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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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작가의 책 <카시오페아공주>를 우연히 읽게 되었고, 그 후에 <압구정 소년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심야버스괴담> <아이린> 모두 읽었다.

마치 뭔가에 홀린듯이 말이다.

한 명의 작가의 책을 이렇게 이어서 읽어본 기억은 거의 드물기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하지만, 곧 <싱크홀>의 출간 소식을 들었고, 이번 역시 꼭 읽어야 하는 당위성에 사로잡힌 듯 무의식에 이끌리어 펼쳐 들게 되었다.

 

만약 이렇다면 혹자들은 매니아 라는 말로, 또는 광팬 이라는 말로 지칭하려 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단어들이 내게 적합한 단어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하는 것이 솔직한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읽어내려가기에 거침없는 속도감도 맘에 들고, 책마다 전혀 다른 주제로 풀어내는 방식에 대한 끌림이랄까? 이 뿐이기에 그렇다.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에서 보면 원형으로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홀이라는 표현이 붙었습니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하수를 지나치게 빼 쓰는 경우에도 생기고, 지반이 구조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싱크홀은 석회암 지역에서 생기는데 반포 일대는 편마암(片麻岩)이나 편암류의 변성암(變成岩) 지역이요."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도시 집적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석회암 지역이 아닌 곳에서 지반이 꺼지거나 기우는 경우가 여러 차례 보고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 깊이 500미터짜리 싱크홀이 생겼던 과테말라 지역도 석회암 지반이 아닙니다." -  p.196 -

 

 

이야기는 두부분으로 나뉜다.  처음부분 비교적 앞부분에선 등장인물들의 소개와 그들과 연관있는 지인들의 일상을 통해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네들의 감정변화등을 묘사하며 풀어내고 있고,  중반 이후 시저스 타워 ( 지상높이 562미터 지상 123층 지하 7층) 의 완공 이후 개장식이 시작되고, 끝나고 다음날 벌어지는 싱크홀 현상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식 중간에 대표격인 회장은 이야기 한다. " 우리나라에는 100층은커녕 70층이 넘는 빌딩도 없었습니다. 공사를 하기 전부터 쉽지 않은 장애물들이 많았지만, 보십시오!  결국 이렇게 시저스 타워가 늠름한 모습으로 탄생했습니다.! " (중략) "우리 시저스 그룹은 더 멀리 더 높이 올라갈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한계를 넘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에게 도전하는 정신으로 뻗어나갈 것입니다.!"  양 회장은 강단 있는 목소리로 연설을 마쳤다.  다시 박수.

- p.172 -

 

이 책의 내용이 비단 책 속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는 모든 이들도 알고, 저자도 책에 묘사를 했듯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다른 형태의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많은 이들도 죽고, 피해도 많았고, 받아들이기 끔찍함을 공유해야 했고, 당사자들의 상실감이나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 방송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듣고, 보고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현재도 강남 근처 대기업에서 초고층 빌딩 건설을 추진한다고 하니, 어찌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겠는가?

 

위의 부분에서 책 내용을 언급했듯이 도시 집적화 현상으로 인해 인구밀도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고, 개발을 목적으로 여전히 자연을 파괴하고, 땅을 다 덮어 버리고, 물길을 인위적으로 만드는등... 일어나는 현상을 볼때 이 책의 내용을 가상이라고만 치부하기 힘든 이유일지 모르겠다.

 

혁이와 영희 그의 딸 안나, 영희의 동생 영준, 그리고 함께 알고 지냈던 소희... 이들이 중심인물이다.

혁이의 산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결혼 후 영희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고 따로 살며 안나를 키우고 있고, 이미 오래 전 혁과 함께 나섰던 영준은 산에 묻혔다.

그 후에 더 혁과 영희의 관계는 소원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안나는 아빠를 미워하지 않았다...

 

영희의 생업인 가게에 점원인 민주는 우연히 시저스타워의 후계자 동호를 알게되는데... 이 가게가 시저스 타워로 입점하게 되는 것이 기쁜일이 아니었으니...

 

참 여러명의 삶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 산악인이라는 혁이의 직업도 특이했고,  동호와 민주의 만남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던 듯 싶고...

 

싱크홀 현상이 일어나고 갇히게 되고,  살아남은 자들 간의 여러가지 인간의 추잡하달까?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죽음이라는 두려움이 인간을 얼마나 비열하고, 간사하고, 지사하고, 무섭게 만드는지....

 

싱크홀 이후 구조작업이 시작되지만, 무능해 보이는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구조작업의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는데... 거기에서 맘을 놓을 수 없었던 두 남자...

동호와 혁이의 활약에 소희의 힘이 합세되고... 뜻하지 않았던 일반인을 대신하는 인물인 듯 힘을 가진 총경의 도움으로 이들의 구조가 펼쳐진다.

 

민주도 극적으로 구조되고, 간사한 1人의 표본인듯 싶은 남국장도 구조되고.....

혁이는 안나와 영희의 구조에 힘을 싣게 된다.

가족임에도 이들은 가족이 아닌 듯 살고 있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내면에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 묵직한 연결고리가 작용했나 보다.

안나와 혁이의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감정교류가 일어났고.... 기적적으로 구조하러 간 혁이에게 안나 먼저 구조된다.

 

모두들 말리지만, 아내를 생각하며 태풍이 오는 극한 날씨에 결과가 어찌될지 불 보듯 뻔한데도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듯 홀려서 아내에게까지 갔으니 말이다.

(참 짠한 느낌이 전해지며, 먹먹해져서 마치 내가 겪고 있는 일인 듯 착각 속에 빠져들어 한동안 멍~해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편리함과 과시등등을 이유로 자연을 파괴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인간에게 다가올지 명백하게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이즈음 열심히 자연파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흔한 분리수거와 음식물 분리수거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그것이 자연을 파괴하고 본인들에게 어떤 결과물로 반향을 일으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인지조차 하려 하지 않는 이들이 많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 책은 어찌보면 제목과 표지가 강해서 내용이 시시해 보일 수도 있을 듯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급한 상황에서 어리석을 만큼의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숨기며 살고 있는 인간들의 마지막 모습이 어찌 되는지~ 아무리 잘난 사람들이라도 자연 앞에선 공평할 수 밖에 없음을~

 

또한, 편리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올은 일인지... 대대적으로 돌아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을 개인적인 내면의 잔잔한 파장이 일어나는 울림으로 아로새겨 졌다.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책 속으로 빠져들어 속도감이 무서울 정도로 빨아 들임 또한 느껴졌다.

 

다음 책도 출간되어질 것이라 한다.  그 책 역시 꼭 읽게 될 거 같다.  지금 아무리 부인해도 말이다.

작가의 묘한 끌림에 이끌린 듯 책을 펼치는 모습이 머리속에 진~한 커피향의 매력을 떨칠 수 없듯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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