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힘든 날도 있거든요
필리파 말로 프랑코 지음, 카를라 나자레트 그림, 강나은 옮김 / 별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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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지는 그림책이다.

〈솔직히, 힘든 날도 있거든요〉

아이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어른에게도 그대로 와닿는 말이다.

빨간 곱슬머리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이는 말한다. 아이도 힘든 날이 있고, 슬픈 날이 있고, 우울한 날도 있다고.

부모가 되고 나면 아이가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일 때 마음이 먼저 쓰인다.

가능하다면 우리 아이만큼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긴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황을 겪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불안, 우울, 슬픔처럼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들을 어떻게 지나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사랑’으로 회복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의 곱슬머리는 단정하지 않은 마음, 복잡한 감정을 닮아 있다.

특히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파리(또는 벌레)를 보여주는 장면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걱정과 고민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장면처럼 보였다.

없애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각들 말이다.

엄마가 바느질을 하다 바늘에 손을 찔리고 밴드를 붙이는 장면에서는 엄마도 실수하고 다칠 수 있지만, 다시 회복해서 결국 방석을 완성해 나간다는 메시지가 느껴졌다.

상처 입는 과정을 극복하면 결국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다는 말처럼, 이 책은 내가 아이들에게 늘 해주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담고 있다.

힘들고 아픈날이 있어도 너희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고, 너희는 다시 괜찮아질 수 있다고.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마음이 힘든 날 있었어?”라고 물었다.

아들은 장난감 정리를 해서 힘들었다고 했고, 딸은 엄마에게 혼나서 마음이 힘들었다고 했다.

아들은 아직 ‘힘들다’를 몸의 피로로 이해하는 것 같았고, 딸은 조금씩 마음의 힘듦을 알아가는 중인 것 같았다.

아직 마음이 힘든 걸 잘 모르는 여섯 살이라는 게, 또 그 나이다 싶어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아이들은 더 많은 힘든 날과 슬픈 날을 만나겠지만, 변하지 않는 건 항상 곁에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고,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너희는 다시 괜찮아질 수 있어.

그 말을 대신 전해주는 그림책.

회복탄력성이라는 주제를 품고 있고,임상심리학자인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단단한 위로가 담긴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어른이 먼저 읽어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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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 북 토토의 그림책
하워드 펄스타인 지음, 제임스 먼로 그림, 장미란 옮김 / 토토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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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집 걱정인형 딸아이는 등원길 아파트 정원에서 조그마한 도마뱀을 본 이후로, 아파트에 뱀이 등장할까 걱정하고, 뱀이 아파트 계단까지 올라와 집안으로 들어올까 걱정한다.

여름이 되면 모기에 물릴까 걱정하고, 일본 여행을 앞두고는 화산이 폭발할까 걱정한다.

5살이 되면서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이의 말 속에는 유난히 ‘걱정’이 자주 섞여 있었다.

무언가 불안할 때면 “심장이 콩닥콩닥해”라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를 보며 나 역시 괜히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은, 꼭 읽어주고 싶었던 책이었다.

책 커버부터 걱정이 가득한 눈망울의 주인공.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책장을 펼치면 이 책은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걸 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무도 자기를 읽어주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모습으로, 첫 장부터 걱정이 가득하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OO도 걱정될 때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려?” 하고 물어봤다.

언제 걱정이 되는지, 뭐가 불안한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심호흡하는 방법을 같이 해보고, ‘괜찮아’라고 말해보자고 이야기했다.

걱정하는 일들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는 혼자서 이 책을 다시 펼쳐 읽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조마조마북 어딨어?” 하며 책을 찾았다.

걱정하는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와 반복이 아이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조마조마북>은 색감도, 이야기 구조도 단순한 편이다.

그런데 대사가 참 좋다.

“괜찮아, 잘 될 거야.”

그 말을 억지로 가르치지 않고,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은 또 다른 '걱정인형'인 나에게도 하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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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아저씨네 엄청나게 매운 카레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63
큐라이스 지음, 황진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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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레라는 음식에, 주인공은 토끼 아저씨.

설정만 봐도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림책이다.

여기에 ‘엄청나게 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매움에 대한 호기심까지 자극한다.

이야기는 토끼 아저씨가 만든 매운 카레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하나씩 채워진다.

고양이, 양, 문어, 도깨비, 그리고 태양까지. 등장인물 구성이 예상 밖으로 확장되면서 흥미롭다.

특히 재미있는 요소는 말 어미에 붙는 의성어, 의태어.

고양이는 “~냥”, 양은 “매에~”, 문어는 “미끄덩”.

동물의 특성과 말소리를 말 어미로 표현해 놓은 방식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라, 아이가 자연스럽게 따라 읽고 흉내 내게 된다.

중간에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

“이봐, 나도 그 매운 카레 먹게 해 줘썬.”

이 부분에서 아이에게 “이건 누가 말하는 것 같아?”라고 물었더니, “태양”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앞서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특징이 말 어미에 녹여있는 것을 보고 스스로 유추해냈다.

책 전반에는 이런 소소한 말놀이의 재미가 깔려 있다. 엄마가 읽어줄 때 좀 더 맛깔스럽게 읽어준다면 더 재미있는 포인트들.

또 하나의 볼거리는, 매운 카레를 먹으며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다.

