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인형
독수공방 그림, 김경원 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겉표지를 감싸고 있는 날개의 안쪽에 걱정인형에 대해 씌여 있는 글을 보기 전에도, 보고 나서도 책의 작가를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았기에

국내 작가는 아닌 줄 알았다. 그냥 막연함에 외국의 그림 에세이..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정도라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굳이 떨쳐버리지 않고

읽어 내려갔다.

 

요즘 광고 속에 등장하는 걱정인형으로 이 인형의 존재는 알고 있었고, 단지 광고를 위한 상술로 만들어낸 일시적 캐릭터랄까? 단순히 그런 거라고만 무의식에 담아 놓은 채 많은 신경과 관심을 쓰면서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알게 되었고, 서스럼 없이 거리낌 없이 읽을 기회를 만들어 도대체 책의 소재라면? 뭔가 있을까?

이런 느낌을 담고 읽어 내려갔다.

 

걱정인형의 유래에 대해 표지 날개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먼저 옮겨 본다. 

 『'걱정인형'은 과테말라 고산지대 인디언들에게서 만들어진 작고 화려한 민속인형입니다.  걱정이 많이 잠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이 잠들기 전 자신의 걱정을 이 인형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의 베개 맡에 넣어두고 자는 것이지요.   미국의 일부 메디컬 센터에서는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치료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옛 이야기에 따르면 그 인형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자리에서 대신 걱정을 해주어 사람들을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요즘 다변화 되고 빠르지 않으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을 정도의 문화적 습성속에서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라는 말 자체에는 주관적 느낌이 강하게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어찌 보면 다 내 고민, 걱정이 제일 크고,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고, 즐거워 보이고, 그네들이 누리는 것은 좋아보이는 생각들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아마도 보통 가슴에 담고 살지 않는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것들이 개인의 내면에 쌓이면 우울해지고, 인간관계도 어려워지는 등... 여러가지 수반되어지는 문제들도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걱정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에서 책을 펼쳐 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위에 적은 걱정인형의 유래가 씌어진 부분에서 바로 시선을 평행으로 이동하면 책을 열기 전 제목이 씌어진 부분이 아닌 곳에 다른 글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걱정 인형 책 사용법』 이라는 제목으로 다섯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읽어 보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이 왜 책 내용을 만나기 전에 읽어야 하는지, 왜 먼저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그다지 강한 느낌이 없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신경으로 책 내용을 펼쳤다.

 

걱정이에 대한 시선으로 생활 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내용 전개인 듯 보였다.

책을 펼쳐 들기 전에 상상 속의 책 내용과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모습이 나란 독자를 반겨주었기에 솔직히 당황스럽긴 했다.

그럼에도 페이지 별로 많지 않은 글들과 그림을 포함한 여백의 구성은 부담을 떨칠 수 있었고, 집중을 할 수 있었기에 다행으로 여기면서 이어서 책읽기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많이 민감하지 않은 독자란 내게 중반이 넘어가면서 찌리리~ 똑똑똑~하면서 울림 박스를 흔드는 공감적 생각이 번쩍 섬광처럼 일순간 뇌리를 휙 지나치는 것이 느껴졌다.

「걱정이도 그의 가족들도 생활속에서 나름 부딪히고 위로하며 감싸며 지내고 있다.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 속엔 뭔가 불편함이 보였다. 드러나지 않는……。  이것이 느껴졌을 때 머리가 띵~하며 걱정이의 입장이 되어서 먹먹해짐도 쓰나미가 되어 밀려옴을 느꼈다.  이들 가족은 끈임없이 서로 대화라는 행동을 주저없이 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대화인 것이다.  서로 대화라고 하지만, 무조건 내 이야기만 내 기분대로 내 상황 맞는 대로 무조건 내뱉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을 듣고 있는 걱정이는 하루, 이틀... 순간 순간 당황스럽기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넘어간다.  대화라는 것은 동일 주제로, 상대의 생각도 듣고, 내 이야기도 하고, 그 속에서 교류라는 감정을 통해서 감정 이입도 되고,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뭐 이런 과정이라고 짧은 지식속에 담고 있는 나란 독자는 참 걱정이가 측은했고, 안스러웠다.

걱정이에 마음엔 말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일어나고 있는 대화라는 행동을 통해서 버거운 마음이 들고, 오히려 더 많은 걱정이 쌓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후반으로 가면서 어떤 이야기에선 짜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책 읽기를 끝냈다.  마지막 부분에 생각지도 못한 여백이 몇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 여기에 걱정을 적고,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 그것을 함께 떨쳐 버리라는 의미인가? 뭐 그렇게 생각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만났다.

