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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수영장 ㅣ 사계절 1318 문고 147
김선정 지음 / 사계절 / 2024년 8월
평점 :
어느 학교에나 '저거 왜 있냐?' 싶은 것이 있다. 언제부터 왜 있는지 모를 것들이.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야외수영장이다. 쓰기는커녕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그 수영장에는 괴담이 있는데, 웹소설을 쓰기 위해 주인공은 이 괴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구제역이 돌 때가 기억이 난다. 많은 돼지들이 살처분 당했다. 나는 처음에 돼지가 엄청 죽는, 아주 위험한 질병인 줄 알았다. 감염된 돼지들이 다른 돼지들에게 피해를 엄청 입히고 사람이나 생태계에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살처분이라는 걸 당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라고 했다. 수출할 때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출하는 게 중요한가? 하긴 농가는 수출도 중요하지. 그런데 농가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점점 죽는 돼지들이 늘어났다. 돼지를 산채로 묻는다는 괴담도 돌았고, 죽은 돼지가 부패하면서 나온 가스로 돼지가 부풀면 묻은 돼지가 다시 튀어나온다는 얘기도, 악취가 난다는 얘기도, 시체가 썩고 피가 고인 물이 흐른다는 얘기도 들렸다. 어느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 여기에 동원된 인력은 수의사, 의경, 군인 등 원치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 사람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멀쩡한 돼지도 죽고, 멀쩡한 사람도 스트레스였다.
이 소설에서는 하나 더 부조리한 일이 나온다. 바로 학교 뒤에 묻어놓고 묻은 사실을 비밀로 한 것이다. 비밀로 한 이유야 있겠지만 비밀로 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고 피해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온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것을 약점삼아 이용하는 사람도 나온다.
구제역을 모르는 청소년도, 구제역에 대한 기억이 어른들도 읽으면 생명과 부조리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