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욜로욜로 시리즈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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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실제로 이런 날이 있을까 생각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라니.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날이었을 그 날은 언제일까?

이 소설의 시작은 로버트가 옆집 소의 출산을 돕는 데서 시작한다. 옆집 소는 요란하게 덤불을 뚫고 내달렸고, 로버트는 옆집 소를 뒤쫓아서 옆집 소의 출산을 도왔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옆집 소는 무사히 출산을 했고, 로버트는 답례로 새끼 돼지를 받는다. 로버트는 새끼 돼지에게 핑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굉장히 예뻐하며 키운다. 요즘에야 유튜브에 반려돼지를 키우는 영상도 있고,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옆집 소의 출산장면과 그걸 돕다가 다친 로버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이 이야기가 굉장히 옛날, 그리고 시골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옛날 시골 마을의 로버트는 사과 과수원도 하고 황소도 키우고 로버트의 아버지는 돼지를 도축하는 일을 한다. 로버트네 식구들은 가끔 토끼를 잡아 토끼고기도 먹고, 로버트는 매의 둥지를 보고 싶다고 생각도 한다. 로버트는 아기 돼지 핑키를 사랑하지만, 어떤 동물은 사냥하고, 어떤 동물은 먹기도 한다. 이 지점이 굉장히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 두살 로버트가 아기 돼지를 사랑하는 모습과 다람쥐를 잡아오는 모습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또 개와 족제비를 싸움붙여 족제비에게서 닭을 지키도록 하는 장면에서 로버트와 아버지는 굉장히 불편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있는 것 같다.

로버트는 두 번의 이별을 경험한다. 로버트는 '그래야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던 첫 번째 이별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두 번째 이별이 열 두살, 2월이 되면 열 세살이 되는 로버트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라고 보였지만 로버트는 잘 버텨냈다. 그리고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은 날이 어떤 날이었는지도 알게 된다. 사람의 사정에 따라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는 날이 생겨버렸다니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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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다리 사계절 1318 문고 31
이옥수 지음 / 사계절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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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서울로 이사온 윤제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윤제가 부유하던 마음을 어떻게 다잡아 나가는지 보여준다. 윤제를 둘러싼 주변의 친구, 가족, 선생님, 그리고 다양한 주변인들이 윤제를 힘들게 하고, 위기에 빠지게 하고, 힘이 되어준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아버지, 윤제를 위해서 일도 안 가고 윤제와 같이 등하교를 같이 하는 어머니와 윤제를 계속해서 나쁜 길로 빠지게 하는 용호와 윤제에게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의 전부라며 윤제를 믿고 기다려주는 영진이 형까지. 윤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성장한다. 비록 시대적 배경은 지금과 멀리 떨어져있어도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소설의 제목 푸른 사다리는 이 소설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혜미가 태욱이와 윤제를 보며 둘이서 꼭 붙어서 올라가는 사다리가 되라며, 푸른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사다리가 되라며 푸른 사다리파를 만들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건 혜미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사다리가 필요하다. 튼튼하고 긴 사다리. 윤제와 태욱이 둘이 균형이 맞는 사다리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지 기대된다. 그리고 꼭 높이 올라가는 사다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혜미가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되길 응원하게 된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이전의 이야기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공감할 수 있다면 어떤 힘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 이 책은 88올림픽으로 철거된 꽃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가난이 부끄러운 아이, 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 학교가기 싫은 아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이 소설은 아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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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바이크 독고독락
이경주 지음, 화원 그림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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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을 만나는 이야기는 많지만, 외계인을 만났을 때 외계인인 것을 확인하고도 "조심히 가세요."라고 말하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시니컬한 열일곱이라니. 외계인을 만나고도 삶에 찌들어 그냥 보내버리는 열일곱 청소년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혼자가 되어버린 무한이다.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필요없는 물건을 중고로 팔고, 마감 할인 제품을 사며 열심히 살아가는 무한에게 어느날 등장한 외계인은 아침밥을 차려주며 "아침 먹어. 청소년기는 영양 섭취가 중요한 시기야. 아직 성장 중이라서 균형 잡힌 식사가 무엇보다 필요해. 너를 분석한 결과 또래보다 키는 크지만 몸무게는 미달이야."라고 말한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따뜻한 외계인은 무한에게 공부는 왜 하지 않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계속 질문한다. 매일이 똑같던 일상에 이런 따뜻한 관심과 상대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질문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관심과 질문의 끝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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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이 아줌마 욜로욜로 시리즈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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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아줌마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의 화자는 어린 서머다. 엄마를 잃고 의지 할 데 없이 낯선 친척집을 전전하던 서머가 여섯 살 때 메이 아줌마를 처음 만나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의 '작은 천사'가 되어 6년 뒤 메이 아줌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밭을 가꾸다가 새하얀 영혼이 되어 천국으로 떠나버리셨다. 항상 서머를 아침마다 깨워주시던 오브 아저씨가 서머를 깨워줄 겨를도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서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는다. 오브 아저씨의 힘이 되어주려고 하고, 오브 아저씨가 믿는 기적에 같이 기대를 품고, 아저씨가 무너지지 않도록 옆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는다. 


열두 살 어린 서머는 씩씩하게, 오브 아저씨가 하루빨리 건강해지길 바란다.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자신의 슬픔보다 가족의 슬픔을 우선으로 한 어린이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오브 아저씨가 슬픔을 견뎌내는 방법에 응원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별하고 남은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어른도 슬퍼한단 사실과 함께, 어떻게 이별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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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수영장 사계절 1318 문고 147
김선정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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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에나 '저거 왜 있냐?' 싶은 것이 있다. 언제부터 왜 있는지 모를 것들이.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야외수영장이다. 쓰기는커녕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그 수영장에는 괴담이 있는데, 웹소설을 쓰기 위해 주인공은 이 괴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구제역이 돌 때가 기억이 난다. 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당했다. 나는 처음에 돼지가 엄청 죽는, 아주 위험한 질병인 줄 알았다. 감염된 돼지들이 다른 돼지들에게 피해를 엄청 입히고 사람이나 생태계에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살처분이라는 걸 당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라고 했다. 수출할 때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출하는 게 중요한가? 하긴 농가는 수출도 중요하지. 그런데 농가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점점 죽는 돼지들이 늘어났다. 돼지를 산채로 묻는다는 괴담도 돌았고, 죽은 돼지가 부패하면서 나온 가스로 돼지가 부풀면 묻은 돼지가 다시 튀어나온다는 얘기도, 악취가 난다는 얘기도, 시체가 썩고 피가 고인 물이 흐른다는 얘기도 들렸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 여기에 동원된 인력은 수의사, 의경, 군인 등 원치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 사람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멀쩡한 돼지도 죽고, 멀쩡한 사람도 스트레스였다.

이 소설에서는 하나 더 부조리한 일이 나온다. 바로 학교 뒤에 묻어놓고 묻은 사실을 비밀로 한 것이다. 비밀로 한 이유야 있겠지만 비밀로 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고 피해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온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것을 약점삼아 이용하는 사람도 나온다.

구제역을 모르는 청소년도, 구제역에 대한 기억이 어른들도 읽으면 생명과 부조리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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