 

눈이 번쩍 하는 짧은 글귀를 만나는 순간, 맘에는 힘이 불끈 솟았다.





《다 잘될 거야.

 

맞다. 남녀노소 지금 처한 상황이 어찌하든지 간에

다 잘될거라는 스스로에 거는 희망적 주문과 생각들이 걱정을 떨칠 수 있는 특효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담게 되었다.

 

책을 덮으려 했다.

눈에 띄는 글이 있어 다시 보았다.

걱정인형의 유래가 담긴 이야기가 한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었고,

더 넘기니 저자의 말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자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어떤 책들은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저자의 글을 먼저 읽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 책은 특이할 정도로 처음에 저자의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무심결에 넘어갔던 것이다.

그랬던 저자의 말에 바로 독자로서 느꼈던 공감이 바로 적혀 있었다.  저자의 의도를 감지했던 것이다.

스스로 다시 감탄을 하게 되었다.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을 쌓아가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보니 대화를 하면서 그 무게를 덜어내는 듯합니다.  감정도 각각의 무게가 있는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대화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서의 걱정이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 끈임없이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하는 것은 늘 쉽지 않아요. (중략)  하지만 저는 이야기를 쓰면서 바라는 것이 한 가지가 있었어요.  (중략) 이 책에 나오는 가족과 친구들의 대화의 수단을 서서히 알아가면서 현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대화의 수단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요.  누구나 말을 하고 누구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대화와 감정은 저 깊이 숨겨놓고 스스로 버거워 하고 있지는 않나요?  진심어린 대화는 상대방이 알아차린 수 없을 만큼 수줍고 어렵게 표현하고 있지는 않나요.  진심어린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근심과 걱정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솔직한 당신의 대화를 기다리는 이가 옆에 있다고 믿어요.】

 

이 글을 보고 어쩌면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누가 다른 사람 이야기 들어주는 것이 좋다는 걸 모르나? 그러기엔 나도 힘든데... 들어줄 여력이 없고,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는데... 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 힘들어도 나를 돌아보고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행동에 옮기면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성숙된 결과는 내게 부메랑 되어 돌아온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에 공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들어본 말이 기억난다.  주먹쥔 자세에서 상대를 탓하려고 검지는 앞으로 뻗고 엄지는 위로 가게 만들어 "너 때문이야. 네 탓이야." 라고 비난하는 모습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이때 펼쳐진 손가락, 즉 타인을 향한 손가락 숫자는 두개이지만, 나를 향하고 있는 손가락의 숫자는 세개라는 것을 기억하라고... 그러니 내가 먼저 내탓이요 하면 문제는 자연 해결되고 소통이 더 쉬워질거라고...

 

걱정인형을 찾지 말고, 스스로 걱정인형이 되어 다른 사람의 걱정을 들어줄 수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큰 그릇에 담고 있는 축복을 소유한 부자로 살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맴돌며 자리를 내주기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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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아쉬운 점을 꼭 적어야 겠기에 따로 아래에 기록하려 한다.

 

학교에서 어찌 사용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페이지에선가 주번이라는 말이 나온다.  글쎄 이 단어는 이즈음 아이들이나 젊은 세대에서 사용되지 않는 단어가 아닐지 생각이 들었다.  상관없을지 모르겠고, 굳이 이즈음 문화를 반드시 책에 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동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뭔가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여백을 차지하고 있는 삽화 중에 학교 교문이 배경이 되어 이야기 전달을 도와주는 페이지를 만났다.

교문 기둥에 00 국민학교 라고 적혀 있었다.

현재 중년 이후 기성세대에서는 사용되는 말이고, 모두 국민학교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졸업을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일본 문화의 답습이라는 명제 하에 초등학교라는 단어로 변경해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책속에서 만나니~

이 역시 이즈음 문화를 꼭 담아낼 필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지만, 아니다 싶었다.

 

 

사실 말도 안되는 딴지일 수 있겠으나, 다른 내용에서 공감을 얻어서 완벽한 느낌으로 책을 덮으려 했는데, 이 부분이 눈에 거슬려 그 공감을 온전히 두지 않았고, 감흥을 감소시키려 괴롭힘에 지고 말았기에 조금 아쉽게 책을 덮고 말았기 때문에 굳이 적어 보려 한다.

 

----  나란 독자에게 전해진 공감 박스에 기록된 부분을 끄집어 내서 끄적여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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