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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점례가 주인공 여인
어찌 이런 삶을 살수 있을까?
물론 어르신들의 노곤함과 말할 수 없는 처절함을 대변하며 책속에서 그 삶을 살아냈기에 그렇다 할 수 있다 해도
어찌 표현해야 점례의 먹먹한 가슴에 응원을 보내며 공감을 해서 그 응어리를 풀 수 있을까?
책을 덮은 내내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조정래 선생님 책들은 대하소설이 많았기도 했고, 쉽게 접근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해야할까?
이제사 다시 책을 만나고 여행을 할 용기를 불어넣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작가님께는 죄송스럽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더 늦기 전에 읽었으니~ 라고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맘이 가득했다.
굵은 선으로 이야기 되는 내용 전개의 흐름속에 지루함 없이 거의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중도 잘되고 내용 이해도 (물론 어른들의 삶 모두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잘 되었던 편이었다.
점례는 어려서 부모님을 대신해서 주재소 주임에게 부모님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들른 길에 눈에 띄어서 주먹구구식으로 첩이 아닌 첩이 되어 같혀 지내는 생활을 하게 된다. 말 못할 가슴 부여잡고 그럭저럭 삶이란 것을 연명하며 지내는 가 싶었는데.. 일본인들이 다 쫒겨나는 해방이 된 것이다. 당연히 점례를 첩으로 삼았던 주임도 야반도주를 했다. 아들과 점례를 남겨 놓은 채로...
아버지는 이런 점례의 삶을 보면서 화병을 얻으시고, 회복하시지 못하신 채로 운명을 달리 하시게 되었다.
어머님과 이모님께서 점례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시기로 하시고, 큰 이모님을 따라 나선다. 두어번 이모부님을 통해 남자를 만날 기회를 제공 받는데... 결혼에 이르르지만, 이들의 삶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을 줄 이모님 부부는 알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물론 조카인 점례를에게 소개해 주지 않으셨을게다.
아 읽어 내려 가면서 서로 다른 여인의 삶이길 간절히 바랬다. 아니 그럴거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머리에선 최면을 걸듯 주문을 걸며 읽어 내려가는 순간도 있었다. 한 여인의 삶이라고 하기엔...
두번째 결혼해서는 잘 사는 듯 보였다. 무뚝뚝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이기도 했고, 자녀도 두명의 딸을 낳고 기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남편은 소리소문 없이 어느날.. 정치색을 띈 사람으로 도망자 신세가 되고, 행방불명이 되고 만다..
점례에게 이모집으로 피신하라 하지만, 점례는 색출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이모집에 방문했을 때 선뜻 나서고 따라간다.
둘째 아이를 데리고 말이다..
당연히 추궁을 받고 겨우겨우 하루하루 연명하며 지내는데 함께 갔던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 곳에 있던 미군의 도움으로 아이는 치료를 받게 되고, 점례는 그 남자의 신원 증명으로 인해 풀려 나서 미군과 함께 지내게 된다.
아이는 결국 죽고 만다. 미군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아 기른다.
다시 세월은 흘러서 미군들도 철수하고~ 남편도 떠나게 된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여인의 운명이라고 억지로 합리화 해본다. 그렇지만, 해도해도 심한 거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여인으로 태어나 살게 된 것도 기구하다 할 수 있는 그시절에~
대쪽 같달까? 그런 아버지의 기질로 인해 일본인에게 띄일 수 밖에 없는 운명..
왜놈이기에 도망가다시피 해서 자국으로 달아나 버린 첫번째 남편..
아니 남편이라고 칭하면 안되지 싶다. 완전히 끌려가서 살았으니..
이모와 엄마의 강권함으로 인해 시작된 두번째 삶..
너무 순진했었기 때문일까? 부인에겐 내색도 없이 혼자 바쁘고, 뭔가를 준비하며 꿍꿍이를 채우고 지내던 남편도
결국 그녀 곁을 떠난다.
끌려가 만난 세번째 미국인 남편~ 이 또한 원하지 않았지만...
원하지 않았으되, 남자에 의해 맺어진 운명적 사슬..
이 또한 그다지 튼튼한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이렇듯 네명의 아이를 낳고, 한명은 죽고, 서로 국적이 다른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여인의 삶을 어찌 표현하랴...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함이 안타깝다는 말로 일축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항아리를 눕혀 딸의 시신을 넣으며 점례는 더는 울지 않앗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자식을 지켜내기에는 전쟁의 무 ㄹ결은 너무나 거세고 무정했다.
항아리가 실히 한 길이 넘는 구덩이에 내려졌다.
점례는 흙을 항아리 위에 뿌렸다.
점점이 떨어지는 붉은 황토 위에 남편의 얼굴이 어리고 있었다.
얘들 잘 키워 열두 폭 병풍해서 시집보내 줘야지.
남편이 배냇짓을 하는 작은딸의 눈을 들여다보며 한 말이었다. - P.228 -
황토~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의 시신을 깊이 묻어주며 그 위에 뿌려주며 아이의 사후에서라도 지켜주고 싶었던 마지막 모정의 징표였을까?
아님 열강들의 침입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 속에 태어난 운명을 받아들이며 죽음을 택하지 않고 살아내며 지키고 싶은 마지막 우리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이었을까?
한 여인의 가슴 시린 운명적 삶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조정래 선생님의 강한 필체와 빠른 전개속의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주인공의 시선들...따라가기 바빴지만, 그럼에도 묵직함을 담은 울림이란 것을 부족하지만 담을 수 있었음이 감사한 책읽기 시간이었다.
역시 선생님께서 오래도록 건필하셔서 훌륭한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라는 것이 욕심이 아니길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