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경제가 고도로 부흥하면 공공부분이 팽창하는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부분으로 인적, 물적 자원이 치우치면서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며 남아도는 자본이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고수익을 내는 부동산들 비생산적 부분에 집중되면서 국가 전반이 경쟁력을 잃고 국가자체의 존립까지도 위협 받는다는 내용을 우리의 현실과도 연계되어 매우 흥미롭게 한다.

이어서 4장을 읽게 되면 그 내용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제 4장 ‘경제정책, 과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의 80년대 이후 경제정책의 허와 실에 대해 예를 들면서 경기에 대한 분석과 예측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필자가 가능 통쾌하게 읽은 부분이다.

이렇게 이 책에 대해 흥미를 얹고 나면 5장에서 이야기되는 몇 가지 용어들이 궁금해질 것이다. 이 때 1장부터 읽기를 권한다.


다소 아쉬운 점

필자는 이 책을 어렵게 읽게 되었다. 책 자체가 어려운 점도 있지만 필자의 여건도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오늘날의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문제 그리고 내 통장의 잔고에 대해 약간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과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역시 세상은 보이는 대로 믿기 보다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역사적 사실, 예를 들면 1980년대 이전의 미국의 경제위기와 극복 과정과 그리스펀 전 FRB 총재의 능력을 평가하는 부분에서 필자의 생각과 아주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것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JP모건, 그리스펀 등 미국 경제역사의 걸출한 인물들과 IMF등의 경제기구가 이 책에서 설명한 대로 미국과 세계경제에 중요한 순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배후가 의심되는 마당에 그 평가에서는 다소간의 객관성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스 2011-06-2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경제이론에 대한 그의 생각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전히 보수의자이다. 이점 역시 아쉽지만 그가 60을 넘긴 어른이기 때문에 파격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인가 보다. 소득의 분배가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