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평점 :
"정상에서 추락까지는 단 한 발짝이다" 패배의 그늘에 가려진 13인의 진실을 만나다 영광의 정점에 올랐다가 지옥 같은 암흑세계로 떨어진 두명의 여성과 열한명의 남성의 이야기!! 한때 위대하다 일컬어졌던 이들은 패배자가 되어 추방을 당하거나 유형을 떠나거나
암살되거나 자살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자기 길을 똑바로 걸어갔던 이가 승자들이 지어낸 어두운 전설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역사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서문 中)
어릴때부터 워낙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보니, 역사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책에 나오는 사건을 일단 검색을 통해 사전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근대에나 좀 통할 뿐 중세, 고대등의 이야기는 도저히 집중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인물이 나오다 보니 찾아 볼 사전 지식도 많고 미리 좀 보고 들어가도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아 읽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지식도 많은 사람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나는 언제쯤이면 역사서적을 편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그중에서 가까운 과거라 이해가 쉬웠던 '리처드 닉슨'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459p
제 37대 백악관 입주자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중 한 사람이었다. 국내에서는 빈민과 흑인에게 가장 관대한 사회 정책을 폈다. 대외적으로는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다. 마지막으로, 특히 외교에서 주도권을 잡고서 중국공산당을 직접 만나 25년간의 냉전 체제를 끝냈다.
이렇게 위대했던 그가 추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1974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최대의 정치스캔들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난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사건이다.
1972년 워싱턴D.C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던 괴한 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체포된 범인들은 끝까지 단순 절도임을 주장하였으나 닉슨 대통령의 재선위원회 실무자이던 하워드 헌트가 개입되 있었다. 단순절도 사건이 아니라는 의혹이 커지자, FBI가 직접 수사에 착수했고, 닉슨은 CIA에 FBI의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최대한 은폐하라고 지시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에 녹음장치가 설치되어있고 닉슨이 사건의 은폐 공작에 관여하는 내용이 녹음되어있다는 증언으로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청했지만, 닉슨은 '행정 특권'을 이유로 들어 거절한다. 닉슨 대통령은 테이프를 제출할 수 없다며 워터게이트 도청을 조사하던 청문위원회를 와해할 목적으로 특별검사를 해임하기로 마음먹고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검사를 해임할 것을 명령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한다. 닉슨은 이번에는 장관 대행을 하게 된 부장관에게 해임을 명령했지만, 부장관도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한다. 결국 장관과 부장관 모두 닉슨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하자 대행의 대행이 된 법무부 서열 3위 송무차관까지 해임명령이 내려왔고, 결국 특별검사는 해임된다. 토요일 단 하루만에 닉슨의 수사방해 때문에 특별검사가 해임당하고 법무부 장관과 부장관이 사퇴한 초유의 사태를 두고 토요일 밥의 대학살이라고 부르게 됐고 미국인들은 닉슨에게서 등을 돌렸다.
결국 녹음된 테이프를 제출하게 되고 닉슨이 개입한 일이 확인되면서 탄핵직전까지 몰리게 되고, 탄핵이 가결되기 하루 전날 닉슨 스스로 자진 사퇴를 한다.
p. 493~494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 '배척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다. 그러나 배척자는 신탁으로 부활한다. 그의 외교적 비스타(통찰력, 감각)를 이유로 점점 더 그의 견해를 원하고 그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중략)
워터게이트 사건 20년후, 그간 페스트 환자 취급받던 그가 이제는 정치의 베테랑이자 현자로 통한다. 1994년 4월 27일, 그의 장례식에 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을 비롯해 생존한 전직 대통령 거의 모두가 참석했다.(중략)
위대한 미국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그를 다시 복원하는 듯한 이 최후의 이미지는 매우 인상적이다
만약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을때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죄를 했다면 그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정치의 현자로 퇴임이후의 삶 내내 존경받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생각해보면 퇴임이후 본인의 잘못이든 가족의 잘못이든 재판을 받지 않은 분이 있나 싶다.(있나요???) 한 나라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쉽지 않은 삶이라는 건 알지만, 작은 흠도 없는 무결점의 인간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퇴임후 법적인 추궁을 당하지 않는 그런 대통령이 한번 쯤은... 언젠가는 나오시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