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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틀렸다 ㅣ 박홍규의 호모 크리티쿠스 1
박홍규 지음 / 푸른들녘 / 2017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 '니체 극장'을 읽어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니체 극장의 저자는 우리 모두 니체의 반쪽만 보고 있다면서 나머지 반쪽도 알아야 한다고, 니체가 반민주주의자였다고 했는데 이 책은 내내 니체의 반민주주의와 히틀러를 연관시켜 니체의 사상이 한국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글이지만 읽는동안 저자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책의 어조는 격렬하다.
어떻게 반민주주의자인 니체를 좋아할 수 있는거지? 니체주의자들아 정신차려!!!
난 니체전집도 읽지 않았고 니체의 철학이라고 해봤자 여기저기 주워들은것뿐이라 저자의 주장들이 맞는지 어쩐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저자가 우려하는 지점은 확실히 보였다. 저자는 니체가 가져온 가치의 전복, 도덕의 몰락, 관점주의의 혼란, 기존 질서의 파괴에 분노하는 듯 보였다. 나도 어느정도 그런 부분들이 니체를 읽을 때마다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반면에 그런 모습이 진정한 보수로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니체에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걱정하는 이유들 때문은 아닐까?
기존의 질서 아래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플라톤의 닫힌 사회에서 무한한 가치들로 넘쳐나는 열린 사회가 됐다. 내가 이 열린 사회에서 보는 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혼란이었다. 진정한 자유를 누릴수있는 것은 니체에 따르면 초인 뿐이다.
여기서 저자는 분노한다. 왜 초인인가? 민주주의 아래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왜 가치절하는 것인가?
모르는 내가 뭉뚱그려 봤을 때, 플라톤의 철인국가에서 철인도, 니체의 초인도 뛰어난 개인이다. 선택을 받았든, 혈통이든, 천재든.
그래서 드는 생각이 신은 죽었다고 외쳤지만 니체가 플라톤과 다른게 뭐란 말인가? 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뛰어난 개인이 전체를 이끄는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니체는 민주주의를 혐오했다. 인류가 후퇴한다고 생각했다.
니체가 히틀러 보라고 쓴것도 아닌데 니체를 계속 히틀러와 연관시킨 것은 좀 억지같아 보였고, 이런 책을 쓸 정도라면 니체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저자가 얘기하는 니체의 사상들에 대한 설명들은 그닥 심오하진 않았다. 반민주주의적인 니체를 증명하기 위해 그런거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니체를 아주 좋아했었다가 지금은 반대하는데 이것은 마치 니체와 바그너의 관계 같다. 니체가 바그너를 버린 것은 바그너가 그 시대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저자도 이 시대라고 할 수 있는 니체를 버린 것은 저자의 정신세계가 성숙해져서일까? 저자는 니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시대를 넘어선게 아니라 시대를 지키고 싶은 정신이다. )
니체의 관점주의는 확실히 비판이 필요한 것 같다. 너무 많은 자유를 주기엔 인간은 모두 초인이 아니니까 말이다.
저자가 니체의 초인에서 사이코패스 슈퍼맨을 봤다면, 난 저자의 책에서 보수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혹은 인간애? 저 아득한 초인에서 내려와 지상의 인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라.
일단 난 니체주의자까지는 아니나 운명애 개념은 좋아하고, 관점주의엔 의심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