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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ㅣ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이클립스 저자의 <세계척학전집>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읽으며 심리, 철학,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이론과 지식을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었다.
다양한 지식의 큰 흐름을 알기 쉽게 연결해주는 책이라 읽다 보면 내가 몰랐던 개념을 부담 없이 접하게 되고,
더 깊이 알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관련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말하자면 이 시리즈는 ‘얕지만 넓은 지식’을 쌓기에 좋은 입문서 같은 책이다.
이번에 읽은 <싸움의 교양> 역시 제목도 제목이지만 어떤 내용일지 기대감을 가지고 펼치게 된 책이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처음에는 전쟁이나 병법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싸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이기는 법, 상대를 제압하는 법, 혹은 전쟁의 역사와 전략을 다룬 책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목차를 훑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물론 전쟁과 전략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협상, 심리, 인간관계, 권력, 선택, 판단에 관한 이야기들이 함께 들어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싸움’은 단순히 누군가와 부딪히고 이기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며 피할 수 없이 마주하는 갈등의 순간들, 관계 안에서 생기는 힘의 균형,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판단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싸움 속에 있다.
회사에서, 가족 안에서, 친구 관계에서, 때로는 나 자신과의 관계 안에서도 계속 무언가를 조율하고 설득하고 버티고 선택한다.
다만 그것을 ‘싸움’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누군가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내 마음을 제대로 전달해야 할 때, 억울한 상황에서 나를 지켜야 할 때, 혹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가야 할 때 우리는 이미 작은 싸움의 한가운데에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일상의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다.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는 남편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화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감정싸움처럼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맞는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상대가 지금 무엇을 불편해하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지키고 싶어 하는지, 이 대화의 진짜 쟁점이 무엇인지를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협상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예전 회사 생활이 떠올랐다.
상품 MD로 일하면서 파트너사와 조건을 조율하고, 회의 자리에서 의견을 설득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때는 경험과 감각으로 부딪히며 배웠지만, 이 책을 진작 읽었다면 훨씬 더 차분하고 전략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협상은 단순히 상대를 이기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의 입장과 욕구를 읽고, 서로 움직일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회사 다닐 때 만났던 수많은 회의와 협의의 장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랐다.
그때 내가 왜 어떤 말에는 흔들렸는지, 왜 어떤 협상은 잘 풀렸고 어떤 협상은 감정적으로 소모됐는지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지식서라기보다, 내가 지나온 장면들을 다시 해석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무조건 피하기만 하는 것도 답은 아니고, 그렇다고 매번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떤 판 위에 서 있는지 아는 것이다.
나는 지금 싸우고 있는가.
아니면 상황을 읽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승리인가, 아니면 더 나은 결과인가.
나는 감정에 끌려가고 있는가, 아니면 나를 지키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가.
<싸움의 교양>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이클립스 저자의 《세계척학전집》 시리즈가 늘 그렇듯, 이 책 역시 여러 분야의 지식을 한 권 안에서 폭넓게 연결해준다.
손자병법, 마키아벨리, 게임이론, 협상 이론, 심리학 등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어렵게 느껴지기보다는 현실의 장면들과 연결되어 읽힌다.
그래서 지식서이면서도 자기계발서처럼 읽히고, 전략서이면서도 인간관계 책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싸움’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싸움은 꼭 소리 높여 부딪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상황을 읽는 것이고,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고, 때로는 물러나는 것이며, 또 때로는 내 자리를 지켜내는 일이었다.
착하게 살고 싶지만 자꾸 손해 보는 사람, 갈등이 싫어 피하기만 했던 사람, 관계 속에서 매번 감정적으로 지치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싸움의 교양>은 누군가를 싸워서 이기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현실 감각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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