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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8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헤븐이라는 게 이 미술관이었구나?" 내가 물었다.
"아니야. 헤븐은 그림이야." 고지마는 그렇게 말하고 코를 킁킁울리더니 나를 보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 이야기야."
"헤븐이라는 제목이야?" 내가 물었다.
"아니." 고지마가 고개를 저었다.
(중략)
"그 연인들한테는 말이야. 아주 힘든 일이 있었어.
아주 슬픈 일이 있었거든. 굉장히.
그렇지만 말이야, 두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덨던 거야.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은 최고의 행복 속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야.
둘이 극복하고 도달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그 방이 사실은 헤븐인 거야."
고지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쉬고 눈을 비볐다.
- PP.60~62 -
여 주인공인 고지마를 통해 헤븐의 의미를 살짝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의 끝은 예측할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덮을 그 순간까지는...적어도 그랬다.
내 눈은 사시였다. 왼쪽 눈에 비치는 윤곽에 오른쪽 눈이 간신히 주워담은 윤곽이 겹쳐서,모든 것이 희미하게 이중으로 겹쳐 보인다. 그 탓에 무엇을 봐도 깊이가 느껴지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것을 만지려고 해도 거리감을 잘 잡을 수 없었다. 손가락 끝이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져도 제대로 만지고 있는지, 바르게 손이 닿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감촉이 언제나 남아 있었다.
-p.21-(남 주인공 나에 대한 외모를 묘사하는 부분)
고지마는 키가 작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조용한 여학생이었다. 집이 가난하다고 해서, 불결하다고 해서 같은 반 여학생들한테 괴롭힘당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p.13-(여 주인공 고지마에 대한 외모를 묘사하는 부분)
이렇게 공통점이 있어서였을까? 고지마는 먼저 주인공에게 쪽지 편지랄까? 간단 메모를 적어서 관심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남 주인공도 맘을 열어 고지마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자신을 느끼고 친해지게 된다.
둘은 특히 남주인공은 주위 친구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폭행도 당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테가 안날 정도의 고도의 기술로 괴롭히는 것이다. 더러운 연못물도 마시고, 분필도 먹고, 청소도구함에 갇히기까지 하는데 저항을 하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 쪽지를 건넨 고지마의 관심에 어찌 맘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같은 편이야."(p.7)라고 적힌 쪽지였기에 말이다.
둘은 열악한 상황이었음에도 살짝 쪽지를 건네며 의견도 나누고 공감도 하고, 서로에 대해 점차 조금씩 알게 되는 과정을 보내게 된다. 의미있는 말도 나누며 말이다. ("사람은 외곤상으로는 상처가 없어도 사실은 많이 상처받는다고 생각해, 아마."- p.57-)
서두에 언급했듯이 고지마가 헤븐에 가자고 제안하며, 미술관에 가서 헤븐의 의미를 말해주기도 한다.
(p.60~62) 대화가 아닌 고지마의 눈물을 통해서도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p.65)
고지마는 주인공의 눈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그 눈이 좋다고 말을 해준다.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야기 하며 급속도로 친해진다.(p.98) 그렇게 지내는 동안 주인공은 자신의 따돌림을 받는 상황에 대해 내적인 고민과 갈등도 한다. (p.115~116)
따를 시키는 아이들은 주인공을 데려다 머리에 공을 씌우고 그걸 차면서 즐기는 놀이를 한다.
결국 남주인공은 피를 쏟으며 처참한 외모가 되어 버린다.
따 시키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그걸 보고 있던 고지마는 다시 돌아와 위로를 하며
강한 어조로 이야기 하고, 주인공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 진지하게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생각하며 따를 시키는 아이들에게 저항하고자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해보게 된다. (pp.136~137)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중에 주인공은 따를 시키며 괴롭혔던 무리들 중 한명을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듣게 된다.(pp.157~181)
조심스레 병원을 다니며 통원치료를 받는 주인공에게 의사는 좋은 소식을 알려준다. 수술가능하다는(p. 186)
아 이부분을 읽었을 때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기뻤다. 이제 수술을 하게 되면 주인공에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내심 기대하며 설렘을 담아 숨죽여 주인공의 생활 속 시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헀다.
고지마에게 눈을 수술해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p.197) 듣던 고지마의 감정이 변화하는 듯 보였다.
어찌 안그랬겠는가? 같은 상황에 있어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주인공이 눈을 고치게 되면 나아지니 자신과 다른 상황이라고 순간 느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름 고지마도 이런 과정을 겪으며 분명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서 모습을 변화시켜 말했던 헤븐을 살고 있는 순간 느끼게 될 거란 믿음을 담아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어쩌면 개인적인 이기심에 의해 억지로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수술한 후 변화된 남주인공을 바라보는 고지마의 모습이 안쓰럽고, 안타까울테니까..
그 후에 수술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보내는 중에 고지마와 만나는 장소에 불시에 나타난 아이들로부터 끔찍한 모욕스런 행위를 강요받는다.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고지마의 모습을 보고(p.234) 주인공은 여러 생각을 한다.
주인공은 진짜 엄마가 아닌 새엄마에게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 놓기에 이르른다. 생각보다 쉬워 보이는 듯 하게 수술하라고 새엄마는 말한다.(pp.214~245)
주인공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어 행복감에 젖는다.
왕따 집단 따돌림
이 책의 주제다.
정말 구구절절 살 떨리는 느낌으로 공감을 받으며 읽었다.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 이야기여서일까?
우리 청소년들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여러형태의 따돌림이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잡은 사회 모습이어서일까?
주인공과 고지마
둘은 그럼에도 행복했을것이다.
서로 의지가 되었을테니 말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수술가능하다는 말을 했을때
흔들리는 듯 보이는 고지마의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고지마 또한 분명 자신의 상황을 지혜롭게 잘 이겨내서
다른 삶을 살게 되었으리라 믿어본다.
마지막 부분에 새엄마가 응원을 담았던 모습
참 감동적이었다.
물론 먼저 남주인공을 도와주며 손을 내밀었을 수도 있었을 듯 싶다.
하지만, 그랬다면 남주인공은 새엄마라는 이유로
반감을 드러내며 더 비뚫어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불현듯 스친다.
새엄마의 기다림...
남 주인공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며
얻은 결론에 이르를때까지
-그만큼 주인공의 희생이랄까?
안스러운 따돌림 과정의
길고 긴 시간이라는
처절한 댓가를 치뤘지만-
스스로 새엄마에게 손을 내밀었기에
서로 더 친하게 맘을 터놓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새엄마의 지혜로움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즈음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물론 성장통이라는 과정을 겪어야 하지만
적어도 주인공처럼
그렇게 황당한 시간은
최대한 줄이고
청춘으로 가는 길을
아름답고 지혜로움을 한껏 담아
예쁜 그림으로 완성시키게 되길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