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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1권만큼이나 묵직함을 떨치지 못한채로 펼쳐들었지만, 역시 생각보다 술술 읽을 수 있었기에 만족했다.
1권은 등장인물들의 삶의 모습이나, 그들 중심으로 징병에 끌려가기 전과 후의 삶을 풀어내면서 관계 속에 묻어나는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내서였을까? 막막하고 분통터지고 화났지만, 그럼에도 감성적인 공감이 많았음이 느껴졌다.
2권에는 지속되는 일본중심의 전쟁을 중심으로 징병으로 끌려가서 소위 '총알받이'로 전쟁의 제일 선두에 서서 참여해야만 했던 그런 참혹함이 중심내용으로 담겨 있다.
악랄하다는 말자체로 해결되지 않는 일본의 잔악무도함, 자국의 백성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징병으로 끌고간 사람들을 무참하게 짓밟고, 위안부 여성의 삶을 좌우하며 죽음으로 이르게 하기도 하고~
막연함 속의 전쟁 전후 일본이라는 나라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내면에 채워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물론, 모든 책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이 책 역시 작가님의 상상에서 비롯된 부분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사실적 묘사가 담겨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면 일본이란 나라와 그 속에 포함된 통치자들~ 또한 나만 살겠노라 나라를 버리고 일본의 입장에 서서 일본 통치권자들의 입속의 혀처럼 살살거리는 모습이라니~ ㅠㅠ
결국, 일본의 힘이 쇠잔하게 되고, 비젼이 없이 죽음에 이르를 것이라는 느낌에 다시 조선인이라고 말을 하지만, 참~ ㅜㅜ
1권에서 중심인물이었던 두 남자와 한 소년...의 전쟁속 여정은 끊어지지 않는다. 조선으로 돌아가겠노라 악다구니를 쓰며 버티지만, 그들의 삶은 어찌 이리 피폐하고 운명이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끊임없는 전쟁 일정속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의 일정에 맞게 유럽쪽으로 향해야 했을까?
하긴, 책 내용에도 있듯이 2차 세계 대전 전후에는 독일과 이탈리아도 빼놓을 수 없는 전쟁 주도국이랄까? 그랬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ㅠㅠ
고향에 아들 두고 온 남편(아버지)는 아내가 포로로 잡혀옴을 알고, 탈출시키고 자신은 전쟁터로 향한다. 그 아내는 우여곡절 끝에 남편이 알려줬던 주소대로 찾아갔지만....
아들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그냥 세월의 흐름앞에 안타까움을 묻으며 속절없이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하늘은 선한 사람을 알아보나 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예전 남편과 함께 일했던 동료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아들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데...
아버지는 징병으로 가는 도중 만났던 소년과 함께 끝까지 동행한다. 함께 할 수 없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과 함께 할 수 없는 그 길에서 안타까움과 함께 그 소년에게 정성을 다하고, 보살피며 말이다. 일제의 그릇된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장의 노리개로 들어갔다 나왔기에 아이는 참 많이 아파보인다. 옆을 지키던 아버지는 느껴지지만 굳이 말로 확인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 하는데......
마지막 전쟁의 참혹함은 끝나가고, 유럽 어느 곳에 홀로 서게된 아버지는 미국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미국으로 가게 되면 조선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은 거리임을 대화로 확인하고, 홀연히 탈출해서
중앙아시아 예전의 소련과 몽골...등의 내륙으로 하염없이 걷기 시작한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미국인은 물어물어 아내와 아들이 있는 조선에 와서 아버지가 남긴 선물을 전하게 되는데~
1권보다 솔직히 성별 다른 남자들 관계에서 뿜어나오는 묵직한 사랑의 느낌이 담겨 있어서일까?
아님 역사책 보다 더 자세히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일본, 몽골, 소련....유럽 열강들 사이의 전쟁에 대한 설명이 선명하게 담겨 있어서일까? 솔직히 1권의 감성 그대로 온전히 공감하긴 쉽지 않았다. 그랬기에 1권보다 개인적 관점에서 부득이 별점수를 낮게 부여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역사소설을 읽고 나면 그 시대 살지 않고 이즈음 살고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함이 절로 피어오른다. 그 시대를 살았던 조상들의 삶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사람이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초인적 괴력으로 올곧이 아들과 아내를 생각하며 버텨냈던 수없이 많은 날들을 견디는 아버지가 가는 길을 보면서 부성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아버지라는 입장에서 자식과 가족... 시대적 비극으로 참혹하게 짓밟힌 나라의 운명앞에 자유로울 수 없었겠지만, 예전의 아버지로서 그리 무뚝뚝하고, 감성조차 메말랐을 듯 싶은 모습에서 가족만을 품고 버티며 견디는 세월속에 옮겨지는 삶의 길을 엿보며 책 여행을 하는 내내 표현할 말이 부족함을 안타까워 하며 흐르는 눈물 앞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 아들을 향해 출발했지만, 출발했지만, 본능적으로 아들을 만나지 못할 것에 대한 예지력이 있었던 걸까? 마지막 만났던 미국인에게 아들에게 전해주는 선물을 아무것도 모른채 아들이 받게 되고....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 수 있는 성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아내는 속절없는 의문을 담아내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적 그리움을 토로하는 아들에게 상황설명을 해주게 된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진한 액체의 흐름앞에 다시한번 무너지고,
마지막, 작가님이 부친께 올리는 편지글로 에필로그가 채워져 있음을 확인한 순간, 다시 가슴속 깊은 곳이 뜨거워지고, 먹먹해짐으로 채워짐이 느껴져 무너지고 말았다.
1권, 2권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꼼짝 못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로 인해 처음 펼치긴 쉽지 않았음이 사실이다. 펼쳐들고 나니 휙휙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쉽게 손을 놓지 못했기도 했고, 그만큼 책속 여행 속으로 빨려들어가 수십 년 전의 상황 속으로 장소 이동이라도 한채로 옮겨간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받으며 1권 여행을 마치고, 2권은 앉은자리에서 몇시간동안 책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고, 한번도 책 장을 덮으며 여행을 중단하고 이어가기를 하지 않았음에 만족하고 귀하고 값진 시간이었음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이재익 작가님 책은 카시오페아 공주부터 계속 왠만하면 다 읽은 듯 싶다. 어쩌면 그렇게 책 마다 다른 주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풀어가시는지 감탄과 존경의 마음도 절로 생기게 되었다.
『노멤버 레인 』 을 읽어야 하는데, 아버지의 길 두권의 묵직함 속에 밀려오는 가볍지 않은 호흡으로 인해 한숨 돌리며 다른 책 여행을 먼저하는 여행 일정으로 순서를 바꿔서라도 나중에 작가님 책을 펼쳐야 겠다. 출간 예정인 『원더풀 라디오』 이 책도 몇몇의 지인에게 예약주문 선물을 이미 했고, 나란 독자도 이미 예약 주문해 놓은 상태다.
올 겨울 무르익을 무렵 조금은 가볍고 포근할 듯한 작가님의 두권의 다른 분위기의 책속에 흠뻑 빠지면 춥고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도 가볍게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벌써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