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이기영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0
이기영 지음, 이상경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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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의 장편소설 『고향』은 계급문학의 주제의식이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희준은 동경에 유학을 갔다 돌아온 전형적인 지식인으로, 고향을 계몽하고자하는 인물이다. 희준을 통해 공정한 사회와 이익의 평등한 분배가 있는 이상적인 사회, 즉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상을 알리고 있다. 계급문학인 『고향』을 읽다보면 가장 먼저 주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소설은 주인공 희준과 마름‘’의 대칭적 구조를 통해 계급의 구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먼저, 가난한 빈농인 마을의 농민들과 그와 같은 선상에서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지주에게 착취당하거나 노동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노동자계층이다. 이들의 모습에서 ‘왜 우리는 굶주리고 헐벗지 않으면 안 되는가?’ 라는 주인공의 독백 형태의 질문 자체가 소설의 성격과 주제를 알 수 있게 한다.

『고향』은 또한 전통적인 모습을 벗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여성들을 보여준다. 마을의 여성들은 야학을 다니며 공부하기도 하고, 스스로 노동자가 되어 노동 쟁의를 일으키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작가가 여성에 대해 전통적인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읽으며 약간 의아했던 점은 주인공 희준이 자신의 아내에게 느낀 감정이었다. 희준은 집에서 정략결혼을 한 못생긴 아내가 있는데, 그녀를 매우 못마땅해 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어지는 소설의 전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에서 봤을 때, 아내 또한 조혼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고향』을 읽으면서 계급투쟁의 주제를 가지고 장편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자칫 주제의식에 너무 치우쳐 딱딱해지거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성격을 살리고 소설적 재미를 부여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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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 - 최서해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
최서해 지음, 곽근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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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는 나인 박 군이 친구인 김 군에게 편지를 쓴 서간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편지의 형태를 취한 덕분에 주인공인 박 군이 가족을 떠나 xx단에 가입하게 되기까지의 사건들과 심정의 변화가 그대로 소설에 드러나고 있다. 역시 이 소설도 카프와 계급문학에 관련해서 정보만 알고 있었을 뿐 접해보지 못했던 소설이었다. 나는 이 소설 역시 계급문학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읽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은 계급문학은 문학적으로 개연성 없고 이념에 치우쳐 결론을 정해놓고 써내려간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함께 읽었던 철야는 이러한 생각에 어느 정도 맞게 느꼈기에 탈출기역시 미심쩍은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소설은 극한 빈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경험이 담겨있는 가난과 관련된 사건들은 모두 사실적이었고, 그 만큼 주인공과 그 가족의 삶에 대해 감정이 기울었다.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임신한 아내와 늙은 어머니조차 먹일 수 없다. 아내가 남이 먹다 버린 귤껍질을 몰래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하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애가 귀찮게 느껴지는 현실은 암담했다. 주인공인 내가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하게 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웠다. 나는 자신의 괴로운 심리를 적나라하게 내비추고 있는 문장들을 읽으며 주인공의 마음에 동조하고 있었다. 비록 결국 제도를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가족을 떠나 xx단으로 간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는 가족을 버리고 현실에서 도피했다는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는 주인공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는 대목인 것이다.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분노와 절망의 과정을 동조해 가며 읽으면서 나는 다시금 내 편견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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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곤 (문예면) - 전7권 - 문예면, 전7권
국학자료원 편집부 지음 / 국학자료원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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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야를 읽기 전부터 이미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박영희라는 이름이 주는 편견이었다. 특히, 박영희를 김기진과의 논쟁 내용-형식논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논쟁의 발단이 된 소설이 바로 이 단편 철야이다. 이 소설에 대해 김기진은 소설이란 한 개의 건축이다. 기둥도 없이, 서까래 없이, 붉은 지붕만 입히어 놓은 건축이 있는가?”라는 말로 소설의 형식과 구성화의 부족을 비판했다.

내용-형식논쟁자체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배웠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발단이었던 이 소설에 대해 한 줄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소설을 읽으며 처음에는 놀라웠다. 나는 은연중에 철야와 같은 선전문학은 문학적 느낌은 하나도 없고 개연성도 없이 오로지 이념과 관련된 문장 범벅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며 생각보다 매끄러운 문장과 인생에 대한 고뇌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계급운동의 이념이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우스웠다.

