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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의 작품 리버보이에 대한 호평과 반응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기회를 선뜻 얻지 못해서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먼저 읽어보려고 선택했다.
처음은 소년이 약간의 무의식인 듯 보이는 몽롱한 상황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를 듣게 되며 시작한다.
글밥은 많은 듯 했지만, 청소년 소설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빡빡해 보이는 느낌은 덜했고, 여백도 생각했던 거보다 많아서
다행이다 싶은 맘으로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소년은 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이랄까? 의식은 회복을 한 듯 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소단락 내용을 통해서 그 소년이 부모와 나누는 대화로 미루어 보건데 기억을 잃었음을 알 게 되었다.
기억속의 희미했던 소녀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소년이지만, 누구도 초반부에선 그 정체를 알지 못하고, 소년의 궁금증을 감해주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뭐랄까? 표지에서 느껴지는 섬뜩해 보이기도 하고, 검정색의 선입견으로 전해 지는 탁하고 무서울 듯 보이는 느낌은 초반엔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그냥 서술로 나열되는 일상사 속에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찾고자 노력하는 소년의 여러가지 일상이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소년은 기억을 잃기 전에도, 기억을 잃고 나서도 부모에게도, 마을 사람들에게도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것을 보았다고 이야기 하고, 마을이 병이 들었다고 이야기 하는등
가까운 가족은 물론, 이웃들에게 신뢰랄까? 그런 것을 얻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소년은 자기가 늘 보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끈임없이 좇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소년은 불분명한 상대에 의해 바다에 빠지게 되는 사고를 당하는데...
약간의 무의식 상황에서 구조되면서, 본인의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후반부의 결말은 정말 개인적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흐름으로 마무리 되어 가고 있어,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어라? 어? 이런 결말이었네..
이런 생각이 서슴없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초반 시작되고 후반으로 접어들 때까지 아니 후반부에서도 완벽히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 부모는 대화를 통하고, 이웃들과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본인의 아들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부모, 즉 어른 입장에서 해석하려 하고, 아이의 진심을 믿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인공 주위에는 신부님과 여자 친구가 끝까지 그를 신뢰하며 함께 해결해 나갔다.
마지막 부분에서야 비로소 못이기는 척하고, 앞으로 생활하게 될 장소를 정하면서, 주인공에게 네 뜻대로 하라고 하긴 하지만... 역시 대화에서 아이들 입장에서 들어주고, 생각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를 통해 가족간의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늘 언제나 식상할 정도로 알게 되는 것이지만, 이 책 내용에서도 다시금 인지할 수 있었다.
또하나, 특이했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작가들에 의해 씌어지는 청소년 소설이랄까? 그런 것의 주제를 보면 정말 한정적이고, 뻔한 전개로 흘러가는데, 이 책에서는 약간 몽환적 느낌으로 과정을 풀어냈달까? 그런 상황 묘사들이 독특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 덧붙이자면, 뜻하지 않았던 결말이긴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주인공 소년이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건 해결을 하려 하는 동안의 내면의 아픔을 묘사했다. 이 묘사 부분에서 섬세하고 소년의 내면의 모습을 절절하게 잘 풀어냈던 것 같다.
주위에 소년을 신뢰하고 끝까지 그의 편에서 함께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하며... 동행했던 친구와 신부님...
이 두사람의 나이, 성별을 초월한 우정에 감동을 받았다. 이로 인해 정말 끝까지 내 편으로 남아서 도와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지? 에 대해서도 무의식적으로 되돌아 보게 되었다.
팀 보울러의 전작은 아직 읽어볼 기회를 찾지 못했지만, 솔직하게 블러드 차일드 이 책을 읽고 나서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유보(뒤로 미루고, 동일 작가의 다른 책을 읽을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라는 어찌보면 흐지부지한
마무리를 하게 될 듯 싶다.
사실 책 내용을 마지막까지 접하고 나서도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