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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은 특별한 기획으로 탄생했다.
출판사는 사라져가는 편지라는 형태를 소설에 활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유명작가가 쓴 소설을 독자들이 우편으로 받아보는
'우편소설' 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기획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 소설 등 가볍게 읽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글들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작가에게서 직접 편지를 받는다'는 새로운 형식을 제안한 것이다.
총 6화로 구성된 작품 중 5화를 1화씩 차례대로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고
나머지 1화를 합쳐 단행본으로 발간한 것이 이 작품이다.
- PP. 389 ~390(역자후기중에서) -
역자후기를 먼저 옮기지 않으면 이 책의 내용과 형식을 이해할 수 없을 듯 해서 우선 옮겨 적어 보았다.
호시노라는 젊은이는 다섯 명의 여자와 교제를 하고, 또한 빚까지 져서 어느 버스를 타야 할 상황이고, 또한 사채업자가 보낸 여성 마유미에게 감시를 받는 상황이다. 호시노는 마유미에게 그동안 사귄 여자들에게 이별의 말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또한 마유미는 자신을 새로운 약혼자로 소개한다는 전제 하에 함께 여성들을 만나러 나서는 것이다.
그 여자 다섯 명은 하는 일도 처한 상황도 그들의 기질도 천차만별이다. 또한 그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 있다. 이별 여행을 하면서 그 여자들의 사연이 다른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연에 들이댄달까? 그네들의 상황에 휘둘리며 여러가지 상상도 못하는 일들을 마주하며 모험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일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의 성격은 다른 사람의 고민이나 고통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인물.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섯 명의 여자와 교제하기에 이르르게 되는 것이다.
(P.. 389)
그럼에도 호시노는 마유미가 말한 버스에 타야 한다는 자체에 내면에 두려움과 불안적 요소를 감싸 안고 있는 듯 보였다.
마유미의 애매한 설명과 문답조차 소용없는 ' 그 버스'에 타야 한다는 부조리가 인간에게 들러붙은 '죽음'의 공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마유미가 나를 그곳으로 이끄는 사신이지 않을까 의심스럽다. (P.347) 이렇듯 적나라할 정도로 호시노의 생각을 묘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유미는 곧바로 해명한다. " '그 버스'는 죽음의 비유가 아니야. 그리고 나는 단순히 너를 버스에 태우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뿐이야. 라메탈(<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행성이름 - 옮긴이) 외계인은 아니야." 라고 말이다. (P.348)
책 제목과 표지에 대한 궁금증을 알고 있듯이 설명해 주는 자상함도 나타내고 있는 듯 하다.
"<바이바이, 블랙버드>라는 곡입니다. 아세요?"
사노 씨는 핸들을 쥔 채 말한다.
"고민이나 슬픔을 전부 가득 채우고 떠나요. 나를 기다려 주는 곳으로.
이곳의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아.
이런 기사입니다."
먼저 사노씨가 말했다.
'블랙버드라는 말은 불긴하다거나 불행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바이바이, 블랙버드.
너와 헤어져 이제부터 행복해진다., 그런 얘기입니다."
아, 마유미가 소리치며 손뼉을 친다.
"그거, 네 얘기야. 불운의 새. 호시노 짱, 바이바이 호시노 짱."
-PP. 324~325-
책 읽는 내내 개인적으론 제목의 의미와 표지가 전해주는 느낌을 제대로 알지 못한 듯 했다.
또한, 역자의 이야기를 옮겨 적으려 한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중인공 캐릭터에 상식 밖의 행동을 하지만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또 다른 캐릭터가 합류하면서 작품에는 신기하고 엉뚱하며 유쾌하고 감동적인 화학 작용이 일어난다. -p.389 - 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읽고 난 느낌은 일본 소설이라 하면 추리소설을 먼저 떠올리는 선입견 때문일까? 책의 느낌과 내용이 확 다가오며 울림이 되어 공감박스안에 메시지로 남겨지는 것이 많지 않은 듯 느껴졌고, 오히려 잔잔하고 특이한 캐릭터의 주인공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되지 않았기도 했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필체나 문장 구성은 지루하지 않았고, 짧고 전개 속도도 빠른 느낌이었다.
마유미가 한 말이 눈과 머리에 아른거린다.
"아직 현실감이 없겠지만, 인간이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법이야."
-P. 343 -
이 글귀를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호시노가 빚으로 인해 감시를 받고 '그 버스'라는 정체모를 버스에 타야 하는 운을 가지고 있지만,
그 버스라는 의미가 정말 인간 삶의 끝에 마주해야 하는 죽음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후엔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고
그냥 불안과 초초함을 떨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이별 의식을 하며 순간을 채워가려는 호시노처럼
넋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하에
다른 이들이 보기엔 터무니 없고,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삶을 채우며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