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수리 마음 더듬이 ㅣ 너른세상 그림책
김기린 지음 / 파란자전거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친구 이야기를 점점 더 많이 한다.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OO가 좋아.”

예전엔 그냥 옆에 있는 친구와 놀았다면, 이제는 좋아하는 친구, 마음이 맞는 친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도 생긴다.

나는 아이들이 트러블 없이 친구들과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무심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래야 착하지.”

“친구한테 양보해.”

아이들을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수리수리 마음 더듬이>의 주인공은 더듬이가 ‘마음 더듬이’인 개미다.

이 개미는 늘 더듬이를 세워 친구들의 기분을 살핀다.

누가 속상한지, 누가 화가 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재빠르게 알아차린다.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서, 하기 싫은 일도 참고, 늘 친구들 눈치를 살핀다.

겉으로 보기엔 갈등 없는 착한 아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친구들의 마음이 우선이라 자기 마음더듬이가 길어져서 결국 그 더듬이에 갇히고 만다.

좋은 아이가 되려다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갈등이 없다는 것이 정말 건강한 관계일까.

양보하는 아이가 항상 성숙한 아이일까.



그동안 나는 아이에게 “착하다”는 말을 칭찬처럼 건네왔지만, 어쩌면 그 말이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해도 참는 아이, 화가 나도 웃는 아이, 하기 싫어도 고개 끄덕이는 아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속에서는 조금씩 소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은 친구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 역시 중요하다는 것.

마음 더듬이를 밖으로만 세우지 말고, 안쪽으로도 향하게 하라고 얘기한다.

책을 덮고 나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친구 마음도 소중하지만, OO 마음도 똑같이 소중해.”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그리고 그 말은 아이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관계를 지키려고 애쓰다 보면 나 역시 종종 내 마음을 뒤로 미룬다.

괜찮은 척, 이해하는 척, 어른인 척.

아이와 함께 읽었지만, 어른인 내가 더 많이 돌아보게 된 그림책이었다.

착한 아이가 되기보다,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

#수리수리마음더듬이 #김기린 #파란자전거 #그림책리뷰 #그림책 #감정그림책 #마음그림책 #그림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휠체어도 씽씽, 우리 모두의 놀이터 ㅣ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크리스티나 포겔 지음, 릴리 바론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바람이 하나 있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시선 없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는 것.

몸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바랐다.

이 책이 그래서 더 반가웠던 것 같다.

<휠체어도 씽씽, 우리 모두의 놀이터>는 휠체어를 타는 아이 밀라의 일상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새 학교로 전학 온 밀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뛰놀고 싶다.

하지만 놀이터에 가면 모래 때문에 바퀴가 빠지고, 동물원에서는 턱과 계단 앞에서 멈춰 서야 한다.

교실과 마을 곳곳에도 사소하지만 분명한 장벽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일부러 설명하지 않았다. 왜 밀라가 힘들까? 같은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대신 장면을 천천히 함께 보았다.

밀라는 왜 불편한지, 밀라와 함께 어울리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친구들과 선생님, 마을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밀라도 함께 놀 수 있을지.

친구들, 마을사람들, 선생님 모두가 함께 도와 공간을 바꾸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뀐 놀이터를 보며 아이들이 말했다.

“이제 밀라 휠체어가 모래에 안 빠지겠다.”

“밀라도 행복하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본질을 알아본다. 우리가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장면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인다.

그림책 한 권이지만 어른인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장벽을 ‘원래 그런 것’이라 여기며 지나치고 있을까.

계단 하나, 턱 하나, 익숙한 구조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멈춤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떠올리고 있을까.

포용은 마음속 다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는 걸.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며 느꼈다.

편견을 없애는 일은 거창한 교육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배려해야 할 존재로 구분하기보다, 처음부터 ‘함께’라는 전제를 두고 생각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아이에게는 공존의 감각을, 어른인 나에게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시선을 돌아보게 해준 이야기.

아이와 꼭 함께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휠체어도씽씽우리모두의놀이터 #한울림출판사 #한울림그림책 #장애인식개선그림책 #그림책리뷰 #그림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를 지탱해주는 언어
유세진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 입니다.


<나를 지탱해주는 언어>는 아나운서이자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세진 아나운서가 쓴 책이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이 간 이유는 단순했다.
나 역시 심리상담사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가의 언어는 무엇이 다를까?’
‘상담실에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말은 어떤 결을 가지고 있을까?’
그 궁금함이 책을 펼치게 했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돌보는지에 대한 책인 것 같았다.

저자는 공감력이 높고, 예민한 기질을 지녔으며, 우울증을 겪었던 경험도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 부분이 나와 비슷해 공감이 많이 됐다.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 안의 상처를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를 지탱해주는 언어’는 거창하지 않았다.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
지치면 멈추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잘해내지 못한 나를 다그치지 말고, 우울과 불안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내가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전업 주부다.
그렇지만 가만히 늘어져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우울해질 것 같아서 요즘은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아이들 육아도 더 열심히 하며 쉼 없이 나를 채찍질해왔다.

