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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4분의 1
오사키 요시오 지음, 우은명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9월은 통상 30일이니 4분의 1이면 7~8일정도에 해당하는 산술적인 의미가 제목에 담겨 있다는 유치한 결론을 내리고 책을 펼쳤다.
겉표지의 진하지 않은 파란빛의 파스텔톤은 차분함과 고요함을 떠올리게 했다.
추천의 글에 잔잔한 이야기~ 라는 의미가 기본적으로 내포되어 있음이 시야에 들어온다.
처음 시작을 하며 느낀 것도 마찬가지였다. 뭐랄까? 겉표지의 차분함이 전해옴이 느껴졌지만, 두껍지 않은 책은 나로하여금 쉽게 읽을 수 있을 듯한 착각 아닌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잔잔해서 지루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일상의 큰 동요없는 평온함이 담겨 시작되는 첫부분으로 이어지는 내용 또한 그러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기에~
표지에 씌어있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가오사키 요시오의 네 가지 사랑이야기』 라고 말이다.
네 편의 단편집이고 각각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9월의 4분의 1』 이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의 제목이다. 주인공은 소설을 쓰기위해 많은 노력을 투자하지만, 결국 소설쓰기에 실패하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나오라는 여인을 만나서 지내게 된다.
나오는 편지를 써놓게 된다. 『소설, 쓰세요, 체념하면 안 돼요. 당신은 반드시 쓸 수 있어요. 나도 열심히 할게. 여러가지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동양인의 연대감에 건배. 다음에는 9월 4일에서 만나요. - 나오 (p.232)』
원래 있었던 곳으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게 된다.
결국, 소설가가 된 것이다. 나오가 단언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후에 세번 째 작품인 장편을 쓰기 위해 파리에 온 것이다.
지하철 노선도를 훑어 보던 중 지하철 3호선에 '쿼터 셉템버'라는 역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9월의 4분의 1인가......'
쿼터 셉템버가 아니고 까흐띠에 셉땅브흐." "까흐띠에 셉땅브흐?" "그래." "영어로 읽었었군." " 그리고 4분의 1이 아니야. 9월 4일이란 의미지."
"9월 4일?" "그래. 9월 4일 역이야." 그 순간 나의 마음 속에 내내 걸려있던 과거의 위화감이 되살아 났다. 나오가 휘갈겨 써놓은 편지의 마지막문장이었다. ' 9월 4일에서 만나요.' 그렇다
주인공은 그 9월 4일역에 내려서 나오와 만났었던 때를 기억해 보며 나오에 대해 회상하며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은 되뇌인다. 『나오를 기다리면서. 9월 4일역을 감싸고 있는 적막속에서 나는 되풀이해서. 되풀이해서 생각했다. 너와 만났을 대, 그때는 괴롭고, 절실하고, 슬펐지만, 그래도 역시 자유로웠다고. 분명 막 만들어낸 솜사탕처럼. 』
잃어버린 사랑은 철거된 건물처럼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잔상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그는 사랑과 자신이 원했던 일 두가지 모두 얻지 못했던 듯 싶었다. 사랑을 택하지 않고, 되돌아 왔을 때 그토록 원했던 소설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 소설가는 되었지만.... 되었지만....
이즈음 변덕스런 날씨 속의 희뿌연 안개 속에 놓여진 길 저편을 걷고 있는 남자와 여자가 보이는 듯 했다.
차분함 속에 시선을 따라가 읽어 내려간 단편...
"9월의 4분의 1"
제목이지만, 이것은 산술적인 날의 의미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 되돌릴 수 없는 기억속의 여인과 만나 일어났던 상황 속에서 여인이 말했던
기차역의 이름을 나타낸 것이다.
과연 내게 현재 필요한 두가지는 무엇이며, 다 가지고 있는 것일까? 불현듯 과거로의 여행이 하고 싶어진다. 나란 독자의 청춘시절에 원했던 일이 무엇이며, 그때 하고자 했던 사랑의 모습은 어땠을까? 확인할 겸 되돌아 가고 싶어졌기에 말이다.
수채화 같은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진 책속 여행.
생각보다는 밝고 가볍고 상큼하짐 않았지만, 그럼에도 역시 청춘의 사랑은 참 아련하기도 하지만, 가슴에 영원히 아로새겨져 있는 달콤한 선물이 맞는 듯 싶다. 아름다운 사랑과 꿈을 향해 무조건 앞으로 달음질 칠 수 있는 그 시절의 소중함과 가치를 새삼 기억해 본다.
되돌릴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