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레시피 지하철 시집 3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시를 좋아해서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를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실력은 더욱 아니기에

시집 그것도 유명한 선생님들이 출간하신 책에 포함되어 있는 것도 제대로 찾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나가기 일쑤인데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것도 시집에 관심을 갖는 나라는 독자 스스로도 의아해 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매혹적으로 당기는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바로 지하철 방어문 위에 씌인 시라는 점이다.  그랬기에 막연함을 담아 이 책의 시리즈라 할 수 있는 1권은 이미 기회를 찾아서 읽었고, 다시 이 책 말고 한권 더 중간에 출간된 건 알고 있었는데 역시 시~라는 선입견으로 굳이 찾아읽지 않고 지나친 듯 했다.

 

이번 3권은 새해를 맞아서 의미는 부여할 수 없지만, 뭔가 차분함을 담은 책읽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불쑥 솟아난 듯 했고, 그 울림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려서 기회를 찾게 되고, 읽을 수 있는 행운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지하철~ 서울 중심으로 1호선이 생긴지는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장소에 갈 수 있도록 시간 단축과 편리를 잇점으로 사랑 독차지 하고 있는 교통수단임에 분명하다.  간혹 지하에서 갈아타거나 출구가 정확하지 않을 때는 헷갈림으로 인해 곤란하거나 시간 지체라는 불운이 겹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비교적 약속 지킴이로서 나라는 독자의 신용을 추락시키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니 뭐 그정도는 봐줄만 하겠다.

 

지하철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승차 후에 목적지 도달하는 시간이 아무리 짧다 해도 그 시간의 흐름 자체를 흘러가게 두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성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종종 있다.  예전에도 언뜻 언뜻 방어문 위에 적힌 싯귀나 지하철 승강장 벽에 시화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 있는 그런 글들을 지나치지 않고, 잠깐 지나면서 읽기도 하고, 아님 기다리는 시간에 읽기도 해서 어색하지는 않은 정도였다.

 

그러는 중에 1권을 읽고 나니, 그 위에 적힌 글들에 더 시선이 가게 되었고, 그나마 열차 기다리는 시간동안에 싯귀나 글귀들을 눈에 익히고 맘에 받아들이며 나름의 공감으로 채울 수 있었기에 귀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은 지나칠 수 없었다.

 

물론, 평범한 시들이 적혀 있는 책, 어찌보면 짧은 글들에 담긴 내용들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 내용이 어째서? 짧아서 내용파악이 힘들어 등등 여러 이유로 시를 등한히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를 나름 부여하고 싶음은 정신없이 바쁨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생활 정검을 하지 못한 채로, 또한 IT 기계의 발달로 책 또는 시집에 관심 갖는 것이 어색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가운데도 시간 아니 짬을 할애해서 책을 펼쳐 든다면 스스로 생각하며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겠고, 내가 무조건 그 흐름에 딸려 가는 것이 아닌 시간을 관리하는 느낌? 시간을 채움에 있어서 막연하지만, 현명한 지혜로운 자가 되는 듯한 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이 책 또한 펼쳐들면 평온하고 따뜻하고 포근함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한줄 한줄 짧은 듯, 긴 듯 차곡차곡 채워지고, 이어지는 글들 속에서 뇌는 빠르게 움직인다.

덧없이 무의미하게 흘러 버리려는 독자로서의 내 삶을 뭔가 여유롭고, 쉼 그리고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겠노라 댓가없이 손짓하고 소리치며 부르는 듯 하다.

그 울림만 막지 않는다면, 그 감흥에 무조건 응하기만 한다면

하루하루 삶을 되돌아 봤을 때 세월은 빠르고,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 가는데 내가 뭐하고 살지?

라는 생각하며 허무와 허탈로 채워지는 일상에 기름칠 해서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촉매제로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원래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두권의 책을 읽고 나니 바쁘다는 이유로, 정신없다는 이유로, 늦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책을 소지하고 외출하지 않는다 해도 불안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지하철 열차를 기다리는 그 시간에 감성을 자극시켜줄 시를 만날 수 있는 설렘과 기대를 담고 외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하철 내에서도 요즘은 책은 고사하고 신문을 읽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옆자리 방해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언젠가 부터 필요악으로 생활을 파고드는 IT기계들의 침공에 거침없이 무너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랄까? 그런 모습들로 변화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지하철에서 IT기계를 아래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아무생각없이 웃고, 즐기며 시간 할애하고 보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해볼까 하는 호기심 섞인 의지가 생긴다.

 

책이 없다면, 책을 가지고 외출하지 않았다면, 지하철 기다리다 방어문 위의 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맘에 드는 시가 있다면, 바로 그때 IT 기계의 사진기 기능의 힘을 과감히 이용해서 찰칵 담는 것이다.  그 후 열차 승차후에 그 화면을 다시 꺼내 보고 읽어보고 마음에 새기고, 되뇌어보고 무뎌진 내 안의 감성의 문을 두드려 보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 생각이 헛되고 우스운 보잘것 없는 가치없는 것이라 해도 뿌리치고 무시하기 싫다는 생각 또한 함께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니, 누가 어찌 바라보든, 뭐라하든, 일단 기회 생기면 시도를 해봐야 겠다고 다른 의지 담긴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나이탓을 하기 싫어 발버둥치며 감성을 자극하고, 존중하기를 시도해도, 될대로 되라, 하는 것도 아니고, 얄미울 정도로 급속도로 무뎌지는 감성과 섬세함 그리고 순수와 따뜻함 포용

이제 다시 깊숙하게 자리잡아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은 내 속의 모든 것들에게 인사하고 다가가볼 용기가 생기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기에 귀한 시간이었던 듯 싶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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