그게 나를 위한 일이라고 믿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아서, 멈추면 내가 초라해질 것 같아서 쉼없이 달려온 것 같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나를 단단하게 세운다면서
사실은 계속 몰아붙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쉼 없이 나를 채찍질하는 일들이
어쩌면 나를 더 공허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자는 말한다.
회복은 더 노력해서 오는 게 아니라 멈출 수 있을 때 온다고.

잘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지칠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고.

내 편이 되어주는 문장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한 사람,
멈추면 안 될 것 같아 계속 달리고 있는 사람,
‘잘해야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해버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마음의 쉼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분명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나를지탱해주는언어들 #유세진 #사유와공감
#에세이추천 #심리에세이 #책리뷰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담에 또 놀자! ㅣ 산하그림책
양희진 지음, 김종민 그림 / 산하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주황빛 귤밭에 우스꽝스러운 아이와 토끼, 그리고 정체 모를 동물의 발.

코끝에 귤 향이 번질 것 만 같은 표지.

제목은 <담에 또 놀자> 인데 노는 건지, 싸우는 건지 알 수 가 없다,

이야기는 녹두가 귤 따는 날에서 시작된다.



직접 가꾼 밭에서 귤을 따는 기쁨,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순간들.

그 평화로운 장면에 토끼가 등장하고, 고양이가 얽히면서 작은 사고 같은 일이 한바탕 소동으로 번진다.




자루 안에서 뒤엉키고, 말리려다 같이 휘말리고, 결국 서로를 쫓고 쫓게 된다.

이 그림책은 실감 나게 읽어줄수록 재미있다.



특히 자루 안 장면이나 쫓고 쫓기는 부분에서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집중한다.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지만 따라가려면 집중이 필요하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이 빠르게 이어지고, 누가 누구를 쫓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의성어, 의태어도 많아 읽는 맛도 있다.

소동 끝에 큰토끼의 자루가 찢어져 귤을 담지 못하게 되자 녹두가 자기 바구니에 담은 귤을 기꺼이 나누어 준다.

직접 가꾼 귤인데도 망설임 없이 나누는 모습.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알려주기에도 좋았다.

아이들과 읽는 동안 귤밭에서 한참 뛰어논 기분이었다.

반짝이는 햇빛, 차가운 공기, 귤 냄새, 숨이 차도록 달렸던 겨울의 기억까지.

놀이의 시간과 관계의 따뜻함을 그대로 건네주는 그림책이다.

귤 까먹으며 읽으면 더 재밌다!

#담에또놀자 #양희진 #김종민 #산하 #그림책 #그림책리뷰 #그림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흔들림의 철학 - 숲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15년의 여정에서 찾은
이현미(자림) 지음 / 마인드큐브 / 2026년 2월
평점 :
절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사실 40대가 되면서도 '중년'이라는 말은 여전히 내게 낯설다.

나이를 숫자로 보면 분명 어느 지점에 와 있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생각하는 방식도 아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고, 여전히 좋아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내게 붙기 시작한 '중년'이라는 프레임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직은 내 얘기 같지 않은 단어인데, 사회적으로는 이미 그 구간에 들어와 있는 느낌에 거리감이 있었다.

<흔들림의 철학>에서 저자는 그 어색함을 억지로 정리하려 들지 않는다.

이 책이 말하는 중년은 거창한 선언이나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과 시행착오, 관계 속에서 배운 것들,

내면에 남은 질문들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결이 바뀌어 가는 과정으로 중년을 바라본다.

그래서 읽는 내내 '아, 꼭 어떤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변해가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저자가 삶을 풀어내는 언어에 있다.

저자는 15년 동안 숲과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인생의 깨달음을 자연과 연결해 이야기한다.

자연을 비유로 사용하는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그 비유가 단지 문장을 예쁘게 만들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실제로 오랜 시간 자연 가까이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낸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관찰과 감각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고,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특히 내게는 중년을 '가을숲'으로 표현한 부분이 좋았는데, 나 역시 내인생을 계절로 표현한다면 40대 이후가 가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느낀 것은, 저자의 어조가 가진 힘이었다.

따뜻하고 다정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그 따스함에 위로가 되었다.

저자가 다루는 주제들도 지금 시기의 삶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 계절의 흐름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 내면을 다지는 태도, 그리고 흔들림을 대하는 자세까지.

어느 한 가지 주제만 깊게 파고드는 방식이 아니라, 삶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스며드는 책이라서 읽고 나면 특정 문장 하나보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태도가 남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건 40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조금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40대를 생각하면 막연히 '젊음이 지나가는 시기',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 시기'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때가 있었다.

물론 실제로 체력이나 환경의 변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변화들을 단순히 상실의 언어로만 보지 않게 해준다.

오히려 40대는 삶의 여러 면에서 더 지혜로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경험이 쌓였다는 건 단지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넓게 보고 덜 단정하며, 조금 더 나답게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

<흔들림의 철학>은 중년에 접어드는 사람들, 혹은 이미 그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중년'이라는 말이 낯설고 어색한 사람, 나이를 받아들이는 일과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 사이에서 마음이 자주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건네는 말들이 꽤 다정하게 다가올 것 같다.

#흔들림의철학 #이현미 #마인드큐브 #철학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책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