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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누구의 것이 될까? - 철학 교수가 들려주는 지혜 이야기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8
제브데트 클르츠 엮음, 이난아 옮김, 박혜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철학
이 단어를 머리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렵고, 답답하다 라는 막연한 생각이 함께 스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는 순간도 그랬으니까.
책 두께나 내용에 담긴 문장의 양이나 글씨체나 크기등은 부담스럽지 않아 보인다. 청소년용으로 출간되었기에 그러할까?
한장 한장 넘기면서 조금은 생소한 내용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지나치게 당연해서 흘리듯 넘겨버리며
어떤 형태와 상황이든 의식, 무의식적 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이 소주제로 눈에 들어온다.
바로 『배려, 관계, 지혜, 기회, 선택, 사랑』 이렇게 여섯 단어가 그것이다.
이 여섯개의 단어를 주제로 삼아, 큰 단락으로 나누고, 그 각각에 해당하는 생각할 수 있는 글,
철학이라 해서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그런 편안함과 차분함으로 채울 수 있는 그런 글들이
5~10개 전후로 소제목을 선두로해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요즘 공부공부 하고, 공부법이나 창의력등등을 내용으로 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기도 한지라,
이런 책 읽을 시간이 어디있느냐고~ 반문하며 멀리 치워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예 이 책은 철학이라는 단어만 보고 펼쳐 살펴볼 엄두조차 내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란 독자도 그런 선입견을 버리고 이 책을 펼쳐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펼쳐보니 그 선입견은 쉽게 나란 독자로부터 멀어져 갔다. 생각보다 쉬운 내용으로 짧게 이루어진 예화중심의 내용속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물론, 책을 읽고 꼭 무슨 생각을 얻어야 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책을 만나면 싫증나고 지루하고, 짜증나서 제대로 읽을 수 없을 듯 싶다. 하지만, 다른 관점의 견해가 머리속을 스물스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논술이다. 요즘 수능이 끝나고, 논술시험대비로 여러형태로 논술 학원이 우후죽순 늘어나는데, 불법이 대부분이라 한다.
논술... 전에 강의 들었을 때 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자기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오래해왔지만, 기본적으로 중학교, 그 이전부터 서서히 조금씩 준비하며 고등학교 입학하고, 고등학교 1학년, 2학년때도 간단하게라도 논술에 대비한 여러가지 기본 활동을 해 오고 나야 수능 마치고 바짝 총정리 할때 효과가 시너지의 힘을 발휘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이다.
맞다. 논술을 위해서 어려운 내용으로 신문이나 사설, 정치, 시사뉴스를 읽어보고 내 생각정리 하는 활동들 당연히 필요하다. 논술문제 자체가 그런것들을 요구하며 변별력을 포함하려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싫어하고 지루해 하고 꾸준히 지속시킬 수 없는 학생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쉬운들 어떠하리? 쉬운 내용읽고 자신이 능력에 맞는 생각으로 전환시켜 맘껏 기량을 발휘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될까?』 책 제목이다. 저자는 분명 제목에 주어를 한정짓지 않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 즉 불특정다수의 독자에게 말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요즘 공부위주의 학업중심적 현상들이 팽배해 있기에 책에 담긴 말들의 가치조차 생각하는 것이 사치처럼 보일 정도로 촌각을 다투며 책과 씨름하는 청소년들이 범람하고 있는 것 또한 다시 말해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중에 사회라는 곳, 아니 지금 겪고 있는 학교라는 곳도 아이들이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소집단일진데, 이런 가치를 기본으로 관계 맺는 법을 배워야 함이 필요할텐데 점점 신경쓰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소홀히 해버리는 그런 소소한 단어의 하나로 퇴색해 버리는 것이 아닐지?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나란 독자의 생각은 책의 저자와 옮긴이의 관점에 100% 맞는다 생각하고 책을 읽지 않았지만, 머리말과 옮긴이의 말에 담긴 내용을 보니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이 어찌 생각을 해야 하는지 그 관점에 비끄므레하게 다가간 듯 싶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어내려갔다.
책속의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될까? 이 선물들은 모두다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가질 수 있는 기회도 공평하게 부여받고 있다. 단지, 가치기준에 따라 중요한 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공부, 학업이 중심이라도, 인간 본연 삶의 가치기준을 무시한다면 가슴은 콩알만해지고, 머리만 큰 그런 성인만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요즘은 공부로 채워진 지식의 습득에 대한 과부화로 아이들 머리만 커지지만, 용량이 초과된 아이들 어른들 할것없이 가슴이 아프고, 머리와 가슴의 부조화로 고생하는 경우도 비중이 점점 증가세로 치솟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서 인지하고 있는 중이다.
