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역시나 한결같다.’


너무나 기다려온 가장 좋아하는 여류작가 에쿠니가오리의 에세이를 처음 읽고 난 나의 소감이었다.

책표지부터 깔끔하고 단아한 일러스트로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을  주말 내내 읽고 또 읽었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인데 원치않게 빨리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적당히 시니컬한 작가의 느낌과 결코 서술이 화려하지 않은 아주 담백한 글이기에 그랬지 않았나 싶다.

에쿠리 가오리 작가는 30여 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소설가이다.


아마도 영화로 개봉된 냉정과 열정사이 블루,로쏘편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각인될 것이라 생각된다.

나의 경우는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대학시절에 문예동아리의 일원으로 활동하였고 관련된 과에 진학한 터라 의도치 않게 문학작품을 많이 읽어야 했다.


그중에서 당시 인기가 많았던 일본소설을 만나게 되었고 많은 개성있는 작가들 틈에서 단연 나에게는 에쿠니가오리가 으뜸이었다.


소설을 읽는데 영화한편을 보는듯한 책의 느낌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도 대학을 졸업하고 전혀 무관한 일을 하고 살지만 때에 맞추어 출간되는 소설을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읽곤 하였다.


그만큼 나에게는 최고의 작가이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에쿠니가오리의 글을 좋아할 것으로 믿는다.

굉장히 호불호가 나뉘는 스타일이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책소개에서는 숙련된 문체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긴 시간 동안 변치 않는 사랑을 몸소 받고 있는 감성 작가로 소개되었는데 참 동감한다.

이 책은  작가가 그동안 신문과 잡지를 통해 발표한 작품들 중, ‘읽기’와 ‘쓰기’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 에세이와 짧은 소설들이 모여 펼쳐낸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이루어진다.


1
번째 챕터는 작가 자신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로 이루어져있다.


작가이기에 쓰는 일이라는 것은 하루 세번 밥을 먹는것과도 같은 자연스러움일텐데

그 자연스러움 안에서도 본인의 스타일을 30년간 고수하고 한결 같은 면이 참 부러웠다.

두번째는  ‘읽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로 이루어졌다.


에쿠니가오리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사생활 노출이 잘 안된 작가이기에 어떠한 책을읽고 글을

좋아하는지, 나와 비슷한 취향을 만났을 적에는 엄청나게 반가울 정도로 많이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 3번쨰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이다.


세상을 관찰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일상이 돋보이기도 하였고, 소설가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고 문학을 대면하는지를 선명하게 담아내었다.


작가의 글로는 굉장히 감정이 배제되고 냉철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따뜻한 마음을 글로써 

느낄 수 있어서 유난히 좋았다.


이에 앞서 말한대로 세번쨰 챕터를 읽고 또 읽고 외울때까지 그저 읽고 싶다.


때로는 인간적이고 솔직한 말투로, 때로는 베일에 싸인 듯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읊조리며

읽고 쓰는 일들이 불러일으킨 그녀의 기묘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제와 오늘 출퇴근길에도 책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색다르고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감정들이 비로소 읽힌 것에 굉장히 놀랍기도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몇가지 꼭 배우고 습득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 이 구절은 습작을 할 정도로 내 마음속에 깊게 들어왔다.


이에 문장을 추가해본다.


[책을 읽는데 몰두한 나머지, 그곳이 방이든 역의 벤치이든 전철 안이든 아무 소리도 타인의 존재도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자신이 거기에 있으면서 있지 않은 것이 되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고, 말로는 형용할 수 없으리만큼 행복한 일이죠.
하지만 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한 상태의 절반쯤은 텅 빈 상자 같은 육체로 책을 읽으면서 그 장소에 실제로 존재하는(읽고 있는 동안에도) 자신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와 여기가 아닌 장소, 그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가 중요한 것이죠.


책에 몰두하다 보니 해가 지는 것도 모르다가, 알고 보니 몹시 어두운 방 안에서 활자를 더듬고 있었을 때, 나는 자신이 오랜 시간 거기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게 아니라, 자신이 오랜 시간 거기에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여름의 시원한 선물과 같은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이 책은 에세이부문에서는 올해 나의 최고의 소중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좋은 글들을 많이 출간해주었으면 작은 바램으로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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