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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 - 스스로 묻고 끝까지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켄 베인.마샤 마셜 베인 지음, 정윤미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켄 베인, 마샤 마셜 베인)는 “공부”의 의미를 점수와 내신, 스펙으로만 좁혀 온 기존 관점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진짜 배움은 결국 가정이라는 일상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세계적인 대학 교육 연구자로서 ‘최고의 교수법’을 평생 탐구해 온 저자는, 진짜로 잘 배운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가 아니라 집에서부터 “스스로 묻고, 끝까지 생각하는 힘”을 길러 왔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부모에게 더 많은 잔소리와 관리 전략을 가르치는 매뉴얼이 아니라, 부모 자신이 어떤 태도로 아이를 바라보고 대화하며, 가정이라는 공간을 ‘배우는 집(learning household)’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따뜻한 제안서입니다.

저자는 먼저, 성적 중심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떤 부작용을 남겼는지 짚어 봅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정답을 외우는 데만 익숙해진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면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고,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능력, 즉 ‘심층 학습’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겉으로는 우수한 성적을 받더라도,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 자신이 무엇을 믿고 어떤 근거로 생각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교육 방식이 결국 아이들의 호기심과 자기주도성을 꺾고, 변화가 빠른 미래 사회에서 살아갈 핵심 능력을 빼앗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정해진 답을 빨리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메시지는 “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집에서 더 많은 문제집을 풀리거나 학습 계획을 더 빡빡하게 관리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공부’는 시험 준비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대해 궁금해할 때,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가 결정적입니다. “그건 나중에” “지금은 공부부터 해”라고 질문을 막아 버리는 대신, 함께 찾아보고, 왜 그럴까를 되묻고, 아이가 스스로 답을 추론해보도록 도와주는 가정이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집이라고 말합니다.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보다,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 뉴스를 함께 보며 질문을 던지는 습관, 책을 읽고 서로 생각을 묻는 일상적인 장면이 아이에게 최고의 수업이 된다는 점이 깊이 와 닿았습니다.

저자는 부모의 구체적인 역할로 ‘헬리콥터 부모’가 아닌 ‘잠수함 부모’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헬리콥터처럼 머리 위를 맴돌며 매 순간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잠수함처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아이가 스스로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여유를 주라는 뜻입니다. 위험한 상황에는 재빨리 개입하되, 일상의 크고 작은 선택과 실수는 아이가 직접 겪어 보게 해야 진짜 배움이 일어난다는 통찰입니다. 또한 부모가 정답을 대신 알려주는 대신, 좋은 질문을 던지고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같은 질문이 아이의 사고를 깊게 만들고, 스스로 사고 과정을 점검하는 습관을 길러 준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부모의 태도가 아이 인생 전체의 배움 방식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입니다. 부모가 실수와 질문, 논쟁과 탐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각도 유연하게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배움이란 ‘틀리면 안 되는 시험’이 아니라 ‘계속해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반대로 부모가 성적과 등수, 결과만을 강조하면, 아이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쉽게 포기하는 습관을 갖게 됩니다. 켄 베인의 오랜 연구를 통해 검증된 이 결론은, 자녀 교육에 고민이 많은 부모에게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총평하자면, 《최고의 공부는 집에서 시작된다》는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까”보다 “부모인 나는 어떤 태도로 함께 배울 것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집을 숙제 검사와 성적 관리의 공간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질문이 존중되는 작은 배움의 공동체로 바꾸고 싶어하는 부모에게 꼭 필요한 나침반처럼 느껴졌습니다.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비법서를 넘어, 아이와 부모 모두가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기 위한 철학과 실천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교육과 양육을 함께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깊이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