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선인장 -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원태연.아메바피쉬.이철원 지음 / 시루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서 우연히 살펴보게 되었고,  저자의 이름에 대한 신뢰랄까? 낯익음에 펼쳐 들었다.

 

여러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을 보며 쉽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집이라고 하면 게다가 이렇게 일러스트로 채워진 부분이 많다고 하면 그런 생각이 스물 피어오르곤 했기에 이번에도 그런 생각의 지배에 눌리게 되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겨갔다.

주인공은 고양이, 선인장...그리고 비누였다.

 

고양이는 말 그대로 길고양이(도둑고양이) 였고,  선인장은 집에 있지만, 주인이 바뀌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외로뭉을 느끼며 지내고 있고, 비누는 주인이 사용하면 할 수록 본인이 작아짐을 느끼고 속상해 하는 그런 감정을 소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아닌 것에 의인법을 사용해서 사람처럼 말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시의 중심을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는 집에서 주인, 즉 친구가 있는 선인장이 부럽고,  반대로 선인장은 자신의 가시로 인해 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러면서 서로의 맘속에 점점 많은 부분으로 자리하게 되어가는....

 

선인장 주인 철수네가 존재하지 않고, 다음 주인은 그냥 선인장을 전자파 흡수하는 목적으로만 놔둘 뿐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있기에 참 외로워 하고 고독해 한다. 게다가 선인장은 움직일 수 없어서 더 외로움을 타는 듯 하다.  길 밖에서 사는 고양이의 우연한 방문으로 친구가 되려 한다.

 

선인장의 주인은 그냥 선인장과 비누를 두고 이사를 가버린다.  그 후 새 주인은 선인장과 비누를 종량제 봉투에 버리고, 결국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려간다.  그 곳에 까지 따라 가서 선인장을 만나는 고양이... ~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고양이, 선인장, 비누

완전히 생활하는 모습도 다르고, 생활하는 장소도 다르고, 사람들에게 의미있게 다다가는 목적들도 다른 세 개체.... 얼마나 외로웠으면...

서로 맞을 수 없는 것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 바라보고, 위로하고, 위로받으려 할까? 아니 서로에게 아주 작은 관심을 제대로 표현도 하기 전에 소소한 말 한마디에 감정이 솟고, 기분이 업되고... 얼마나 고독했으면...

그럼에도 분명 세 개체에겐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고 상대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고, 그것에 관심을 쏟게 되고...

 

마치 이즈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약은 아닐 듯 싶다.

가까운 가족이라 하더라도, 아빠는 밖에서 일하느라 힘들게 보내고, 집에서 어울리지 못하고..엄마는 자녀들 뒷바라지 하다가 세월 다 보내고..

자녀들 성장하고 나면 부부는 외롭고 고독함을 느끼고... 빈울타리 증후군이랄까?

 

점점 빨라지고 편해지는 사회의 변화속에 행복을 찾아 헤매지만, 고독과 상실감에 젖어드는 사람들..분명 그네들에겐 행복할 거리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것인데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타인과 비교속에 자신의 것을 가치있게 생각지 못하고 마냥 타인만 바라보고...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닌지...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의 모습을 동물, 식물, 무생물에게 빗대서 이야기 해 주려 하는 것은 아닐까?

 

처음엔 고양이 선인장 비누가 각각 외로움에 젖어서 힘들었지만, 그네들 서로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지만, 다가섬에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수용했을 때 다시 행복과 즐거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개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물론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맘을 열게 하고, 도와주고, 힘을 실어주고 하는 것도 중요할 듯 싶다.

그렇지만, 내가 다가가는 것 보다 나를 필요로하고 있는 곳이 없는지, 내가 먼저 다가가서 도움을 주어야 할 곳들에게 손을 내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소소하게 나마 찾는 것도 나쁠 거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양이와 선인장, 비누 이들은 정말 융합될 수 없는 사이지 않는가? 게다가 선인장은 사람들에게도 꽃집에서조차 따가운 가시를 가지고 있다고 관심 받기는 커녕 그냥 지나침으로 무관심속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을 듯 싶다.  예쁜 꽃으로 손짓하는 나무들에게 시선은 먼저 가게 되길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누구나 봐서 알 수 있는 그런 도움이 필요한 곳보다 눈에 띄지 않는 음지의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그런 의미있는 삶을 만들면 그 상대가 비록 선인장처럼 가시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고양이가 아파하지 않고, 가슴으로 품고 사랑의 체온을 전했던 거처럼 사람인데 못할리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이런 생각으로 벌써 가슴에 따뜻함이 전해오고, 뿌듯함과 잔잔한 미소가 퍼짐이 느껴졌다. 어떤 실천 방법을 생각해 볼까? 이것이 앞으로 해야할 일인 듯 싶다.

 

 

나는요

당신이 날 만나러 찾아와주지 않으면 당신을 볼 수 없고

내 몸에 촘촘히 박혀 있는 가시들이 당신을 찌를까봐

당신을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꿈속에서조차

몰래 할 수도 없고

예븐 꽃을 피워 당신 눈을 즐겁게 해드릴 수도 없고

향기마저 없는

그냥 선인장입니다.

사랑을 하는 데

어떤 자격이 필요하다면

전 완전히 자격 미달인 셈이죠.

하지만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저도 한 가지는 당신께 해드릴 수 있어요.

전 외로워봤고

지금도 충분히 외롭기 때문에

당신의 외로움을 같이 공감할 수는 있을 거예요.

당신만 좋다면요.

-pp..124~125 -



 

혼자

...

그래서 난 매일 … 매일… 매일! 혼자 놀았어.

그게 편하거든.

물론 지루하고 심심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누가 날 싫어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더 편해.

이런 나도 괜찮다면

너랑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왜냐하면 난 너랑 있으면

내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거든.

-p. 131 -

 

 

 

선인장(위의 내용) 도 고양이(아래 내용) 도

살아오면서 평탄한 삶을 살지 않았던 듯 싶다.

즉, 자신이 겪어 봤기에 타인의 아픔을 알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물론 모든 것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을 나눠주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참 씁쓸하기도 하지만

고양이와 선인장의 우정 나누기를 통해

마음에 따뜻함과 사랑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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