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곤 (문예면) - 전7권 - 문예면, 전7권
국학자료원 편집부 지음 / 국학자료원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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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철야를 읽기 전부터 이미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박영희라는 이름이 주는 편견이었다. 특히, 박영희를 김기진과의 논쟁 내용-형식논쟁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논쟁의 발단이 된 소설이 바로 이 단편 철야이다. 이 소설에 대해 김기진은 소설이란 한 개의 건축이다. 기둥도 없이, 서까래 없이, 붉은 지붕만 입히어 놓은 건축이 있는가?”라는 말로 소설의 형식과 구성화의 부족을 비판했다.

내용-형식논쟁자체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배웠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발단이었던 이 소설에 대해 한 줄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 소설을 읽으며 처음에는 놀라웠다. 나는 은연중에 철야와 같은 선전문학은 문학적 느낌은 하나도 없고 개연성도 없이 오로지 이념과 관련된 문장 범벅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며 생각보다 매끄러운 문장과 인생에 대한 고뇌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계급운동의 이념이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우스웠다.

소설은 인생에 대해 고뇌하던 가난한 예술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갑작스러운 계급투쟁을 보여주었다. 집세를 내지 못해서 쫓겨나 거리를 헤매면서 주인공은 집 없는 노동자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편집자에게 계급투쟁을 말하는 편지를 써 보내려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인생에 대한 고뇌가 계급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정말이지 개연성 없는 선전 그 자체였다. 소설을 나름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계급에 휩쓸려 소설이 끝난 느낌이었다. 계급투쟁을 다짐하게 된 특정한 사건도 없고 인물의 성격이나 특징도 잘 드러나지 않아서 왜 갑자기 이렇게 이어지는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알고 읽어도 이렇게 황당한 느낌인데, 과연 당시에 평범한 노동자계층에게 이 소설을 통한 선전효과가 있었는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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