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공부의 종말 - 우리가 공부라 믿는 것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두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서 교육에 관한 고민이 부쩍 많아졌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늦지는 않은지 신경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 무엇을 해내고 있는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내 아이의 수준은 어떤지 먼저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가짜 공부의 종말>은 그런 부모의 불안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공부라고 믿어온 것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학교 게임’에 적응하는 훈련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고, 지시에 따라 과제를 수행하고, 시험에서 정답을 골라 좋은 점수를 얻는 아이는 학교 게임의 모범생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곧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뜨끔했던 부분은 아이들이 어른의 눈에 ‘배우는 것처럼 보이는 법’을 익힌다는 지적이었다.

얌전히 앉아 있고, 정답을 빨리 말하고, 칭찬받을 행동을 반복하면 우리는 그 아이가 잘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궁금해서 몰입한 것인지, 틀릴까 봐 눈치를 보며 답을 찾은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 차이를 자주 본다. 시켜서 하는 일에는 금세 지루해하던 아이가 자신이 궁금해진 주제에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책이나 놀이에 오래 몰입한다.

그 모습을 보면 아이에게 배움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배워야 할 이유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러닝 게임’이다.

여기에서 아이는 답을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선택하는 사람이 된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문제를 만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실패한 뒤 전략을 수정한다.

교사는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실패는 감점의 이유가 아니라 다음 판단을 위한 정보가 된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혼란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우리는 아이가 어려워하거나 막막해하면 곧바로 설명해주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아이가 헤매는 모습을 보면 답답해서 방법을 먼저 알려줄 때가 많다.

그러나 책은 기존에 알던 것과 새로운 정보가 충돌하는 그 혼란이야말로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아이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는 친절이 오히려 호기심과 주도성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암기를 무조건 낡은 공부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 지식은 생각의 재료가 되기 때문에 암기도 필요하다.

문제는 외운 내용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다. 공식을 말할 수 있지만 실제 문제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시험이 끝나는 순간 대부분을 잊어버린다면 그것은 지식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잠시 보관한 것에 가깝다.

암기한 지식을 경험, 이야기, 실제 문제와 연결해야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이 부분은 오랫동안 상품 MD로 일한 뒤 다시 심리학을 공부하는 나에게도 크게 와닿았다.

실무에서는 교과서처럼 조건이 정리된 문제가 주어지지 않았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판단하고, 사람을 설득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원인을 찾아 다시 시도해야 했다.

지금 심리학을 공부할 때도 개념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제 장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비로소 공부가 살아난다.





물론 책의 주장에 모두 편안하게 동의할 수만은 없었다.

입시와 평가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한국에서 부모 한 사람이 ‘학교 게임’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인 반복 학습과 일정한 규칙 역시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다.

학교 교육을 가짜 공부, 자율적인 배움을 진짜 공부로 단순하게 나누면 현실의 복잡성을 놓칠 위험도 있다.

책이 제시하는 대안이 교육 시스템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보다 개별 부모와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더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학교를 당장 떠나라고 요구하는 책이라기보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배움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지 않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했다.

아이의 점수와 결과만 확인하지 않고, 집에서만큼은 질문하고 시도하며 실패해도 되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아이가 무언가에 몰입할 때 효율과 진도를 이유로 끊지 않는 것. 답을 알려주기 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한 번 더 묻는 것. 이것은 거대한 교육 개혁을 기다리지 않고도 부모가 시작할 수 있는 변화다.

책을 덮고 나니 아이들에게 어떤 공부를 더 시킬 것인가보다 어떤 배움의 태도를 지켜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오늘 무엇을 배웠어?”라는 질문 대신 “오늘 무엇이 궁금했어?”, “어떤 방법을 새로 시도해봤어?”, “잘 안돼서 알게 된 것은 무엇이야?”라고 물어보고 싶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 앞에서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함께 궁금해하고, 아이가 시행착오를 견딜 때 너무 빨리 개입하지 않으며, 배움이 다시 즐거워질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 스스로 배우는 법을 알고, 넘어져도 다시 시도하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 아이. 내가 두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결국 그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공부의종말 #아나로레나파브레가 #책리뷰 #도서리뷰 #책추천 #교육서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