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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 다정하고 담대한 모험가들, 베이스캠프에 모이다
WBC 지음 / 해냄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보며
“두려움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다운 길을 찾게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슬로건인 “Follow Your Fear”는 실제로 자신의 두려움에 맞서는 과정 속에서, 잊고 있었던 감각을 되찾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김하늬 작가는 LA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지 못하게 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모험심이 점점 사라져감을 느껴요. 남편의 ‘안전’을 중시하는 태도는 그녀에게 '이건 원래 내 모습이 아닌데'라는 자각을 불러오고, 그 위기의식이 우먼스베이스캠프(WBC)를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지영 작가는 “이불 밖에는 심장 떨리도록 멋진 풍경이 있으니까.”
이 말이 그렇게 가슴에 와닿았던 건, 오랫동안 ‘이불 안’에만 있었기 때문이에요. 언제나 새로운 걸 갈망하면서도 망설이고, 나중에 해야지 미루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윤명해 작가는 “유별난 여자애”라는 시선을 넘어서, 자기혐오를 연대와 감탄으로 바꿔냅니다.
“감추기 급급했던 욕망을 보란 듯이 꺼내놓는 일, 그게 그렇게 멋있었다.”
내 안의 열정과 욕망을 ‘민폐’나 ‘이기심’으로 여기곤 하잖아요. 나다운 삶의 출발점임을 이야기합니다.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에서 인상 깊었던 축은 바로 연대의 방식이에요.
WBC는 여성들이 스스로를 지키며 서로를 북돋아주는 진짜 안전지대를 꿈꿔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진심으로 연결되는 관계”를 만들어가요. 너무 밀착되지 않은 ‘여유로운 연대’를 통해 진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에 에피소드 중 ‘덕적도 백패킹’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태풍 때문에 3박 4일을 낯선 여성 18명이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그 상황에서 이들은 ‘처음 만났지만 낯설지 않은 우정’을 만들어냅니다.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모험하는 여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난 건 처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울림인지요. 각자의 인생에서 ‘주체적인 모험’을 꿈꾸던 이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감탄하는 장면은, 이런 관계가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요.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나와 같이 ‘이불 밖’을 꿈꾸는 사람은 누굴까? 나는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었을까?누군가가 나의 모험을 응원해준 적이 있었던가? 그런 순간들이 아주 작고 드물지만 분명 존재했어요. 그 기억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되더라고요.

실천에 대한 힌트도 줍니다.
“몸을 움직이며 사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진실한 관계를 만든다.”
겉모습과 정보로 판단받는 세상에서, ‘함께 움직이며 알아가는 관계’는 참 소중하고 또 신선했어요.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다가왔던 것은, ‘모험’이라는 단어에 담긴 삶의 태도였어요.
이 책에서 모험은 내가 나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순간을 의미해요. 때로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일이고, 익숙했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자 윤명해는 “나는 감추기 급급했던 욕망을 보란듯이 꺼내놓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멋있었다. 통쾌했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나의 욕망을 '민망함'이나 '이기심'으로 눌러왔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연약하기 때문에 함께한다”
지금껏 강함이란 ‘혼자서도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전환이 되었어요.
“다정한 것만이 오래도록 강하다.”
연대를 위해 모인 WBC의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또 각자의 모험을 존중해주는 모습은 강함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험’이라는 단어를 삶에 새겨넣기로 했어요.
모험은, 누군가가 인정해주는 성과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나다운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예요.
때로는 새로운 길로의 한 걸음, 때로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 때로는 실패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마음.
“괜찮아. 우리 함께, 천천히, 그리고 기꺼이 가자.”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은 자기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보내는 따뜻한 신호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