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2 신의 카르테 2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의 카르테를 읽었다.  읽었던 책이 1권이 되고 다시 2권이 출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 이번 여름에 2권 출간 소식을 접하고 뭔가에 이끌려서 주저없이 펼쳐들었다.

 

책장을 덮고 난 느낌은 개인적으로는 1권의 울림도 많았고, 좋았지만, 2권의 내용이 더 많은 울림이 되어 내 맘을 파고들어 기억창고에 많은 것들이 저장되고 아로새겨질 정도로 괜찮았다.

 

1권에서는 구리하라 선생님이 혼조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환자들을 대하고 카르테를 작성하며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풀어내고 있었다.

 

2권도 물론 역시 주인공 선생님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혼조병원에 남기로 하고, 그 후에 계속 이어서 영워되는 일상에서의 모습을 풀어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2권에서는 주인공 선생님들의 지인, 즉 아내와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료이자 선배 왕너구리 선생님과 늙은 여우 선생님... 그리고 새로 병원으로 오게 된 의사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환자보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듯 했다.

 

새로 온 선생님은 주인공 선생님이 학부 시절때 동료였던 선생님들이었다.  그다지 기억속 그들의 관계는 좋지 않게 아로새겨 졌었다 할 수 있을 듯 싶다.  초반부에도 역시 그 감정이 그다지 좋게 묘사되고 있지 않아 보였다.

물론 왕너구리 선생님과 늙은 여우 선생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소제목이

<제1화 홍매기> ><제2화 벚꽃 피는 거리에서> <제3화 복숭아꽃의 계절> < 제 4화 꽃산딸나무>  이렇게 되어 있다.

 

소제목을 읽었을 때는 어? 꽃이 있는 나무에 대해서 쓴 건가? 내옹이 뭘까? 하고 그냥 등한히 여겼다.

책을 덮고 나서는 마치 책 내용이 한편의 잔잔하고 파스텔 분홍빛의 영상이 배경이 되어 머리에 필름이 돌아가듯 예쁘고 곱게 펼쳐졌다고 하고 싶다.

 

꽃이 피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전혀 환경이 나아지는 것 없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고된 일상을 영위하는 여러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초반 프롤로그에서 나를 압도하는 글귀와 장면이 있었다.  바로 휴식을 취하면서 구리하라 선생님과 하내 하루와의 짧은 여행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였다.

 

"당신이 선택한 길이라면 저도 따라가겠어요.

하지만 가다가 지치면 꼭 발걸음을 멈추고 조금 쉬세요.

그리고 언제나 등뒤에는 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온타케산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하는 약속이예요."

- p.26 -

 

부부가 나눌 수 있는 흔한 이야기일 수 있다 싶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몇줄의 글귀는 나를 매료시켰고 몇번을 읽어보게 했다.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남편의 힘이 될 수 있는 아내의 강한 어조가 담긴 내조랄까?

얼마나 든든할까?  혼조병원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선생님의 아내라면.... 분명 불평불만을 토로하기 쉽상인 날들이 자명한데 이렇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지혜를 담아서 남편을 위로하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혜로운 아내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지면서 순간 자극을 받고, 뒷통수를 한방 맞은 느낌으로 멍~해 있었다.

 

학부때 친구 다쓰야와도 우연한 기회에 대화를 나누고 묵은 감정도 털어내고 오히려 조력자로서 견고하게 관계를 맺고, 일을 하면서도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는 사이가 되었다. 다쓰야는 학부때 구리하라 선생님이 좋아헀던 기사라기와 결혼을 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다쓰야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부부관계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다쓰야에게 듣게 되고, 여러가지 도와주며 그들의 관계를 응원하기도 했던 것이다.

 

후반부에는 늙은 여우 선생님이 치명적 병을 얻어서 쓰러져서 간호를 하며, 여러가지 일어나는 상황속에서 다쓰야와 왕너구리 선생님 여러 간호사들과 힘을 합해 회복될 수 없는 그 선생님과 부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는데...

 

밖에서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의사들이어서 무섭기까지 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권보다 2권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들도 의사이기 전에 감성을 소유한 인간이고, 질병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고, 아무리 무뚝뚝해 보이고, 가혹해 보이는 나이든 선배 의사라 하더라도 그 안엔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결국 늙은 여우 선생님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다.  그 후로 구리하라 선생님은 깨닫는다.

 

나는 또 다시 소중한 것을 놓칠 뻔했다.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아내의 목소리를 돌아보는 것은 가능하다.

이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아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 p. 426 -

 

오랜 시간을 들여 돌아온 길, 구리하라 선생님은 가까이 있는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듯 했다.

 

바로 그것이다.  언제나 늘 곁에 있어서 당연한 느낌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외 다른 지인들...

이들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우지하면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그들을 대할때 어찌 대해야 하는지 또한 그들이 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항상 맘을 열어놓고 있는지...

등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던 듯 싶다.

 

잔잔한 한편의 수채화적 영상으로 머리에 그려지며 읽혔던 책이었기에 그 느낌은 더 오래 지속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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