등장인물마다 매운맛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달라, 그 변화 자체를 보는 재미도 크다. 특히 나무가 매운맛에 반응해 낙엽을 우수수 떨어뜨리는 장면이나, 태양이 매운맛을 노을로 표현한 장면은 익살스러우면서도 묘하게 감성적인 여운을 남긴다. 과장된 웃음 속에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표현들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 또 다른 요소들이 보여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처음엔 매운 카레와 등장인물의 반응이 재미있고, 다시 보면 말 어미와 말놀이가 보이고, 또다시 보면 배경과 인물 배치, 반복되는 리듬이 눈에 들어온다.

재밌는 말놀이와 귀여운 등장인물, 따스한 마무리까지 아이와 이야기할 내용이 많은 그림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토끼아저씨네엄청나게매운카레 #큐라이스 #길벗어린이 #그림책리뷰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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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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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때 최소불행사회라는 말이 조금 낯설고 궁금했다.

어딘가 디스토피아적인 느낌도 들었고, 읽다 보면 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도 들었다.

실제로 책은 꽤 불편한 책이었다.

이 책은 일본을 거울 삼아 한국 사회의 미래를 짚어본다.

우리는 흔히 “일본이 먼저 겪고, 한국이 따라간다”는 말을 한다.

경제, 고령화, 사회 구조 전반에서 일본이 겪은 문제가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는 말인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말이 결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최근 ‘최대행복사회’가 아니라 ‘최소불행사회’를 선언했다.

국가의 성장이 멈췄다는 사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적어도 덜 불행하게는 살게 하겠다'는 방향 전환이다.

이 선언이 주는 무게감이 꽤 컸다.

이제 정말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우리에게 닥칠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쉽지 않다. 다루는 주제도 무겁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에피소드, 도표, 표 등을 활용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다행히 저자는 해결책으로 9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그중 폐교를 시니어타운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은 신선하면서도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고령화는 일본과 한국 모두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이고, 은퇴한 노년층이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지역사회에 다시 연결되는 구조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해 보이는 해법이었다.

나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의 해법으로는 가격 표기에 부가세를 별도로 명시하자는 제안이었다.

한국은 세금이 가격에 포함돼 있어 내가 세금을 내고 있다는 감각이 희미하다.

세금을 매번 인지하게 되면 국가를 감시하는 능동적인 주권자로 바뀔 수 있다는 관점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선거 투표권 면허제'는 처음엔 반감과 의문이 들었다.

시험을 통과해야 투표권을 준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해와 교육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시민을 길러내자는 취지로 생각해 보니 완전히 배척할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혼자만 살아남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함께 도생하는 사회에 가깝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의 ‘낭만’을 지탱해 주는 연대. 먼저 버텨낸 사람이 시스템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지금 같은 현실에서 꽤 실천적인 태도로 느껴졌다.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

결국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최소불행상회 #홍선기 #모티브 #책추천 #책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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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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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제목이나 분량에 비해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었다.

짧은 소설이라 금방 읽힐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읽다 보니 생각보다 자주 멈추게 됐다. 인용이 많고, 괴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독자도 아니다 보니 문장을 따라가다 흐름을 놓치고 다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게 됐다. 괴테뿐 아니라 여러 철학자와 문학적 맥락, 명언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등장하는데, 그 배경을 충분히 알고 읽었다면 훨씬 더 풍부하게 다가왔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모르는 지점이 나올 때마다 이야기의 속도가 느려지고,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따라가지 못한 듯한 거리감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끝까지 손에서 놓이지 않았던 이유는, 의외로 곳곳에 배어 있는 유머와 인물들의 인간적인 허술함 덕분이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지적으로 단단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완벽하지 않다.

사소한 문장 하나에 과하게 집착하고, 쓸데없이 진지해지며, 때로는 엉뚱하고 허당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균열 덕분에 인용과 사유가 빽빽한 텍스트 속에서도 숨을 고를 수 있었고, 인물들에게 은근히 정이 갔다.

이야기의 출발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홍차 티백에 적힌 한 문장.

그 문장이 정말 괴테의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이 소설의 중심이다.

처음에는 이 단조로운 설정이 과연 어디까지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인용이 잦다 보니 읽는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묘한 답답함과 집요함이 생긴다.

이 말은 진짜일까, 아닐까.

왜 이렇게까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걸까.

그러다 보면 독자인 나 역시 주인공과 비슷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확인하지 않으면, 끝을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마음. 결국 그 감정에 이끌려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

특히 이 문장이 하필 괴테 학자 도이치에게 전달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명언은 단순한 인용문이 아니라, 도이치가 오랜 시간 동안 믿고 살아온 삶의 태도와 가치관과 겹쳐 있다. 그래서 그의 집착은 학문적 호기심이라기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를 스스로에게 증명하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이야기 속 장면들과 설정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말들이 뒤섞인 공간, 뒤섞임과 조화를 대비해 설명하는 사소한 대화들, 인물의 이름 하나까지도 괴테와 독일 문학의 정체성을 환기시키는 장치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고급 학문이나 정전이 아닌, 가장 일상적인 홍차 티백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말은 그렇게, 가장 사소한 곳에서 태어나 누군가의 삶 깊숙이 스며든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걸까.

아마 내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상징과 암시도 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다시 돌아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개 한다,

이런 이유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 흥미로워지는 소설이다. 사건이 급격히 전개되기보다는,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으며 퍼즐이 맞춰진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언젠가 '파우스트'를 제대로 읽고,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아마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문장들이, 다른 무게로 다가올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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