소설은 인생에 대해 고뇌하던 가난한 예술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갑작스러운 계급투쟁을 보여주었다. 집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나 거리를 헤매면서 주인공은 집 없는 노동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편집자에게 계급투쟁을 말하는 편지를 써 보내려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인생에 대한 고뇌가 계급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정말이지 개연성 없는 선전 그 자체였다. 소설을 나름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계급에 휩쓸려 소설이 끝난 느낌이었다. 계급투쟁을 다짐하게 된 특정한 사건도 없고 인물의 성격이나 특징도 잘 드러나지 않아서 왜 갑자기 이렇게 이어지는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알고 읽어도 이렇게 황당한 느낌인데, 과연 당시에 평범한 노동자계층에게 이 소설을 통한 선전효과가 있었는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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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 나도향 중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3
나도향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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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은 삼룡이의 변화와 순애보를 담은 단편소설이다. 도입부에서 예전에 한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듯 서술하고 있었지만 막상 소설을 읽으니 의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오히려 신기했다. 오생원의 벙어리 하인인 삼룡은 주인에게 충성심 강한 인물이다. 주인의 하나뿐인 아들에게 모진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나의 주인의 아들이라는 생각으로 그 고통을 잊는 충견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소설에서도 이러한 삼룡이의 모습을 기계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외적인 결함, 외부의 억압 때문에 스스로의 한계를 결정 짓고 있는 삼룡이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낯선 것은 아니었다. 고민거리를 나누는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그렇고 불과 몇 개월 전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미래를 고민하던 내 모습에서도 삼룡이의 단념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삼룡이의 변화는 반갑게 다가왔다. 비록 그 변화로 인해 기존의 삶 자체를 잃고 목숨까지 잃었지만 삼룡이의 마지막은 행복해보였다.

소설을 읽으면서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가 겹쳐보였다. 워낙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장편이고 담고 있는 의미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똑 닮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주인공의 애절한 순애보와 그 과정만큼은 닮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두 작품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콰지모도와 삼룡이가 겹쳐 보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시 순애보와 운명과의 대결이 만나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정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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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9-06-0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에서 내용이나 결과를 암시한다거나 아예 결과를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데... 소감만 간단 명료하게..
 
빈처 청목 스테디북스 43
현진건 지음 / 청목(청목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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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단편소설 빈처는 가난하지만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는 부부와 부유하지만 불행한 처형부부의 삶을 대조하며 물질적인 것 이상의 정신적 가치를 보여준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어 의 심리묘사를 세밀하게 그린다. ‘는 물질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적 신념을 지켜 나가고 있는 인물이다. 비어가는 살림과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주변인들 사이에서의 상황과 괴로운 심리가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소설을 따라 읽으면 신념을 지키고 사는 주인공이 안타깝지만 가장 시선이 가는 것은 그의 아내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빈처인 것에서도 느껴지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꼭짓점은 아내이다. 신념을 지키는 보다도 더 대단해 보이고, 더 마음이 가고, 소설의 중심에 위치한 것처럼 보이는 인물도 아내이다. ‘는 기울어가는 살림을 잇기 위해 친정에 손 벌리는 아내의 모습을 안타깝게 보면서도 전혀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상을 찾기 위해 현실은 오로지 아내에게 맡긴 채 외면하고 도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달픈 현실과의 투쟁은 오로지 아내 혼자 힘써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소설 속 다른 사람들의 평가처럼 는 현실적인 면에서는 패배자나 마찬가지이다.

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인간적인 고민도 아내의 모습에서는 찾을 수 있었다. 예술가의 아내를 지향하면서도 물질 앞에서는 부러워하고 원하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 현실에서 버티며 의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이다.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가 현실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내의 무한한 사랑 덕분이다. 이렇게 물질적인 점에서는 부족하지만 부부는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불행하지 않다. 정신적 가치가 주는 행복은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 따듯하게 나타나지만 이거야말로 정말 힘들고 소설 같은 일이 아닐까. 내일 먹을 아침거리도 없고 전당포에 맡길 옷도 더 이상 없는 처지인데 6년째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니. 자꾸만 진심으로 믿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믿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믿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아내를 의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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