덧붙여보면, 사실 삶을 이루며 살아가기 위해선 지식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식으로 다 해결될까? 우리네를 가르치고, 이 나라를 발전시키며 고생하셨던 어른들은 제대로 배우시지 못하셨어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삶이라는 세월의 댓가를 지불하고 얻게 된 그분들 만의 생각들 무시할 수 없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개인적으로 지식이 아닌 지혜라고 정의하고 믿고 있었다.
이 책에서 주는 선물은 바로 지혜 그것을 내 안에 가득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것으로 받아들여 재생산해서 나만 가질 수 있는 비법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과정은 특히 청소년기에 꼭 한번씩 스스로 해봐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후에 성인으로 나이든다면 삶이 조금 더 다채롭고 대처할 방법의 다양성을 이미 소유하고 있기에 어떤 상황에도 힘들거나 어려운 것들을 마주했을 때 최소화 시키는 아픔으로 승화시켜 성숙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테니까...라고 단언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런면에서 말도 안되는 주제로 출간되어 읽어야 할 필요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사그라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란 독자의 관점에선 호의적인 울림을 읽는 내내 채울 수 있었고, 덮고 나서도 그러했다.
한번 쯤 시간내서 읽을 필요 있는~ 아니 대중교통 타고 다니면서 그것도 안된다면 아침저녁으로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두고 한단락씩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시간이 없어 이 책을 못읽겠다는~ 그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는 말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시간은 각자의 관리법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자리매김시켜서 규칙적으로 꾸준히 행동으로 옮기는 개인의 의지가 바탕이 되어야 만들어질 수 있는 신기한 녀석이기에....
말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곧 자기의 능력이 없다는 말로 억지긴 하지만 그렇게 맞물려지는 것으로 생각이 되니 말이다.
방송에서 『외국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읽을 책을 직접 구입해서 읽고, 토론하는 문화여서, 출판사들도 그 취향에 맞게 출간하는 책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부모님들이 구입하는 소비자이기에 어른 관점으로 출간되는 책들이 많아서 책읽기에 익숙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연습이 필요한 아이들~ 그래야 말 그대로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자연스레 습득되는데 그럼에도 아이들 관점으로는 재미없을 수 있는 책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안타깝다』는 말을 패널로 나온 노년의 아동작가분이 하시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 역시 자기계발서적 느낌이 강해서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당위적으로 해야할 거 같은 기분이 꼬리를 물고 채워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즈음 출간되는 자기계발서의 책들보다 그런 성향이 덜하다고 느꼈다. 그냥 자연스레 읽어보고 꼭 그자리에서 독후활동이 아닌, 그 후에라도 그 책 내용이 생각날때 다시 되새김질 하는 소처럼 차분히 앉아서 꺼내보며 생각정리해도 될 듯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제가 다르고, 예화도 각각 나눠 있으니 처음부터 죽 한번에 다읽어도 되지만, 시간이 없다면 중간 중간 필요하고, 끌리는 부분을 먼저 선택해서 읽는 효율적인 자신의 방법을 찾아 읽어도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끝까지 끌림이 없으면 읽지 말고 책을 덮어도 되지 않을까? 한다.
책을 읽을 때는 내 감정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을 읽으면 꼭 읽고 나면~해야 한다. 읽을 때 내게 ~를 하라고 지시하는 느낌이라 읽기 싫다..
이런 생각을 없애버리기 어렵다면, 최소화 시킨 후에 책을 펼쳐 읽기를 개인적 관점에서 권하고 싶다.
배려, 관계, 사랑, 행복 등의 가치는 오늘날 그 본래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된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러한 가치들에 담긴 긍정성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 삶의 일면들과 만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혜'라는 한마디로 함축한 것이다.
- p. 6 엮은의 말중에서 -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그리며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이 책이 담고 있는 의미이자 가치라고 믿는다.
이 책은 거대한 담론이나 지혜를 찾기 위한 책이 아니다.
사실 지혜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 거창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한 발 두 발 지혜를 향해 나아간다는 말이 더 옳을 거 같다.
결국 지혜란 거대한 관념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경험을 서로서로 나누고 받아들이는
과정 중에 피어나는 꽃이 아닐까?
부디 이 책이 여러분의 인생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물이자 햇빛이 된다면 좋겠다.
- pp. 182~183
옮긴이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