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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 나도향 중단편선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3
나도향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2월
평점 :
『벙어리 삼룡』은 삼룡이의 변화와 순애보를 담은 단편소설이다. 도입부에서 예전에 한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듯 서술하고 있었지만 막상 소설을 읽으니 ‘나’의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오히려 신기했다. 오생원의 벙어리 하인인 삼룡은 주인에게 충성심 강한 인물이다. 주인의 하나뿐인 아들에게 모진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나의 주인의 아들’이라는 생각으로 그 고통을 잊는 충견과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소설에서도 이러한 삼룡이의 모습을 기계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외적인 결함, 외부의 억압 때문에 스스로의 한계를 결정 짓고 있는 삼룡이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낯선 것은 아니었다. 고민거리를 나누는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그렇고 불과 몇 개월 전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미래를 고민하던 내 모습에서도 삼룡이의 단념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삼룡이의 변화는 반갑게 다가왔다. 비록 그 변화로 인해 기존의 삶 자체를 잃고 목숨까지 잃었지만 삼룡이의 마지막은 행복해보였다.
소설을 읽으면서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가 겹쳐보였다. 워낙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장편이고 담고 있는 의미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똑 닮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주인공의 애절한 순애보와 그 과정만큼은 닮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두 작품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콰지모도와 삼룡이가 겹쳐 보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시 순애보와 운명과의 대결이 만나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정석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